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
“여행 적금인 줄 알았는데” 만기에도 원금 85%만…골프장서 가입한 장기 여행상품 주의보
AI경기방송 · 2026.10.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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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시작된 장기 여행상품의 함정

여행 적금인 줄 알았는데…원금이 사라졌다

 

[AI경기방송=기획취재]


[앵커]

골프를 치고 나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할 테니 여행상품 설명을 들어보라는 권유, 받아보신 분들 있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몇 년 뒤 크루즈나 해외여행을 가는 장기 여행상품을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막상 여행을 가려고 하면 예약이 쉽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원금을 크게 손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만기까지 3천300만원 넘게 납부하고도 원금의 85%만 돌려받은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가입자는 540만원을 납부한 뒤 해지를 문의했더니 30%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장기 선불 여행상품, 정말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인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마친 뒤,

“점심을 제공할 테니 여행상품 설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이런 권유를 받고 참석한 크루즈 여행 설명회.

 

화려한 크루즈 사진과 해외여행 일정이 소개되고,

매달 일정 금액을 몇 년 동안 납부하면 나중에 크루즈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한꺼번에 목돈을 내는 게 아니라 매달 조금씩 돈을 내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치 ‘여행 적금’을 붓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 적금과는 전혀 다른 구조입니다.

 

 

한 법인 가입자는 지난 2019년 우수직원 표창시 부상으로 주기위한 복지방안으로 A업체의 장기 크루즈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매달 44만원씩 모두 76번.

총 3천344만원을 내는 계약이었습니다.

 

계약상 만기는 2025년 8월.

가입자는 돈을 모두 납부한 뒤 실제 크루즈 여행을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일정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회원증서에는 여행 출발 최소 210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무려 7개월 전입니다.

원하는 일정이나 인기 상품을 이용하려면 이보다 더 일찍 예약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7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전에 해외여행 날짜를 확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행을 포기하고 돈으로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3천344만원을 모두 납부하고 만기까지 지났는데도 원금 전액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계약서에 적힌 만기 환급률은 85%.

3천344만원 가운데 돌려받은 돈은 2천842만4천원.

 

원금보다 501만6천원이 적었습니다.

 

돈을 수년 동안 모두 납부하고 만기까지 기다렸는데도,

현금으로 돌려받는 순간 원금의 15%가 줄어든 겁니다.


[기자]

더 큰 문제는 중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입니다.

A업체의 당시 계약서에 첨부된 해약환급률표를 보면,

초기에는 환급률이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가입 초기 사정이 생겨 계약을 포기하면,

지금까지 낸 돈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오랫동안 납입해야 환급률이 올라가고,

끝까지 납부해도 이 계약의 경우 현금 환급률은 85%에 그쳤습니다.


[리포트]

또 다른 B업체 상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가입자는 역시 골프장에서 점심을 제공받으며 여행상품 설명을 들은 뒤 장기 크루즈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수년 동안 납부한 돈은 약 540만원.

더 이상 납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해지를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가입자에 따르면 업체 측은 현재 계약을 해지할 경우,

낸 돈의 약 30%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540만원의 30%는 162만원.

단순 계산하면 378만원가량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인터뷰 / 가입자]

“500만원이 넘는 돈을 몇 년 동안 냈는데
지금 해지하면 30% 정도밖에 못 받는다고 하니까 황당했죠.
그러면 지금까지 낸 돈을 여행에라도 쓰자고 생각한 겁니다.”


[리포트]

업체 측은 이 상품 구조에 대해 가입자에게,

이른바 ‘상조회와 비슷한 방식’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달 돈을 내고 나중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이고,

중간에 해지하면 납입기간에 따라 정해진 환급률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결국 자신의 통장에 돈을 저축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기자]

그러자 가입자들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해지해서 큰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여행을 가자.”

크루즈 대신 해외 골프여행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하이난과 치앙마이, 마닐라 골프여행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행가격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이난은 이코노미 항공과 비즈니스급 호텔 2인1실, 54홀 일정에 1인당 약 191만원.

치앙마이는 3박5일, 54홀에 약 204만8천원.

마닐라는 3박5일에 골프가 36홀인데도 1인당 약 272만원이 제시됐습니다.

 

일부 상품은 중식과 석식이 빠져 있고,

캐디팁과 개인경비 등도 별도로 내야 했습니다.

