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분노'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 이례적 미국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 입력 : 2019-10-16 18:59
  • 수정 : 2019-10-17 09:18
  • 20191016(수) 1부 오늘이슈 -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mp3
▪백마타고 백두산 오른 김정은 위원장, 미국에 이례적 비난 메시지
▪혁명의 성지 백두산. 큰 정책 전환 있을 때마다 백두산 찾아온 김위원장
▪美 석탄`섬유 한시적 제재완화 카드 꺼내...북한은 철광석 농수산물 거래 허용 및 남북경협 무간섭 원해.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방송일시: 2019년 10월 16일 (수)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 ‘소’) : 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사진을 북한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이 자리에서 그동안 삼갔던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이하 ‘홍’) : 안녕하십니까.

▷ 소 : 김정은 위원장이 눈 덮인 백두산을 백마를 타고 오르는 사진을 꼭 화보처럼 찍어서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백두산과 백마, 어떤 의미인가요?

▶ 홍 : 백두산은 북한에는 민족의 성지라고 해서 국부인 김일성이 혁명활동을 했던 곳이고요. 김정일이 태어난 곳이라 선전하고 있죠.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을 이은 김정은의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것이고. 백두산이 혁명의 성지이자 김정일의 출생지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백마를 타고 갔다고 하면 우리가 기억나는 게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가 원정을 한다 또는 민족시인 이육사 시인이 ‘광야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라고 해서 위대한 사람의 이미지가 겹치는 게 있죠. 말도 백마가 드물잖아요. 그래서 김정은을 위대한 성인으로 추대하는 모습을 연출한 거고요. 백두산에 세 차례 갔을 때 정책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는 결심을 하고 그래서 이번에도 정책의 전환을 암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이 12월 말까지 미국에 시간을 줬는데 미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대미강경책을 택해서 도발을 하든지 미국과 대화 안 하고 우리끼리 살겠다, 새로운 길을 가겠다 하는 것을 시사하면서 압박하는 행보를 보인 겁니다.

▷ 소 : 말씀하신 것처럼 백두산에 오를 때마다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향후 어떤 것을 점쳐볼 수 있을까요?

▶ 홍 : 백두산에 다녀와서 벌인 일들이 의미심장했죠.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기 전에도 갔다 왔고요. 2014년 11월엔 김정일 3주기 탈상을 했는데. 민족고유의 전통에 따른다 해서 3년 탈상을 백두산에 다녀와서 자신의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고. 작년 1월에 신년사부터 시작해 올리픽에 오고 한반도의 봄을 만들었잖아요. 그 직전인 2017년 12월에 갔기 때문에 그때까지 하던 정책에서 새로운 정책으로 갈 때 백두산을 갔던 모습을 보여왔죠. 지금 큰 국면으로 보면 미국과 화해 국면인데. 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고요. 지금도 남북관계가 좋진 않지만 더 강경하게 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론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12월 말까지 미국에 시간을 줬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기다려 볼 텐데요. 연말까지 기다려도 안 되면 새로운 도발을 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죠.

▷ 소 : 북미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들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실무협상이 있을 수 있다 보고 있는데, 실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 홍 : 10월 4,5일 실무회담을 했을 때 “12월 말까지 시간을 주겠지만 우리는 연연치 않는다” 밝혔는데. 사실 그건 김정은의 말이나 다름없는 거거든요. 북한이 갑자기 ‘내가 백두산을 다녀와서 핵을 포기하겠다, 미국이 요구한 수준을 들어줄 테니 실무회담을 다시 하자’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거죠. 결국 미국이 스웨덴에서 내놓은 카드보다 북한이 보기에 더 많은 제재 완화 안을 갖고 오면 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라고 봐야죠.

▷ 소 : 아직까지 실무협상과 관련한 징조나 배후의 움직임은 포착이 안 된거죠?

