당진시 전 시민 지원금 추진에 재정 효율성 논란…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얼마나?
보편적 현금성 지원과 취약계층 집중 지원, 어느 쪽이 효과적일까
경기도 31개 시군에도 던져진 질문…“지원금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 효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수십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잇따르면서, 막대한 지방재정을 투입하는 현금성 지원이 실제 지역경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골목상권의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지방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특히 충남 당진시가 시민 1인당 30만원씩, 총 530억원 규모의 경제회복지원금 지급을 다시 추진하면서 이러한 논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진시의회는 지난 23일 경제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당진시는 내년 설 명절 이전 지급을 목표로 2027년도 예산안에 사업비를 편성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조례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지원금 지급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지급을 위해서는 시의회의 예산안 심의와 의결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당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도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오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 530억원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당진시가 추진하는 경제회복지원금은 약 17만4천명의 시민에게 1인당 30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4인 가족이라면 12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정에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특히 지역화폐는 사용처가 제한되는 만큼 지역 내 음식점과 전통시장, 소규모 상점 등에서 소비가 발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원금이 지급되면 단기간에 지역 상권의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경제적 문제가 있습니다. 지원금으로 발생한 소비가 모두 새로운 소비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민이 원래 자신의 돈으로 구입하려던 생필품을 지원금으로 구매했다면, 해당 가맹점의 지역화폐 매출은 증가하더라도 지역 전체 소비가 그만큼 추가로 늘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지원금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외식이나 추가 구매가 발생했다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히 지역화폐가 얼마나 사용됐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지원금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실제 소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30만원…과연 공평한 정책인가
보편적 지원금 정책의 또 다른 쟁점은 지원 대상입니다.
당진시의 계획대로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시민에게도 동일한 금액이 지급됩니다.
보편적 지원 방식은 소득 심사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시민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편적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정된 재원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집중하면 같은 예산으로 더 큰 생활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령 53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예산을 30만원씩 지급하는 데 사용하면 약 17만6천명에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원 대상을 5만명으로 제한하면 1인당 106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물론 이는 예산 규모를 비교하기 위한 가상 계산일 뿐, 실제 지원 대상이나 지급액을 제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취약계층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과 사각지대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예산으로 어떤 방식이 시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에 더 효과적인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일입니다.
■ 530억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재정의 기회비용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무한정 늘릴 수 없습니다.
어떤 사업에 530억원을 사용하면 그만큼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530억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 예산을 지역의 도로와 교통시설 개선, 노후 공공시설 정비, 복지사업 확대, 소상공인 지원, 산업 기반시설 확충 등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업이 지원금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로 건설이나 공공시설 투자가 반드시 시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따라서 지원금 지급과 다른 공공투자 사업을 비교할 때에는 사업별 비용과 편익, 수혜 대상,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일회성 지원금은 단기간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강점이 있을 수 있고, 기반시설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편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정책이 더 바람직한지는 해당 지역의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 정책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전국 지자체 지원금 경쟁…재정 여건 달라도 지급액은 비슷
전국에서는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경제회복지원금이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남 의령군은 군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했으며, 전북 완주군도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전남 고흥군과 전북 고창군, 부안군, 경남 하동군 등에서도 주민 지원금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문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자체 세입이 풍부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한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재정에 미치는 부담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일회성 재원을 활용하는 경우와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사용하는 경우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른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거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면 장기적인 부담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금 정책을 평가할 때에는 지급액뿐 아니라 재원 조달 방식과 재정의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경기도 31개 시군도 예외 아니다…재정 여건에 맞는 정책 필요
이번 당진시 지원금 논란은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경기도에는 수원과 용인, 성남, 화성 등 대도시부터 인구 규모가 작은 농촌지역까지 서로 다른 경제적 특성을 가진 31개 시군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인구 구조와 산업 기반, 소득 수준, 재정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원금 정책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는 1인당 지급액이 크지 않더라도 전체 사업비가 상당한 규모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령 인구 100만명인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주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한다면 총 3천억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행정비용 등을 제외한 단순 계산입니다.
따라서 경기도 시군에서도 보편적 지원금을 검토할 경우 재정자립도와 가용재원, 기존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지원금이 지역 내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원금은 지급보다 성과 검증이 중요하다
이번 당진시 조례안에는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지원금 지급 이후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장치입니다. 다만 사후 평가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지원금 사용액이나 가맹점 매출만을 기준으로 사업 성과를 판단하면 실제 경제적 효과를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습니다.
지원금 지급 전후의 소비 변화뿐 아니라 유사한 경제 여건을 가진 다른 지역과의 비교, 업종별 매출 변화, 추가 소비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원금의 효과가 특정 기간에만 집중되는지, 이후에도 지속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평가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책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 요구됩니다.
■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30만원인가,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인가
경제회복지원금은 분명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가정에는 단기간이나마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출 증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금 지급 자체가 지역경제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정 여건이 충분한지, 지원 대상과 규모가 적절한지, 실제 추가 소비가 발생하는지, 다른 공공사업을 포기할 만큼 효과가 큰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일회성 지원금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책 효과를 부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치적 찬반이 아니라 객관적인 경제적 성과입니다.
530억원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편익을 가져오는지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인 만큼 지원금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는 점입니다.
당진시의 530억원 경제회복지원금 정책이 향후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AI경기방송/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