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트빌리시와 또 달랐다…직접 걸어본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옛 소련의 호텔에서 초현대식 신도시까지…타슈켄트의 두 얼굴
72만7천 숨짜리 저녁 한 끼…타슈켄트에서 만난 중앙아시아의 오늘
호텔은 50년 전으로, 도시는 미래로…타슈켄트에서 보낸 뜨거운 하루
【AI경기방송 = 특별기획】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시작해 조지아 트빌리시를 거쳐 도착한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의 세 번째 나라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타슈켄트에 첫발을 내딛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화려한 건물도, 낯선 언어도 아니었습니다.
“덥다.”
그 한마디였습니다.
조지아보다 확실히 더웠고, 앞서 여행했던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비교해도 체감되는 더위가 상당했습니다.
그렇게 ‘주노의 보행기’ 타슈켄트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 타슈켄트의 상징 ‘호텔 우즈베키스탄’…그런데 방이 덥다
숙소는 타슈켄트를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호텔 우즈베키스탄이었습니다.
1974년부터 운영된 호텔로 소개되고 있으며, 타슈켄트 중심부 아미르 티무르 광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호텔은 타슈켄트의 소련 시대 건축과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처음 호텔을 선택할 때도 이런 상징성이 컸습니다.
단순히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니라 옛 소련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직접 하룻밤을 보내보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숙박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냉방이 문제였습니다.
밖은 무더운데 객실에 들어가도 좀처럼 시원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호텔 측에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새로운 방으로 옮기면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꾼 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어컨을 가동해도 객실의 더위가 제대로 가시지 않았습니다.
최근 다른 이용객들의 후기에서도 객실이 오래됐다는 평가와 함께 냉방이 약했다는 경험담이 확인됩니다. 물론 객실마다 상태가 다를 수 있어 모든 객실의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직접 겪은 불편만큼은 상당했습니다.
■ “방보다 로비가 낫다”…늦은 밤까지 호텔 로비에서
결국 선택한 방법은 조금 황당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호텔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로비에서 쉬다가 잠을 잘 시간이 되면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아침도 문제였습니다.
잠에서 깨면 방 안의 더위가 다시 느껴졌습니다.
여행에서 좋은 호텔이 반드시 비싼 호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 씻고, 잘 자고, 다음 날 다시 걸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잠’이 어려워지면 여행자의 피로도는 크게 달라집니다.
호텔 우즈베키스탄은 분명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곳입니다.
위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에 이곳을 숙소로 선택한다면 객실의 냉방과 시설 상태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게 직접 숙박해 본 여행자의 생각입니다.
■ 호텔 밖으로 나오니 전혀 다른 타슈켄트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호텔을 나와 도시를 걷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오래된 호텔에서 느낀 ‘구소련의 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가 펼쳐졌습니다.
잘 정비된 넓은 도로와 공원.
곳곳에 심어진 나무와 화단.
그리고 그 뒤로 솟아오른 유리 외벽의 고층 빌딩들.
타슈켄트는 과거 소련 시대의 흔적과 현대적인 도시 개발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
타슈켄트시 역시 이 도시를 동양의 전통과 소련의 유산, 새로운 도시개발이 함께 존재하는 현대적인 대도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우즈베키스탄과 직접 걸어본 우즈베키스탄 사이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타슈켄트 시티 일대는 더욱 그랬습니다.
고층 건물과 넓은 녹지, 산책로와 수변 공간이 어우러지면서 제가 여행 전에 상상했던 중앙아시아 도시와는 상당히 다른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 오래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공원과 고층빌딩이 만든 반전

걸음을 옮길수록 타슈켄트의 현대적인 모습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넓게 확보된 보행공간과 녹지.
현대적인 고층빌딩 사이로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또 다른 곳에서는 가족과 연인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도시가 사람을 위한 공간을 상당히 넓게 확보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래된 건축물과 초현대식 건물의 대비가 재미있습니다.
몇십 년 전 소련 시대의 건물을 지나 조금만 이동하면 완전히 새로운 신도시가 나타납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묘하게 한 도시에 겹쳐 있습니다.
타슈켄트의 매력은 어쩌면 바로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여행하면 결국 먹어야 한다…타슈켄트에서 만난 스테이크

많이 걸었으니 이제 먹을 차례입니다.
사진 속 식당은 분위기부터 꽤 고급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날 선택한 메뉴는 스테이크.
두툼한 고기가 나무 보드 위에 올라왔습니다.
맥주도 한잔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계산서를 받아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숫자부터 놀랄 만합니다.
727,000숨.
영수증에는 뉴욕 스테이크 602,000숨, 맥주 두 잔 9만6천숨, 페퍼소스 2만9천숨 등 모두 72만7천숨이 찍혀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화폐 단위가 워낙 크다 보니 처음에는 상당히 비싸 보입니다.

해외여행에서는 이런 것도 재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화폐로 계산하다 보면 식사를 마치고도 휴대전화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비로소 “아, 이 정도 썼구나” 하고 감이 옵니다.
그리고 여행 중 하루쯤은 이런 식사도 괜찮습니다.
하루 종일 걸었으니까요.

■ 해가 지자 완전히 달라진 도시
저녁이 되면서 타슈켄트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바뀌었습니다.
향한 곳은 매직시티(Magic City).
매직시티는 타슈켄트 중심부에 조성된 대규모 복합 테마공간으로, 다양한 도시의 건축양식을 재현한 거리와 상점, 카페, 레스토랑, 놀이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식 소개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대규모 사계절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설명합니다.

해가 지고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낮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려한 건물 외벽과 조명, 음악, 가족 단위 방문객들까지.
거리에는 사람들이 계속 모여듭니다.
처음 이곳에 서면 순간적으로 “여기가 정말 우즈베키스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가난한 중앙아시아’라는 선입견을 지워버린 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
낡은 건물.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수준.
그리고 아직 개발이 덜 된 도시.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타슈켄트는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대규모 상업시설과 공원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가족들은 밤늦도록 공원과 상업시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화려한 신도심 몇 곳만 보고 우즈베키스탄 전체의 생활수준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직접 걸어본 타슈켄트는 여행 전에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도시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활기찼습니다.
뜨거웠지만 기억에 남은 타슈켄트의 첫날
타슈켄트의 첫날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강렬했습니다.
조지아와 알마티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졌던 날씨.
50년 넘은 호텔에서 겪은 냉방 문제.
더위를 피해 늦게까지 머물렀던 호텔 로비.
그리고 호텔 밖으로 나오자 펼쳐진 현대적인 고층빌딩과 잘 정비된 공원.
저녁에는 스테이크와 맥주 한잔.
그리고 해가 진 뒤 만난 화려한 매직시티까지.
하루 안에서 오래된 소련의 흔적과 새로운 우즈베키스탄을 모두 만난 셈입니다.
여행은 좋은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방이 너무 더워 잠을 설치는 것도 여행이고, 낯선 화폐 단위가 찍힌 영수증을 들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도 여행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편함까지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 가장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타슈켄트의 첫날도 그랬습니다.
화려했고,
더웠고,
조금은 고생스러웠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AI경기방송 ‘주노의 보행기’.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조지아 트빌리시를 지나 도착한 세 번째 나라, 우즈베키스탄.
이제 본격적으로 타슈켄트의 속살을 걸어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