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선 돌파에 국민연금 내 국내 주식 비중 30% 육박…목표치 크게 상회
오늘(28일) 기금위 개최, 향후 5년 자산배분안 의결 예정…증시 수급 최대 분수령
기계적 매도 시 수백조 매물 충격 우려 vs 비중 상향 통한 연금 고갈·분산투자 훼손 우려 팽팽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자산의 비중을 대대적으로 리밸런싱(재조정)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최근 코스피 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급등해, 기존에 설정했던 자산 배분 가이드라인의 상한선을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적립금 규모는 최근 코스피 급등에 힘입어 1700조~1800조 원 안팎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8000선 고지를 밟으면서 국민연금 내 국내 주식 평가액은 535조 원(27일 장중 고가 기준)을 넘어섰다. 전체 운용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29.7%까지 치솟으며 3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당초 설정했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인 14.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시장 참여자들의 눈동자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되는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결과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오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의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뼈대를 구성하는 자리인 만큼,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분수령으로 꼽힌다.
현재 허용 가능한 전술적자산배분(TAA)의 최상단 범위(19.9%)를 적용하더라도 현 자산 비중이 너무 높아, 원칙적인 목표치 충족을 위해 기계적인 매도에 나설 경우 최소 170조 원에서 최대 255조 원 규모의 매물 폭탄이 증시에 쏟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감안해 급격한 자산 매각보다는 목표 비중 자체를 높이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수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노출도를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리밸런싱 유예 조치를 연장하거나 채권 비중을 줄여 주식 비중을 넓힐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며 국민 자산의 증시 유입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도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 1월에도 기금위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고 기계적 리밸런싱을 유예한 바 있으나, 해당 유예 조치는 오는 6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쏠림 현상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내 한국 증시의 비중이 1%대 후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자산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인 '글로벌 분산투자'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향후 연금 지급액이 수입액을 넘어서는 시기가 오면, 역으로 국내 증시에서 자산을 대거 매각해야 해 장기적으로 증시에 더 큰 구조적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연기금 고갈 우려가 깊어지는 시점인 만큼 자산배분의 고도화가 절실하다"면서도 "상법 개정 등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과 재평가(Re-Rating)에 따른 기대수익률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의 전향적인 상향 검토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AI경기방송/이석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