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 5만원·친구 10만원·절친 30만원?…결혼식 초대장이 무서운 직장인들
“청첩장 4장 받으면 월급이 흔들린다”…축의금·조의금도 고물가 시대
축하할 일인데 통장부터 걱정…‘축의금 얼마 내야 하나’ 대한민국의 고민
“5만원 내면 눈치, 10만원 내면 부담”…경조사비에도 인플레이션 왔다
“축하합니다.”
결혼 소식을 들으면 당연히 먼저 나와야 할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직장인들에게는 이 말과 거의 동시에 떠오르는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내지?’
최근 온라인과 SNS에서는 이른바 ‘절대 욕 안 먹는 혼식 축의금 정리’ 같은 축의금 기준표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기준도 아니고 반드시 따라야 할 사회적 규칙도 아닙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요즘 사람들이 경조사비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 “같은 층 직장동료면 5만원, 같은 팀이면 10만원?”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기준표를 보면 직장동료부터 계산이 시작됩니다.
같은 층에서 근무하지만 눈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라면 5만원.
같은 팀에서 매일 얼굴을 보고 일하는 사이라면 10만원.
퇴사한 뒤 연락도 없다가 청첩장만 보내왔다면?
‘0원, 안 보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냉정해 보이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웃으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평소 연락 한 번 없다가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도착하는 모바일 청첩장.
축하해야 할지, 계좌번호부터 확인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순간입니다.
■ 친구도 등급이 있다?…5만원에서 50만원까지
친구라고 모두 같은 금액도 아닙니다.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라면 5만원.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라면 10만원.
그리고 정말 가까운 절친이라면 30만원에서 50만원 이상이라는 기준까지 등장합니다.
친인척으로 넘어가면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명절 때나 만나는 친척은 10만원.
가까운 사촌은 20만~30만원.
조카 정도가 되면 50만~100만원 이상이라는 기준까지 나옵니다.
그야말로 인간관계가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입니다.
■ “예전에 나한테 얼마 했더라?”
가장 현실적인 계산법도 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상대방에게 받은 금액입니다.
몇 년 전 상대방이 내 결혼식에 5만원을 냈다면 똑같이 5만원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가입니다.
몇 년 전 받은 5만원을 그대로 돌려주면 되는 것인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0만원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경조사비에도 이른바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겁니다.
■ 문제는 결혼식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혼식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하면 축의금.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조의금.
아이를 낳으면 출산 선물.
돌잔치가 있고 부모님 칠순과 팔순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할수록 거래처와 동료, 친구, 친척까지 경조사의 범위는 계속 넓어집니다.
한 달에 결혼식 한두 번이라면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봄이나 가을 결혼철에 청첩장이 네다섯 장씩 몰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10만원씩만 내도 40만~50만원입니다.
여기에 직접 참석하면 교통비와 주차비, 옷값까지 들어갑니다.
가족이 함께 참석한다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축하하러 가는 길인데 통장 잔액부터 확인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 5만원의 고민…“식사하면 민폐인가?”
특히 최근 가장 애매해진 금액이 5만원입니다.
예전에는 직장동료나 지인의 결혼식에 5만원 정도가 일반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예식장 식대가 크게 오르면서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하는 경우 5만원을 내기가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웃지 못할 공식까지 등장합니다.
‘안 가면 5만원, 가서 밥 먹으면 10만원.’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뷔페 가격을 먼저 계산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 조의금은 더 어렵다
조의금은 축의금보다 더 조심스럽습니다.
결혼식은 참석하지 않는 선택도 비교적 자유롭지만 장례식은 인간관계와 예의라는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직장 상사나 동료의 부모상,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의 부모상이라면 가지 않기도 어렵습니다.
금액을 너무 적게 하면 마음에 걸리고, 경조사가 연달아 발생하면 가계에는 부담이 됩니다.
특히 직장생활을 오래한 40~60대에게 경조사비는 이제 무시하기 어려운 고정성 지출이 되고 있습니다.
■ 경조사비가 인간관계의 가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경조사는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문제는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점점 금액으로 평가되는 분위기입니다.
5만원을 냈느냐, 10만원을 냈느냐.
누가 얼마를 냈는지 기록해 두었다가 상대방 경조사 때 똑같이 돌려주는 문화까지 생겼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축의금과 조의금은 선물이라기보다 사실상 장기간에 걸친 ‘인간관계 적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AI경기방송의 시선
축의금에 정답은 없습니다.
직장동료라고 반드시 5만원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라고 반드시 10만원 이상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축의금 기준표 역시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표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물가는 올랐고,
외식비도 올랐고,
예식장 식대도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축의금과 조의금까지 함께 올라버렸습니다.
축하할 일이 생겨도 부담스럽고,
슬픈 일이 생겨도 통장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내야 욕을 먹지 않을까’를 정하는 새로운 기준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5만원이면 어떻고 10만원이면 어떻습니까.
형편에 맞게 마음을 전하고, 받은 사람 역시 금액보다 찾아와준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문화.
경조사비 인플레이션 시대에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AI경기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