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연과 아쉬웠던 산 정상의 알라아르차... 공사중 🚫 출입금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까지
【AI경기방송 = 특별기획】
비행기를 타면 비교적 간단한 길이지만, 이번에는 육로로 국경을 넘어보기로 했습니다.
중앙아시아 여행의 네 번째 나라,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알마티에 도착한 뒤, 비슈케크로 가기 위해 차량 호출 앱 얀덱스 고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택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10분, 20분, 결국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공항 주변에는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돌풍까지 몰아치면서 더 이상 밖에서 마냥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때부터 계속 따라다니며 자신의 차를 이용하라고 권유하던 한 호객꾼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얀덱스 고에서 확인했던 요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몇 차례 흥정 끝에 결국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차에는 이미 한 여성 승객이 앞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40대 중반 정도의 이 여성은 두바이에서 일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 정도 고향인 비슈케크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같은 차를 타게 된 승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우연한 만남은 몇 시간 뒤 예상하지 못했던 도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비슈케크를 향해 한참을 달리던 중 운전기사가 갑자기 현금으로 요금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차를 소개했던 사람은 처음에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얀덱스 고를 이용할 때도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했기 때문에 현금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이동 도중 휴게소에 들러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처음 약속과 달라 다소 불쾌했지만 낯선 나라에서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연결하는 육로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차량에서 내려 직접 캐리어를 끌고 국경을 넘어야 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출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짐을 끌고 이동해 키르기스스탄 입국 심사를 받았습니다.
국경을 모두 통과하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국경.
그런데 뜻밖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함께 차를 타고 왔던 여성 승객의 가족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여성의 오빠인 브라드 씨가 호텔까지 태워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걱정하며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의 차를 타고 비슈케크 시내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알마티 공항에서 우연히 같은 차에 올라탄 인연이 국경을 넘어 비슈케크의 호텔까지 이어진 겁니다.
여행에서는 유명 관광지보다 때로는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의 만남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비슈케크 여행에서 기대했던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비슈케크 남쪽 산악지역에 자리한 알라아르차는 거대한 산맥과 협곡, 침엽수림이 어우러진 키르기스스탄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입니다.
입구부터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이어지는 계곡과 짙은 침엽수림이 펼쳐졌고, 산 위로 올라갈수록 아래쪽 계곡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갔습니다.

사진 속에서도 거대한 산줄기와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관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정상부를 둘러보려 했지만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공사 중이어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멀리까지 올라왔지만 실제 정상부에서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웅장한 산세를 눈앞에 두고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결국 잠시 풍경을 바라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그래도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알라아르차의 풍경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험준한 암벽과 초록빛 산등성이, 깊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는 중앙아시아 산악지대 특유의 거대한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비슈케크에서 또 하나 처음 경험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을 시작한 뒤 네 번째 국가에 와서 처음으로 발마사지를 받아봤습니다.
밤길을 걸어 찾아간 마사지숍에는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긴 이동과 국경 통과, 산악 관광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볼 생각이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마사지 실력이 썩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결국 이번 여행에서 마사지는 그날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알마티에서 시작해 육로 국경을 넘어 비슈케크까지.
택시가 잡히지 않아 시작된 난감한 상황과 예상 밖의 현금 요구, 직접 캐리어를 끌고 넘은 국경, 우연히 만난 여행자의 가족이 베풀어준 친절, 그리고 알라아르차의 웅장한 풍경과 공사로 인한 아쉬움까지.
계획대로 흘러간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예상 밖의 순간들이 오히려 여행을 기억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중앙아시아 네 번째 나라 키르기스스탄.
주노의 보행기는 이제 비슈케크의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갑니다.
AI경기방송, 주노의 보행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