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택배기사는 안되는데 배달기사는 된다?...갈 길 먼 규제마련

  • 입력 : 2019-10-14 21:25
  • 수정 : 2019-10-15 07:41
성범죄자 배달업체 취업제한 국민청원 2만 명 동의
국토부 "배달기사 범죄 경력 확인 등 추후 검토"
취업금지 등 강제성은 확보하기 힘들어 제한적 효과만

▲ 성범죄자의 배달종사업 취직 제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앵커] 집으로 음식을 배달시켰는데 배달기사가 성범죄자라면 어떻겠습니까?

고객의 집 안까지 들어올 수 있고, 주소나 전화번호 등 주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두려움이 더 클 텐데요.

성범죄자를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에 2만명이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마련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취재기자 이 자리에 나와있습니다. 이상호 기자! (네)

우선 청원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기자] 지난 8일 용인에 사는 한 학부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성범죄자가 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이 학부모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통지서에서 본 사람이 배달업체에서 일하는 것을 목격했는데요.

성범죄자가 집 앞까지 찾아온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 청원인은 배달업체에 고용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또 법으로 성범죄자의 배달업 종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요.

이에 성범죄자의 배달업 종사를 막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며 청원을 올린 건데, 참여인원이 현재 2만2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인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성범죄자가 집을 드나들고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륜차 배송 관련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봐요."

[앵커] 배달기사, 택배기사, 화물기사 다 비슷해보이긴 한데, 다른 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물기사나 택배기사가 되려면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화물운수사업법에 따라 20년 동안 화물 운수 자격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화물운수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이 원천 차단되는 것이죠.

하지만 배달대행업체 기사들이 이용하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또 이륜차 배달기사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될 수 있어서 자격을 제한하기가 어렵습니다.

[앵커] 비슷한 일을 하는데 택배기사는 자격 제한이 있고 배달기사는 없다면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요.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긴 한데요.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배달대행업체가 배달기사의 범죄경력을 확인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인증 요건이라는 한계가 있는데요.

사업주가 배달기사의 범죄경력을 확인하지 않아도 배달업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토부 관계잡니다.

(인터뷰) "근데 이게 허가제가 아니라 인증제라서 그런 게 있어요. 배달대행사업자분들은 정부의 인증을 안 받아도 돼요. 그래서 100% 통제할 수 있다고 말을 못 해요. 저희가 기준을 넣어도 인증을 해주는 거지 허락을 해주는 게 아니라 다 잡아낼 수는 없어요."

[앵커] 아동청소년보호법에서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규제가 안 되나요?

[기자]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다 보니 아동청소년보호법의 적용이 어렵습니다.

이 법에 따라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려면 적용 대상이 명확히 규정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비업에 성범죄자의 취업이 제한된다면 ‘몇 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경비 업무를 맡는 직종’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배달기사는 자격시험도 없고 배달대행업체 등록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증제여서 취업 제한 대상을 규정하고 관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아청법에 따라 제어를 할 수가 없어요. 법에 담아놓는다고 해도 무용지물인 거죠. 그래서 일단 개별법에서 범위를 특정해주셔야...”

[앵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국토부에서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이 통과되면 범죄경력을 확인한 업체에는 안전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전인증 마크를 헬멧이나 오토바이에 붙여 시민들의 불안을 줄여보겠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이륜차 배달기사도 자격시험을 치르고, 강력범죄자는 자격 획득에 제한을 두는 것인데요.

이 방법은 관련 산업 육성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네 이상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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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