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두 달째, 디플레이션 재앙 덮칠까?

  • 입력 : 2019-10-01 19:01
  • 수정 : 2019-10-02 05:02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두 달째 마이너스 기록. 경제전문가들 '디플레이션' 우려
▪인플레보다 나쁜 디플레...기업 생산성 떨어지고 일자리 줄어. 美대공황도 디플레 참사
▪ 정부 "디플레 아냐...기조적으로 하락현상 굳어지지 않았다"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방송일시: 2019년 10월 1일 (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김대호 글로벌이코니믹연구소장

▷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 ‘소’) : 흔히 그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외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어떤 원인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 되는지 알아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이하 ‘김’) : 안녕하세요.

▷ 소 : 소비자물가,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 여러 개념들이 있는데. 일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두 달 째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소비자 물가는 무엇입니까?

▶ 김 : 보통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가격이 붙잖아요. 그 가격은 개별 상품에 대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하루에 살면서 밥도 사먹고 차도 타고 하면서 여러 상품을 만나게 됩니다. 그 여러 상품의 가격을 평균한 것을 물가라고 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고기를 많이 먹고 어떤 사람은 채소를 많이 먹다보니 사람마다 느끼는 물가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세계 만국 공통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만들어놨습니다. CPI(Consumer Price Index)라고 하는데. 최근 5년 간 가장 거래가 많았던 품목들의 통계를 잡아서 가중치를 잡아 물가를 파악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460개 품목을 잡고 있습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많이 거래되면 그것이 물가로 잡히는 것이죠. 어쨌든 시중에서 거래되는 460개 품목의 평균 가중치가 소비자물가지수고요. 그 다음 또 하나는 도매 물가지수입니다. 도매 물가지수는 공장에서 나올 때의 가격인데 그것의 가중치를 내는 거고. GDP, GNP라는 것은 국민소득, 즉 지나간 물가입니다. 미리 잡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 1개월 2개월 또는 1년 더 지나간 국민소득을 두고 거기서 가격이 얼마나 됐는지 역추적하는 것인데. 세 개가 각자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만. 국민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소비자물가고요. 나라 경제를 꾸려가는데 있어 중요한 물가는 GDP나 GNP고. 도매물가는 소매물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행지표로써 공장과 기업에 중요한 것이죠. 각자 나름대로의 특성과 장단점이 있습니다.

▷ 소 : 일단 사상 첫 두 달째 마이너스 물가라고 하는데요. 그러면 국민 입장에선 좋아햐 하는 것 아닌가요?

▶ 김 : 1차적으로는 좋죠.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같은 급여로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선 더 적은 돈으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소득이 늘어난 것입니다. 굉장히 좋은 것이고요. 그리고 우리는 건국 이후로 계속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인플레 구조 아래 살아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로는 계속 인플레 기조하에 있었기 때문에, “물가를 잡자”해서 전국민이 총력전을 펴기도 하고 물가를 잡아서 낮으면 낮을수록 더 좋다고 인식해왔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물가가 높을 때 이야기고요. 지금처럼 물가가 떨어지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합니다. 경제학에서는 물가가 심하게 떨어지면 인플레보다 더 나쁘다 보고 있어요. 물가가 떨어지면 생산활동이 마비되고 소비활동도 줄어들고 일자리도 없어지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거든요. 아무튼 현재 상태는 물가가 떨어지고 있어서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디플레가 계속되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없어져서 국민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 소 : 일단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말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좋긴 한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윤이 안 남는다는 건가요?

▶ 김 : 이윤이 안 남는 정도가 아닙니다. 물가가 가파르게 계속 떨어진다고 하면 기업체에서는 물건을 만들어 팔기까지 생산의 소요 기간이 듭니다. 원자재를 구매해 공장을 돌려서 두 달 세 달 또는 1, 2년 지나 물건을 팔게 되는데. 자동차를 한 대 만들 때 많은 부품을 들여 만드는데. 부품을 살 때는 물가가 비쌌는데 그것을 가공해 자동차를 내다팔 때 가격이 떨어지면 부품가격보다 자동차 가격이 더 싸지는 결과가 생기게 되는 거예요.

▷ 소 : 그럼 기업으로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네요.

▶ 김 : 그렇죠.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을 안 하는 게 유리해지는 겁니다.

▷ 소 : 생산을 안 하면 직원을 더 쓸 일이 없어지는 거고요. 그러면 감원, 구조조정을 하고. 그러다보면 실직자가 늘어나고. 그 물건을 사줄 소비자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 김 : 그러다 보면 물가는 더 떨어지는 거죠. 이것이 디플레 공포입니다. 실제로 1929년 미국 대공황이라든지 그 전에 있었던 많은 경제공황은 인플레 때문이 아니라 디플레 때문에 생겼습니다. 인플레에서는 물가가 올라가더라도 내가 덜 쓰면 참을 수 있는데 디플레에서는 아예 내 소득이 없어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우려가 생기는 겁니다.

▷ 소 : 이해가 갑니다. 그럼 물가가 떨어져도 안 되고 마구 뛰어도 안 되고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주는 게 맞겠네요.

