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ㅡ 광유도 성대주입술 시행 과정
“쉰 목소리 되살린다”…빛 이용한 성대주입술, 378건 임상서 안전성 확인
보이지 않던 바늘 끝 ‘빛으로 확인’…성대마비 치료 정확도 높였다
[AI경기방송 = 현준호 대표기자] 한쪽 성대가 마비돼 목소리가 쉬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 빛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충전물을 주입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이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 연구팀과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 연구팀은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시행한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일측성 성대마비’
성대는 좌우 한 쌍으로 이뤄진 발성기관입니다.
숨을 쉴 때는 양쪽 성대가 V자 모양으로 벌어지고, 말을 하거나 소리를 낼 때는 서로 가까이 붙으면서 목소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갑상선이나 두경부암, 심장·경추질환 또는 관련 수술 과정에서 성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일측성 성대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목소리를 낼 때 양쪽 성대가 제대로 맞닿지 않으면서 목소리가 쉬거나 약해지고, 증상이 심할 경우 정상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성대에 필러 주입해 벌어진 틈 줄인다
이런 환자에게 시행되는 대표적인 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성대주입술’입니다.
마비된 성대에 히알루론산과 같은 충전물, 이른바 필러를 주입해 성대의 부피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부피가 커진 성대가 반대편 성대와 다시 맞닿을 수 있도록 만들어 목소리를 개선하는 원리입니다.
현재는 코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성대를 관찰하면서 목의 얇은 막인 윤상갑상막을 통해 주삿바늘을 넣는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늘이 성대 점막을 직접 뚫지 않고 점막 아래쪽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상처나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성대 표면은 내시경으로 볼 수 있지만 점막 아래로 들어간 주삿바늘의 끝부분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의료진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 보이지 않던 바늘 끝, ‘빛’으로 찾아낸다
연구팀이 적용한 ‘광유도 성대주입술’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핵심은 ‘빛’입니다.
광원과 광섬유를 이용해 주삿바늘 끝까지 빛을 전달합니다.
바늘 끝에서 나온 빛은 성대 점막을 통과해 내시경 화면에 나타납니다.
따라서 의료진은 성대 조직 안으로 들어간 바늘 끝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 성대 조직 속에서 바늘의 위치를 판단해야 했다면, 광유도 방식에서는 바늘 끝에 일종의 ‘빛나는 표지판’을 달아놓은 것처럼 위치를 확인하면서 시술할 수 있는 겁니다.
바늘 끝을 정확한 목표 지점에 위치시킨 뒤 충전물을 주입하면 마비된 성대의 부피가 커지면서 반대편 성대와 다시 맞닿게 됩니다.
■ 환자 257명·378건 시술 분석…목표 지점 도달 100%
연구팀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 257명에게 시행한 총 378건의 광유도 성대주입술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바늘이 성대 점막을 뚫거나 충전물이 성대 표면에 잘못 주입된 사례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술 중 성대가 갑자기 닫히는 후두경련이 1건 발생했지만 환자는 후유증 없이 회복했습니다.
시술 이후 4주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출혈이나 감염, 호흡곤란 등 심각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 최초 주입 평균 약 114초
시술시간도 비교적 짧았습니다.
최초 주입에 걸린 평균 시술시간은 약 114초였습니다.
첫 번째 주입만으로 성대의 부피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같은 시술 과정에서 충전물을 추가로 주입한 경우에는 평균 약 81초가 걸렸습니다.
연구팀은 첫 번째 주입 때는 바늘이 불투명한 성대 조직을 통과하면서 빛이 상대적으로 흐릿하게 보이지만, 추가 주입 때는 먼저 주입한 투명한 충전물을 통해 빛이 더 밝게 퍼지기 때문에 바늘 끝을 목표 지점에 보다 쉽게 위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환자가 느끼는 목소리 불편도 크게 감소
실제 환자들의 목소리 상태도 개선됐습니다.
연구팀이 시술 전후 자료가 모두 확보된 180건을 분석한 결과, 환자가 자신의 목소리 불편 정도를 평가하는 ‘음성장애지수’, VHI-10은 시술 전 평균 34.3점에서 시술 4주 후 25.4점으로 낮아졌습니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뒤 얼마나 오랫동안 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최대발성시간은 평균 3.6초에서 6.9초로 늘어났습니다.
시술 전과 비교하면 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목소리의 불안정성과 잡음 정도를 보여주는 여러 음성 지표 역시 유의하게 개선됐습니다.
■ “300건 넘는 대규모 데이터로 임상 근거 확보”
연구 제1저자인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시술 중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김 교수는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충전물을 정확한 지점에 주입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소규모로만 보고돼 온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임상 근거를 300건이 넘는 대규모 데이터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는 앞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질환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차 교수는 “앞으로 일측성 성대마비뿐만 아니라 성대결절과 성대부종, 성대위축증 등 다양한 성대 질환에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성대주입술이 모든 성대마비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능 치료법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유용한 치료법이지만 신경의 회복 가능성이 낮거나 반복적으로 충전물을 주입해야 하는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후두신경재지배술 등 보다 장기적인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빛으로 ‘정확한 위치’ 찾는 성대 치료…적용 범위 확대 기대
이번 연구는 성대 조직 속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던 주삿바늘 끝의 위치를 빛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특히 환자 257명, 총 378건의 시술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존 소규모 연구보다 한 단계 발전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학술지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26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또 지난 2024년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구연 발표로 채택됐습니다.
AI경기방송 현준호 대표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