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어디갈지 고민하는 시간에 빨리 길 떠나시라고, 유쾌한 시사에서 지역별 가볼만한 여행지 안내해드립니다. 오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국내 서원 9곳으로 떠나봅니다.
■방송일시: 2019년 5월 17일(금)
■방송시간: 2부 저녁 7:1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윤정 경향신문 기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국내 서원 9곳 유네스코 등재 권고.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나란히 위치. 과거 유생들 많아 과거장 따로 열릴 정도.
◈하회마을, 류씨 일가 동성마을. 배 모양의 마을을 류씨 종택이 이끄는 모양으로 배치.
◈병산서원, 하회마을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치. 문 하나에도 성리학 정신 깃들어.
◈도산서원, 퇴계 이황이 후학 양성을 위해 지은 곳. 옛 서고도 남아 이황의 소장책 등 여전히 보관.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소’) :우리 문화계에 또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는 소식인데요. 반가운 소식을 계기 삼아 이번 주는 서원으로 떠나는 여행 어떠신지요? 경항신문 이윤정 기자 안내 받아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윤정 기자(이하 ‘이’) : 안녕하세요. 이윤정입니다.
▷ 소 : 우리나라 서원 9곳이 유네스코 등재될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인데요. 어떤 곳들이 선정됐나요?
▶ 이 : 네.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한국의 서원 9곳에 대해 '등재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코모스에서 ‘등재 권고’를 하면 별 이변이 없으면 등재가 된다고 ‘해요. 7월10일에 아제르바이전 바쿠에서 열리는 43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열리면 여기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데. 정말 이변이 없는 한 등재가 된다고 해서 국내에서는 벌써 잔치분위기가 일고 있는데요.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예정이고요. 한국서원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서원이 650개소에 달한다고 해요. 조선시대엔 320개 향교와 사립학교라 볼 수 있는 서원이 700곳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취재 다니면서 서원을 간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성리학의 유학자들이나 조상들을 모시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옛 조상들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던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편하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 소 : 지난번에도 등재 신청했다가 반려됐는데 재수 끝에 등재가 되는 거잖아요. 보니까 9군데를 다니려면 시간적으로 어려운데. 안동에 가면 두 군데를 볼 수 있습니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어디부터 가볼까요?
▶ 이 : 안동의 병산서원부터 가보시면 좋습니다. 사실 여기는 서원보다는 하회마을 자체가 워낙 인기가 많아요.
▷ 소 : 하회마을 자체도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지 않나요?
▶ 이 : 맞아요. 그런데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는 물길 위쪽에 있어요. 여기가 현존하는 서원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저도 실제로 가보니까 여기가 정말 서원의 명당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 병산서원 가기 전에 안동을 먼저 안내 받아보셔야 하는데. 하회마을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 성 마을입니다. 그런데 여기가 재밌어요. 앞은 물이고 물이 마을을 휘돌아 가면서 ‘하회마을’로 불리는데. 여기 분들이 땅 자체를 배 모양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특히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형제가 자라난 곳인데. 이 두 형제의 종택이 배를 이끄는 모양새로 자리를 잡았어요. 사실 물이 세면 마을에 기가 세잖아요. 그 기를 누르기 위해 그보다 더 기가 센 종택이 잡고 배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고요. 또 마을이 배 모양이기 때문에 돌담을 쌓으면 가라앉는다고 해서 흙담길만 쌓았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 알고 가서 걸어보시면 재미가 있으실 거고요. 그리고 하회마을은 아시다시피 안에 차를 갖고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인근에 주차를 하시고 셔틀버스를 타고 안에 들어가셔야 하는데. 안에 짧게 돌아도 2시간 정도 보셔야 하고. 길게 보시면 반나절까지 보셔야 합니다. 만약 시간이 촉박하다면 아까 제가 말씀드린 류성룡 선생의 종택 ‘양진당’, 류운룡 선생이 살던 ‘충효당’ 그 두 집만 봐도 다 봤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회마을 전체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 또 병산서원이에요.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나이 서른인 1572년에 풍악서당을 옮겨서 병산서당을 만들었는데. 풍수적으로 터가 너무 셌지만 기가 센 서애의 정신에 눌려서 지금의 병산서원으로까지 잘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하회마을 보시고 병산서원까지 올라가셔서 보시면 좋습니다.
