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증가·수요 둔화·중국 추격 겹치며 ‘피크아웃’ 우려 대두
증권사별 시각차 뚜렷… “보수적 조정” vs “과매도 구간 속 역발상 상향”
한때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장기화를 점치며 파격적인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증권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며 눈높이를 대폭 조정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공급 과다와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이다.
11일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9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22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각각 낮췄다.
앞서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420만 원대에서 27만~30만 원대 수준으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래에셋증권(37만 원), 신한투자증권(45만 원), 삼성증권(40만 원) 등이 목표가를 내리며 보수적인 전망으로 선회했다.
증권사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주된 이유는 반도체 업황의 정점(피크아웃)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적 전망치 하향: 키움증권은 당초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았던 메모리 호황이 내년부터 둔화할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2028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5~26% 가량 대폭 낮췄다.
공급 증가 및 수요 둔화: 스마트폰 및 PC용 범용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는 반면,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 물량은 2027년부터 본격화되어 전체 업황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장비 국산화를 바탕으로 PC, 서버,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목표가 하향을 전체 반도체 비관론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증권사별로 실적과 업황을 바라보는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낙관론 (목표가 유지 및 상향):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며 목표주가 60만 원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가격 상승과 HBM 가격 효과를 근거로 오히려 목표주가를 47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들은 단기 주가 급락(고점 대비 30~50% 하락)을 ‘과매도 구간’으로 진단하고 있다.
보수론: 반면 대다수 증권사는 주가 변동성 확대와 구조적 공급 리스크를 반영해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실적 발표와 수급 상황에 따라 증권가 전망의 셈법은 더욱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