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 중 양압기 사용했다가 환수 통보 잇따라
의료계 “치료 목적 사용까지 부정수급 취급은 과도”
법제처도 제도 개선 필요성 언급… 국회는 손 놓고 있나
■ 앵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하는 양압기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 중에도 치료를 위해 양압기를 사용했다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환수 통보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의사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았을 뿐인데 부정수급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리포트
양압기는 수면무호흡증과 심한 코골이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치료 장비입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뒤 전문의 진단을 거쳐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로 인정받고, 양압기를 처방받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갑니다.
문제는 해외 체류 기간입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해외 체류 중 사용한 양압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해외 출장이나 여행 중에도 치료 목적으로 양압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귀국 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환수 통보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 사이에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의료기기인데 왜 보험 혜택을 다시 반납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환자들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이득금 환수 대상이라는 내용의 통보서를 받은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합니다.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했을 뿐인데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이나 사업가들의 경우 치료를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의료계도 문제 제기
의료계 역시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수면의학 분야 전문의들 가운데서도 해외 체류 중 양압기를 사용했다가 환수 통보를 받은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면무호흡증이 단순한 코골이가 아니라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뇌졸중, 치매 위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합니다.
때문에 양압기 치료는 선택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치료 행위이며,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치료의 필요성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보험 적용을 배제하는 현행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법제처도 “개선 검토 필요”
논란이 커지자 법제처도 관련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법제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해외 체류 기간에는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양압기 급여 역시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동시에 수면무호흡 환자의 일시적인 해외 체류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현행 법 규정은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 환수 사례 급증
문제는 이 같은 환수 사례가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련 업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양압기 관련 요양비 환수 고지가 1만7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들은 “며칠간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왔을 뿐인데 몇 달 뒤 갑자기 환수 통보를 받는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형평성 논란도 확산
일부 환자들은 건강보험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범위는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반면, 국내 환자들은 의사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다가 해외 체류를 이유로 환수 대상이 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와 양압기 급여 환수 문제는 법적으로 별개의 사안이지만, 환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공단도 개선 검토
건강보험공단 역시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단은 해외 체류 중 양압기 사용에 따른 환수 규정과 관련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는 상태입니다.
■ 클로징
양압기는 단순한 생활 편의 장비가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치료 장비입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단기 출장이나 여행까지 부정수급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현행 제도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제처마저 제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언제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AI경기방송/김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