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오스크 결제 오류·환불 지연·기기 고장…무인점포 소비자 불편
- 결제 오류로 절도 의심까지…소비자와 점주 간 분쟁 사례도
- 운영자는 장비·서버 장애에 영업손실 우려…공급업체 책임도 점검해야
■ 사람은 없고 기계만 있는 매장…고장 나면 어떻게 하나?
아이스크림 판매점부터 무인카페, 셀프빨래방, 스터디카페, 무인사진관까지.
우리 주변에서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인점포는 인건비를 줄이고 24시간 영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비자 역시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제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거나, 돈을 냈는데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원이 없는 매장에서 고객센터마저 연결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무인점포의 편리함 뒤에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결제 오류·환불·상품 품질…소비자 불만 잇따라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발표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관련 상담은 모두 45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키오스크 결제 오류가 11건, 거스름돈 환불 관련 불만이 11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 판매가 11건으로 각각 전체의 24.4%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초·중·고등학생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7.3%가 상품 바코드 인식 불량 등 이용상의 불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결제와 환불 항목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점으로, 조사한 5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이 수치는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 관한 2024년 발표 자료로, 모든 무인점포의 현재 피해 규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 결제 오류가 절도 의심으로…황당한 분쟁까지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순한 결제 오류가 소비자와 점주 사이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소비자는 2021년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상품 3개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 개가 정상적으로 결제되지 않았고, 점주는 절도를 주장하며 해당 상품 가격의 30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소비자에게 절도 의심이라는 부담으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에게도 상품 대금을 정확하게 결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키오스크 오류나 결제 누락이 발생했을 때 고의적인 절도인지, 단순한 실수인지 충분한 확인 없이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기계에 의존하는 무인점포일수록 결제 기록을 정확하게 관리하고 분쟁 발생 시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 무인점포 운영자도 피해자 될 수 있다
무인점포의 문제는 소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점포 운영자 역시 키오스크나 서버 장애로 영업이 중단되면 매출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인 스터디카페의 출입 시스템이 고장 나거나, 결제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이 정상적으로 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무인카페의 결제 기계가 멈추거나 셀프빨래방의 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소비자에 대한 환불이나 보상 문제뿐 아니라 점포 운영자와 장비 공급업체 사이의 책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운영자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사용했는데,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공급업체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수리비를 별도로 요구한다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 유지관리 계약을 체결한 무인점포라면 서버 장애, 프로그램 업데이트 오류, 부품 고장에 대한 책임과 보상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장비 공급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은 실제 장애 원인과 계약 내용, 귀책사유 등을 확인해 판단해야 합니다.
■ 무인점포 CCTV와 과도한 배상금 안내도 문제
무인점포의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살펴볼 부분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과 충청권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30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매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었지만 출입 제한은 없었습니다.
또한 3곳은 CCTV를 설치하고도 촬영 목적과 관리 책임자 연락처 등을 알리는 안내문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절도 등 범죄 발생 시 손해배상 금액을 안내한 매장 8곳에서는 상품 가격의 3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서로 다른 배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매장에 배상액을 표시했다고 해서 그 금액이 언제나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손해액과 약정의 내용, 관련 법률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무인점포가 범죄를 예방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소비자가 돈을 냈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무인점포라고 해서 소비자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는 점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만큼 정상적인 제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결제 오류가 발생했거나 상품을 받지 못했다면 거래 내용과 장애 원인에 따라 환불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한 점포 운영자의 책임, 장비 제조·공급업체의 책임, 결제서비스 제공업체의 책임은 각각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문제를 신고할 수 있는 연락처와 신속한 처리 절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고장 난 기계 앞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 AI경기방송, 무인점포 장애 대응 실태 점검 추진
AI경기방송은 무인점포의 소비자 보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남부 지역의 무인카페, 스터디카페, 셀프빨래방, 무인판매점 등을 대상으로 후속 취재를 추진합니다.
주요 점검 대상은 결제 오류 발생 시 연락 방법, 고객센터 운영시간, 환불 처리 절차, 장비 장애 대응 방식 등입니다.
또한 점포 운영자와 장비 공급업체의 유지관리 계약을 비교해 장애 발생 시 책임과 보상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입니다.
무인화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가 늘어날수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시스템은 오히려 더 명확해져야 합니다.
사람 없는 매장은 가능하지만, 책임 없는 매장까지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AI경기방송 현준호 대표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