▶ 김 : 그렇습니다. 통상적으로 2%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약간씩 올라가줘야 그것이 생산 동력에 인센티브를 주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많이 올라가도 안 되지만 스테디하게 적정하게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것. 한국도 그렇고 미국 중앙은행 연준도 목표를 2%로 잡고 있는데. 이게 노력해도 잘 안 올라갑니다. 한은의 이주열 총재의 경우 “물가가 2% 올라가면 한 턱 쏘겠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외려 지금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이에요.

▷ 소 : 그런데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떨어졌다고 나오는데. 문자를 보면 “체감이 잘 안 된다, 어떤 물가가 떨어졌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 올라옵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다른 통계인 것 같은데 왜 이런 격차가 생길까요?

▶ 김 : 앞서 말씀드린대로 소비자 물가지수는 460개 종목을 가중 평균한 것인데. 460개 품목이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내가 쓰는 비중과 CPI가 잡는 가중 평균비중하고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제가 460개 품목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뜯어봤습니다. 이번 달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은, 경기도가 고교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는 바람에 고등학생들의 식비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졌어요. 약 60~70% 정도.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학비도 지금 무상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것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의료비인데요. 정부가 국민의료부담경감책으로 똑같은 사안에 대해 정부의 의료비부담을 늘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병이 있을 때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것보다 현재 공단 부담이 커져서 그 부담도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나중에 세금을 많이 내면 세월이 지났을 때 같아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로서는 의료비 부담이 줄었다는 게 정부의 공식 발표고요. 또 하나는 채소값입니다. 채소 값이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무는 50% 떨어졌고요. 배추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기억해보면 워낙 날씨가 무더웠기 때문에 생산, 작황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물가라는 것은 전년 동기 대비를 하게 되니까 지난해 작황이 안 좋아 채소 물가가 굉장히 높았는데 그에 비하면 올해는 작황이 아주 좋거든요. 그러다 보니 채소값이 많이 떨어진 거예요. 이 네 가지 요인이 물가하락을 견인한...그런데 만약 자기 집에 고등학생이 없다든지 채소를 많이 안 먹는다든지.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느낄 때는 물가가 별로 안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오히려 반대로 물가가 오른 종목은 서비스 요금입니다. 음식료, 식당, 가사도우미...정부가 최저임금을 도입하면서 시간당 임금이 올라가니 가격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외식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경우 물가가 올랐다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 느낌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만 국민 전체를 평균하니 오히려 떨어졌더라는 겁니다.

▷ 소 : 사람마다 소비패턴이 다르니까요. 국민 전체가 자주 사는 품목 460개를 놓고 전체 평균을 보니 소비자물가는 떨어졌다, 이런 이야기신 거죠?

▶ 김 : 그렇습니다.

▷ 소 : 그럼 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마이너스가 기록했다고 하는데 그럼 디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는 겁니까?

▶ 김 : 물가가 떨어지는 것과 디플레이션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물가는 올랐다 내려갔다, 한두 달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떨어졌다가 오를 수도 있고요. 김용범 기재부 차관도 “디플레 아니다”라고 발표했는데. 그렇게 보는 것은 ‘물가가 한두 달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게 기조적으로 굳어지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디플레가 됐을 때 기업이 생산을 줄여서 경제 공황이 오는 것은 지속적으로 물가가 떨어졌을 때 기업들이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게 되는 거죠. 한두 달 물가가 떨어져서는 심각한 사태가 오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물가가 기조적으로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이 생산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다, 라는 거죠.

▷ 소 : 그렇다고 하면 다음 달에도 다다음달에도 계속 떨어지면 점점 디플레 우려는 커지겠네요?

▶ 김 : 그렇습니다. 김용범 차관이 오늘 거시경제확대 대책회의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오히려 “연말 되면 물가가 오를 것이다.”하고 있어요. 기재부 예상치로는 12월 정도 되면 0.5~0.6%까지 올라갈 걸 보고 있어요. 내년되면 1%정도 올라가고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어요. 지금 물가가 서너 달 간 계속 하락할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올라갈 요인이 많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경제적 현상이 그대로 간다는 전제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 등 협상이 잘 안 되면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칫 하면 디플레로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예의주시할 상황입니다.

▷ 소 :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방송 듣고 청취자 분들은 디플레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림이 잘 안 그려지실 것 같아요. 사례를 말씀해주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일본의 10년 저성장, 이런 거라고 볼 수 있는 겁니까?

▶ 김 : 그렇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일본을 가보면 느끼겠지만 경제 활력이 거의 없어요. 약 30년 전부터 일본에 돈이 돌지 않고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죠. 대신 저축만 자꾸 늘립니다. 한때 우린 저축이 늘면 나라가 부강해진다 했지만 그건 인플레 기조 하에서 좋은 것이지. 디플레 기조 하에서 저축을 늘리면 저축한 돈이 투자로 가지 않기 때문에 다같이 망할 수 있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2차 대전 직전인 1929년 미국 대공황(Great Deflation), 그때 미국의 생산활동과 경제활동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산활동이 좋은 와중에도 소비가 줄어들면서 물건이 안 팔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보니 공장이 문을 닫고. 닫다보니 사람을 줄이고 사람을 줄이니 실업자가 늘어나고. 그 디플레 기간이 무려 10년 정도 갔습니다.

▷ 소 :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여기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념정리가 잘 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김대호 글로벌이코니믹연구소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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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