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지하철 광고를 없애겠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당장 수천억에 달하는 지하철 적자는 어떻게 메꿀거냐는 교통공사의 반발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애초 박시장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4부에서 이고은 기자와 팩트체크해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10월 11일(목)
■방송시간: 4부 저녁 7: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고은 뉴스톱 에디터
◈‘지하철역 상업광고 없애는 것 고민하겠다’고 발언한 박원순 시장...
◈연합뉴스, 이를 ‘고민 중’ -> ‘논의 중’ 으로 바꿔 보도...다른 언론도 그대로 인용. 혼란 초래.
◈상업광고 배제 꾸준히 추진해온 서울시... 전체 광고 중 15% 감축 목표..
◈지하철 상업광고 규제 법령 사실상 전무...시민들 피로도 높아. 착시현상으로 사고도 발생.
◈취재기자는 본문 작성만...제목은 보통 편집자가 뽑아.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기사 취지 왜곡되는 경우도 많아.
▷ 소영선프로듀서(이하‘소’)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에 광고를 없애겠다 공언했다’는 뉴스들이 나왔습니다. 서울시 지하철이 광고를 없애게 되면 자연히 수도권 지하철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지하철 적자로 인해 고령 무임승차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니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정말 ‘지하철 광고를 없애겠다’는 말은 한 것일까요? 이 부분, 뉴스톱 이고은 팩트체커와 알아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고은 기자 (이하 ‘이’) : 안녕하세요.
▷ 소 : 먼저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광고 관련 발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게 된 배경이 된 발언이 무엇인가요?
▶이 : 박원순 시장이 서울지하철 광고를 없애기로 했다는 보도는 지난 9월 17일에 나왔습니다. 연합뉴스가 <박원순 “서울시 지하철역 광고 없애고 ‘예술역’으로 바꿀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는데요. 바로 이날, 박 시장은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고 그 내용이 기사화가 된 것입니다.
그 내용은 ‘디자인을 통한 사회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박 시장은 미네소타 주의 트윈시티로 간 여행에서 디자인이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보편화된 문화를 접한 일화를 소개했고, 국내의 경우 우이-신설선의 성신여대역에서 상업광고 대신에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바꾼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또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전시한 신설동역을 소개하면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 광고를 끊고 이렇게 예술역으로 바꾸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술어가 연합뉴스 기사에서 “논의하고 있다”로 바뀌었고요. 결국 다른 매체들이 이것을 인용 보도하면서 ‘지하철 광고 없앤다’는 단정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입니다.
▷ 소 : 뉴스에서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어떻게 제목을 뽑고 기사들을 작성했나요?
▶이 :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를 받아서 썼는데요. 주로 연합뉴스의 제목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박원순 “서울 지하철역 상업광고 없애고 예술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제목이 많았습니다. 더 나아가서 중앙일보는 <박원순시장 “서울 지하철에 광고 없앤다”… 연 440억 수익 포기한 이유는>, <“지하철역 광고 다 빼라”…박원순 ‘440억짜리 호기’>라는 제목으로 상업광고를 없애면 연간 440억 원의 수익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KBS는 <‘적자 산더미’ 서울 지하철역…광고를 없앤다?>라는 기사를 통해서 현재 지하철역 광고의 문제점과 상업광고 폐지 시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결국 거의 모든 기사들이 지하철역의 상업광고를 모두 없앤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을 전제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 소 : ‘고민하겠다’는 이 한마디가 바뀐 거네요. 당연히 이 뉴스들이 나오고 나서 여론 상황이 좋지 않게 됐고요.
▶이 : 그렇습니다. 당연히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언론은 물론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여론이 안 좋았는데요. 가뜩이나 서울시의 지하철이 적자 산더미인데, 광고를 포기하고 예술역으로 만들겠다는 게 중앙일보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440억 원짜리 호기’로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신설동역을 천경자 화백의 예술품으로 바꾸면서 포기한 광고수익이 연간 35억 원이라고 박 시장이 스스로 밝히기도 했거든요.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재무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그 중 노인 무임승차 같은 복지수송 비용이 늘어나는 게 큰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노후시설 정비 등 필요한 재원도 상당하면서, 비현실적인 구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정난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 등 방만한 경형, 무리한 건설로 인한 과도한 금융비용, 운송원가 대비 낮은 요금 등이 원인이라 광고비가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갑론을박하는 상황인 것이죠.
▷ 소 : 박 시장의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이 기정사실로 보도가 됐는데. 여러 언론이 있었음에도 비슷하게 기사를 낸 걸 봤을 때 그간의 내용을 종합해서 쓴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왜냐하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지나친 상업광고 유치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요?