▷ 소 : 병산서원 자체에 볼만한 특징은 뭔가요?
▶ 이 : 정말 많아요. 저는 마을 분의 소개를 받아서 흝어 봤는데 이야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낙동강의 물이 흐르는 곳, 그 앞에 하회마을이 있고, 그 위에 병산서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려면 안동 하회마을로 가는 게 아니라 하회 가는 길에서부터 왼쪽으로 갈라진, 차 한 대 다닐만한 샛길로 죽 올라가셔야 합니다. 그러면 병산서원이 보이고 그 앞에 하회마을이 내려다보이면서 강변과 모래사장이 좍 보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이 모래사장에서 마을의 다양한 축제도 열렸다고 해요. 공부도 하면서 풍류도 즐기는 곳인데. 건물 자체도 굉장히 멋있습니다. 굉장히 넓어요. 다 합치면 6,825평에 이른다고 합니다. 병산서원이 마을을 좍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고. 배치 자체도 성리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서 문 하나 여는데도 법칙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소 : 병산서원 자체만 보고도 성리학의 원리를 알 수 있는 거네요.
▶ 이 : 그렇죠. 이쪽 문으로는 유생들이 다니고 이쪽 문으로는 밥을 해주는 분들이 다니고. 어떻게 보면 성리학의 진수라 부를 수 있는 건물이죠.
▷ 소 : 지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류성룡 선생의 병산서원 둘러봤고요. 이번엔 도산서원으로 가보죠.
▶ 이 : 네. 안동 시내에서 동북쪽 청량산을 향해 뻗은 길은 이름이 ‘퇴계로’인데요. 이 35번 국도를 이 고장 사람들은 예안길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도산서원이 있습니다. 안동댐 때문에 옛길은 찾을 수가 없는데, 18세기 화가 겸재 정선 선생이 그린 ‘도산서원도’를 보면 낙동강 물이 서원 앞으로 흐르도록 돼 있었다고 해요.
▷ 소 : 다들 낙동강이 보이는 곳에 서원을 지으셨네요.
▶ 이 : 그렇죠. 공부도 하고 내 눈도 공부를 하고.『택리지』에 따르면 예안의 도산과 안동의 하회를 좋은 땅으로 꼽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가 퇴계 이황을 모시 곳이기도 합니다. 퇴계 이황이 도산 남쪽에 서당을 짓고 후학을 가르치다가 61세의 나이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해요. 1570년에 퇴계가 돌아가시자 서당의 뒤쪽에 위패를 모시고 서원으로 발전시켰고요. 그래서 앞에서는 유생들이 공부를 하고 뒤에서는 때때로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활용됐습니다. 여기도 병산서원 못지않게 성리학을 바탕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위계질서가 잘 잡혀있어요. 뒤쪽은 선현에게 제사를 드리는 공간, 앞은 후학을 가르치는 공간. 이렇게 해서 ‘전학후묘(前學後廟)’를 잘 지킨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 소 : 안동만 가면 대유학자들의 향취를 느낄 수가 있겠네요. 조선의 대유학자 두 분 모두 거기에 있었던 것 아닙니까.
▶ 이 : 그렇죠. 저는 더 신기한 게 여기를 제사만 지내는 곳이라 알고 있었는데. 도산서원 안에 오래된 책을 보관하는 서고, 동·서 광명실이 있었다고 해요. 동광명실은 19세기에, 서광명실은 1930년에 지어진 것입니다. 이 광명실에 보관중인 책은 모두 907종 4,338책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퇴계가 소장하던 책들과 서간집, 왕이 내려준 책들이 보관되어 있고 서쪽의 서광명실에는 근래에 발간한 문집류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에 워낙 유생이 많으니까. 한참 성리학이 발전했을 때는 따로 과거를 볼 수 있는 장도 열렸다고 해요. 그만큼 여기가 성리학에 공들인 곳인데. 안에 박물관도 있거든요. 퇴계 이황이 쓰던 물건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소 : 네. 오늘은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들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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