▶ 홍 : 없죠. 트위터를 그렇게 좋아하는 트럼프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거든요. 트럼프 자신도 고민하고 있다 보는데. 트럼프는 나름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와서 제재를 처음으로 완화해 주겠다는 말은 했어요. 이를 테면 미국의 복스라는 매체에 따르면 석탄과 섬유의 수출을 2년 내지 3년 한시적으로 유예해준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안 하면 다시 가하겠다, 이게 가장 새로운 건데요. 일단 미국 공식 입장으로 제재 완화를 동시행동으로 하겠다는 건 처음인 거죠. 그러니까 창의적이라고 미국은 이야기하는데. 북한이 보기에는 약간은 새롭지만 창의적이라고 할 정도는 안 된다... 지금 유엔 안보리 제재 가한 게 석탄과 섬유만 제재한 게 아니라 철광석도 있고 농수산물도 크거든요. 거의 같은 비중인데. 이걸 다 해제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남북 경협 간섭하지 마라. 이것까지 바라는 거죠. 안보 부문에서도 북한은 협상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 중지해라, 한국에 무기 팔지 마라,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하든지 전략자산 오는 건 안 된다. 훈련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갖고 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받으라는 거죠. 결국 공은 트럼프한테 가있는데. 북한이 보기에 진일보한 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아예 상대할 가치도 없다 해놨기 때문에 김정은이 아무리 백마 타고 백두산을 갔어도 그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의연한 기상을 보임으로써 ‘주민들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겁내지 마라, 우리는 헤쳐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면서, ‘우리가 어려운 건 내 통치가 잘못된 게 아니라 미국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준 거죠.

▷ 소 : 오늘 보니까 내용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미국을 위주로한 반공, 적대세력들이 우리에게 강요해온 고통이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 홍 : 미국이 이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게 90년 대 초반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에 미국이 개입해 철수했잖아요. 철수한 뒤에 미국이 이라크에 제재를 가했는데 그때 의약품과 식료품을 제재했거든요. 이라크에서 5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고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못해 죽었는데. 그때 사담 후세인의 인기는 더 치솟았습니다. 왜일까요. 국민들이 사담 후세인 때문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생각보다는 미국 제재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지금 북한의 체제는 그 이라크보다 더 심한 독재 체제기 때문에. 미국이 제재를 해 어렵게 살아도 김정은이 통치를 못해서 어렵게 산다고 생각 안 한다는 거죠. 일부 중국을 자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은 ‘우리 위원장이 타협 좀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게 있더라도 모든 게 김정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미국이 제재를 가한다 해도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의 목적은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게 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걸 조금 주더라도.... 사실 미국은 제재를 가해놓고 그걸 풀어주겠다는 것 뿐이잖아요. 그러니까 제재 좀 완화해주면 북이 비핵화를 하겠다는데. 그래도 그걸 믿고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미국 내에서 또 다시 북한한테 속으면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다, 이런 목소리가 많기 때문에 못하는데. 그러나 트럼프도 나름대로 하노이가 결렬된 이후 8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핵 프로그램 정지라도 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많이 커지고 있어요. 그걸 기다리는 거죠. 아마 트럼프가 기대하는 건 지금 이대로 북이 핵 고도화로 가게 놔두는 것 보다는 스냅백을 적용해서 제재를 완화해주고. 일단 북한에게 기회를 줘보자 하면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11월 중순까지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겠죠.

▷ 소 :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 홍 : 사실 북한이 지금 축구 중계도 못하게 해서 우리 국민들도 많이 화났죠. 그런데 지금 북한한테 화내봐야 결국 정면대결하면 경제가 더 어려워지겠죠. 그러니 조금은 참고 일단 비핵화의 진전이 있도록 도모하는 수밖에 없죠. 북한은 배수진을 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단계의 합의라도 해서 핵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고 영변 핵은 폐지시키고. 그것만 해도 엄청난 진전이거든요. 북한에 25개 정도 핵이 있다면 가만 놔두면 수년 내에 50개, 100개가 된단 말이죠. 그러니 지금 프로그램 정지만으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내년 가서 다시 협상해 한 단계 나가고 하는 게 지금보다 훨씬 낫다는 거죠. 그렇다고 완전히 핵을 한 번에 다 내려놓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향후 제재를 20년 정도 더 가야 할 겁니다. 20년 뒤에 북한이 너무 괴로우니 내려놓을지 몰라도 지금으로부터 5년 이내에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그건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거죠.

▷ 소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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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