 

가입자들은 비슷한 일정의 항공권과 호텔, 골프장을 직접 예약하거나 일반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해,

과연 회원에게 제공되는 상품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인터뷰 / 가입자]

“이미 몇 년 동안 돈을 맡겨 놨잖아요.
그 돈을 쓰려고 여행을 가는데 또 돈을 많이 보태야 하고,
가격도 직접 알아본 것보다 비싸다고 느껴지니까
도대체 왜 몇 년 동안 돈을 미리 냈나 싶은 거죠.”


[리포트]

결국 소비자는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해지하자니 원금 손실이 크고,

계속 납부하자니 앞으로도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여행을 가려고 하면 원하는 날짜와 상품을 선택하기 어렵고,

업체가 제시하는 여행가격까지 시중보다 비싸다면 선택지는 더욱 좁아집니다.


[기자]

무엇보다 이런 상품을 ‘여행 적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은행 적금은 만기까지 약정조건을 충족하면 원금에 이자를 받습니다.

 

하지만 장기 여행상품은 미래에 제공받을 여행서비스의 대금을 미리 내는 구조입니다.

계약조건에 따라 중간에 해지하면 납입한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모두 납부하고 만기가 지나도 원금 100%를 현금으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리포트]

여행을 실제 이용한다고 모든 비용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A업체 회원증서에는 유류할증료와 세금,

특수지역 추가요금,

객실 업그레이드 비용 등이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환율이 계약 당시보다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추가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돈을 미리 냈다고 해서 미래의 여행가격이 완전히 고정되는 것도 아닌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소비자는 한 가지 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달 20만원을 7년 동안 자신의 통장에 저축하면 원금은 1천680만원입니다.

8년이면 1천920만원.

10년이면 2천400만원입니다.

 

본인 명의의 예금이나 적금으로 모았다면 원금은 그대로 자신의 것이고,

상품에 따라 이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 여러 여행사를 비교해 가장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크루즈를 갈지,

골프여행을 갈지,

동남아를 갈지 유럽을 갈지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행 계획이 바뀌면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리포트]

반면 특정 여행업체에 7년, 8년, 10년씩 돈을 미리 납부하면 상황이 다릅니다.

중간에 생각이 바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끝까지 납부해도 계약에 따라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행 일정과 상품 역시 업체가 제공하는 조건 안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기자]

판매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옵니다.

골프를 치러 온 고객들에게,

“점심을 제공할 테니 설명만 한번 들어보라”고 권유하고,

식사를 하면서 수년짜리 장기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골프장 안에서 진행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골프장에서 하는 행사니까 어느 정도 검증된 업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계약 상대방은 골프장이 아니라 별도의 업체입니다.

나중에 환불이나 계약분쟁이 발생한다고 해서 골프장이 책임지는 것도 아닙니다.

 

골프장이 이런 장기 선불상품 판매장소를 제공할 경우,

업체의 신뢰성과 환급조건, 소비자 보호장치 등을 충분히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클로징]

여행은 몇 년 뒤의 계획입니다.

그동안 건강도,

사업이나 직장 상황도,

가족 일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여행지 역시 바뀔 수 있습니다.

 

수년 동안 특정 업체에 돈을 미리 맡겨놓고,

해지하면 원금을 크게 손해 볼 수 있고,

끝까지 납부해도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막상 여행을 이용하려니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진다면,

소비자는 반드시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이 회사에 몇 년 동안 돈을 미리 맡겨 놓아서 얻는 실질적인 이익은 무엇인가.”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점심 한 끼와 화려한 크루즈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몇 년 뒤 내가 실제로 돌려받을 돈과 이용할 수 있는 여행의 가치입니다.

장기 여행상품에 가입하기 전,

만기 환급률과 중도해지 환급금,

예약조건과 추가비용,

그리고 같은 여행을 직접 예약할 경우의 가격까지 반드시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AI경기방송 대표기자 현준호였습니다.


※ 기사에 등장하는 업체와 가입자는 분쟁 가능성과 개인정보 보호 등을 고려해 익명으로 표기했습니다.
※ 각 업체의 환급조건과 계약내용은 상품과 가입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해당 업체의 공식 입장은 추가 취재를 통해 반영할 예정입니다.

※ AI경기방송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합니다. 기사 내용에 대한 정정·반론·제보는 오보·정정보도 요청을 통해 접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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