▶이 :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 지하철에 지나친 상업광고 유치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조직으로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통합해 2017년 5월 출범했는데요. 지난해부터 서울교통공사는 과도한 지하철 상가와 광고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8월에 개통된 무인경전철 우이-신설선의 12개 역사와 전동차에 상업 광고를 없애고 예술작품을 전시했고요. 2018년 8월에는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 지하철 객실 전광판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승객들이 열차 운행정보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을 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입니다. 또 지난해 11월 27일 성형광고 전면 금지와 광고 총량 15%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지하철 광고 혁신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광고 총량제’를 도입해 현재 14만3천 건 가량인 광고를 2022년까지 12만 건으로 줄여나가기로 한 겁니다. 또 광고를 아예 없앤 ‘상업 광고 없는 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상업광고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사실이지만 완전히 모든 광고를 없애겠다고 오인하는 건 다른 문제겠죠.
▷ 소 :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도 실제 지하철 광고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 민원이 제기돼 그런 것 아닌가요?
▶이 : 그렇습니다. 사실 지하철 광고가 제대로 규제받지 않아서 과도한 지하철 광고가 쏟아져서, 지하철 노선도 등 정작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민들의 광고 피로도가 높은 상황인 겁니다. 현재 지하철 광고는 위치나 내용, 규격 등을 규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령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성형 수술 광고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왜곡현상을 부추기는 광고라던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밝은 광고로 시민들에게 시각적 스트레스를 주는 일도 아주 심각한 상황인데요. 또 돌출 광고에 부딪혀 다치는 이들도 종종 나오고 있고요. 원색 계열의 광고물 때문에 착시 효과를 일으켜 추락 등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소 :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지하철 광고가 규제가 있습니까?
▶이 : 규제가 되는 곳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런던인데요.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철도를 보유하고 있죠.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로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성차별적 광고를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방안도 제안하기도 했고요. 대신 런던 지하철에서는 상품 선전 광고가 아니라 채식을 권하거나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생각게 하면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광고가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뉴욕은 옥외 주류 광고 규제가 있기도 합니다. 이런 규제들이 해외에 어느 정도 있기는 합니다.
▷ 소 : 이같이 짧은 제목으로 사실과 진실이 혼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 :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 언론이 사건이 벌어지거나 주요 인물들이 하는 말의 워딩의 실체를 제대로 보는 습관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나 경찰, 주요 기관이 작성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보고 베끼거나 연합뉴스 등 통신사가 쓴 기사를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팩트체크가 나온 이유도 그렇고. 언론의 관행, 기사작성의 악습 때문인데.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광고 사안만 봐도, 현장에서의 발언이 원래 워딩과 달리 와전되면서 확산된 결과라고 보는데. ‘고민하고 있다’가 ‘논의’와 ‘구상’, 기정사실화되는 이 과정 속에서 혹시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다시금 생각게 됩니다.
▷ 소 : 보통 뉴스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 요즘엔 모바일도 많이 이용하시고. 그래서 제목만 보고 스킵하는 경우가 많이 있잖아요. 언론사 입장에서는 제목으로 클릭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문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 싶어요.
▶이 : 네. 낚시라고 하죠.
▷ 소 : 이 기자님은 어떠세요? 제목에 신경 많이 쓰십니까?
▶이 : 취재기자들은 제목보다는 기사 본문만 쓰고 보통 편집자들이 제목을 쓰잖아요. 그래서 신입 때는 그 부분에 있어 자유로운 편이었는데요. 그런데 최근 온라인이 중요하게 급부상하면서 제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된 것 같습니다.
▷ 소 : 우리 청취자 분들, 언론사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텍스트로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취재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내용을 작성하면 편집자가 제목을 바꾸기도 한다는 거죠?
▶이 : 네 그렇습니다. 제목은 편집기자의 고유영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분업화가 돼 있는데요. 그런데 온라인 신문들도 많이 생기면서 그 영역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상황이죠.
▷ 소 : 가끔 억울하실 수도 있겠네요. 제목만 보고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으니까요.
▶이 : 그렇죠. 기사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다보면 원래 기사 내용의 취지가 좀 더 왜곡되거나 와전돼서 다르게 읽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독자 분들이 본문보다는 기사 제목만 보고 기사 내용을 판단해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취재하는 기자들은 억울한 경우도 있죠.
▷ 소 : 요새 가짜뉴스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서 뉴스가 유통과정에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좀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 : 감사합니다.
▷ 소 : 지금까지 뉴스톱 이고은 팩트체커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 첨부
-
- e. 12.8MB 25
저작권자 ⓒ 경기방송(www.kfm.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