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반도체 쇼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폭락
운용사 “리밸런싱 부담 가중”… 금융당국 내부 ‘엇박자’ 논란까지 일파만파
■ 미국발 ‘반도체 쇼크’에 레버리지 투자자 ‘직격탄’
2일, 미국 증시의 반도체 업종 급락 여파로 국내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들이 장 초반부터 20%에 육박하는 폭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2분 기준 ‘KB 레버리지 반도체 톱10 TR ETN’은 19.81% 급락했으며, SK하이닉스 선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도 18%대의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10%대 급락한 데 따른 결과다. 시장에서는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로 인한 반도체 수요 불안과 대규모 투자 대비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이 미국 증시 전반의 투매를 불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 ‘꼬리가 몸통 흔드는’ 레버리지 ETF의 딜레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해당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은 출시 전보다 확연히 커졌다. 전문가들은 운용사들이 설정한 ‘2배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대규모 리밸런싱(현물·선물 매매)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리밸런싱 거래가 주가 변동 방향과 일치해 변동성을 추가로 확대시키는 매커니즘이 내재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고빈도 매매(HFT)를 구사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은 수익을 챙기고 있으나, 일반 투자자들은 괴리율 발생과 추적오차로 인한 손실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 금융당국 ‘엇박자’에 투자자 혼란 가중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급하게 준비했다. 증권사 배만 불리는 상품이라 후회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당국 내 정책 엇박자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해당 상품은 금융위원회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추진한 제도인데, 이를 감독하는 금감원장이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국이 정책을 함께 추진해 놓고 시장 혼란이 커지자 책임을 업계에 돌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재 감사원까지 제도 도입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상품 도입의 적절성과 투자자 보호 체계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 향후 전망: 실효성 없는 ‘주식 비중 축소’ 전략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투매는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SK하이닉스 미국 ADR 상장 등 부정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이벤트가 대기 중”이라며 “현재 주도주 비중을 줄여가는 전략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시의 질적 저하와 투기적 상품 공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AI경기방송/최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