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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은 침대를 놓지 않을 거예요. 저는 온돌방이 좋거든요.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좋죠. 그러게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예. 마음에 쑥 드시게 작업해 드리겠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가장 생각나는 것. 바로 온돌방의 따뜻한 아랫목입니다.
오~춥다. 학교 다녀 왔습니다. 어서 와라 많이 춥지? 아이고 우리 딸~얼굴이 파랗네. 방에 군불 지펴났다.
어여 들어가. 저는 우리 집 온돌방을 참 좋아했습니다. 아~따뜻하다. 밖에서 돌아와 아랫목에 쑥 들어가면
꽁꽁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으면서 온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지니까요. 저리 가! 여긴 내 자리야!
넌 아까부터 들어와 있었잖아 비켜! 싫어 춥단말야. 그 따스함 때문에 서로 아랫목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 온돌방에 대한 추억은 참 많습니다. 식구들이 아침을 먹고 나면
엄마는 주말의 밥을 작은 보자기로 싼 다음, 아랫목에 묻어두었습니다. 지금처럼 전기밥통이 없던 시절,
아랫목은 보온창고였습니다. 주말에 담긴 밥이나 찐 감자나 고구마는 온돌방의 온기로 점심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유지되었죠. 학교 다녀 왔습니다! 밖에서 놀다 오거나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으흐흐 춥다!
가장 먼저 아랫목에 손과 발을 넣고 추위를 녹인 뒤 아직도 따뜻한 주발 속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은근하고 따뜻한 온돌처럼 우리는 따뜻한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났습니다.
우리 집에 안 갈래? 왜? 얼마 전에 우리 집 신식으로 수리했거든! 신식 집으로? 어머! 난 가볼래
신식 집이 어떻게 생겼나 늘 궁금했거든! 영화처럼 나오는 신식 집처럼 생겼어? 뭐~대충 비슷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미영이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가 우리집이야!
미영이네 낡은 옛집은 사라지고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새 집이 우뚝 서있었습니다. 와! 들어가자!
외관도 멋있었지만 내부는 더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와! 너희 집 정말 좋다. 보일러도 있어. 여기서 온도
조절만 하면 돼! 와! 이것 봐. 따뜻한 물도 바로 나오네. 미영이 넌 정말 좋겠다. 부럽다 예~ 뭐. 이정도 가지고.
내 방 구경해볼래? 우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의기양양해진 미영이를 보면서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습니다. 그런 미영이네 집과 비교하니 우리 집은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미영이네 집이 하늘이면 우리
집은 땅이라 할까요? 다녀왔습니다. 어! 우리 딸. 표정이 왜그래? 엄마! 우리도 집 고치면 안 돼? 뜬금없이!
내 친구 미영이네 집은 방에 보일러도 있고 뜨거운 물도 나오고 부엌도 입식이고 완전 좋단 말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들어가 공부나 해! 몰라! 그날 이후 저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는 것도 싫었습니다.
수다스러운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집과 미영이네 집이 비교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희원아. 오늘 우리 집에 가서 놀자! 정말? 내가 가면 너희 부모님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걱정 마! 부모님 시골 가셨어. 그리고 친구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어. 그래? 전에 갔을 때 제대로 구경
못 해서 꼭 다시 가보고 싶었어. 어머! 그럼 잘됐네. 와~정말 좋다! 보일러 켰으니까 금방 따뜻해질 거야!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희원아!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엄마가 허락 안 하실 텐데.
그러지 말고 자고 가. 혼자 무섭단 말이야~ 으응? 그럼 엄마한테 전화해보고. 나는 신식 집에서 한번 자보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겨우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침대에서 자면 온돌방에서 자는 것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줄로 알았습니다. 오호호~ 왜 이리 춥지~ 미영야! 넌 안 추워? 새벽엔 원래 좀 추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자면 돼! 미영이도 추운지 잔뜩 웅크리며 새우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야! 벌써 갈려고?
바. 바쁜일이 있어서 오호호~ 밤새 튀척이던 나는 날이 새기도 전에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아랫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고, 얼어 죽는 줄 알았네! 얘는 신식 집에서 자고
와놓고 뭐가 춥다고. 건물만 신식 집이면 뭐해? 자다가 얼어 ******도 모르겠더라. 뭐~ 우리 집 아랫목이
얼마나 포근하고 따뜻한지 세상 깨달았습니다. 희원이 넌 신식 집에서 자보니 좋더냐? 에이~ 신식 집도 별거
아이더라구요. 너무 추워서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역시 우리 집이 최고인 것 같아! 그리고 그 동안 집 때문에
가졌던 불만도. 엄마에 대한 원망도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희원아! 어제 잘 잤어? 실은 추워서 한잠도
못 잤어! 그랬구나! 기름을 아끼느라 보일러 온도를 낮춰서 그래. 나는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희원이 너 많이 추웠구나. 신식 집이 그렇게 추울 줄 몰랐어. 나한텐 우리 집 온돌방이 더 좋은 것 같더라~
근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아침까지도 따뜻하지? 우리 집 온돌방이 요술을 부리나? 저녁밥 지을 때 땐 불이
그때까지 남아 있을 리 없고... 정말 이상하네... 그래! 온돌방의 비밀을 꼭 알아내야겠어. 어느 날 문득 새벽녘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눈을 또 보니 엄마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 엄마는 무엇을 하시려는 걸까요? 엄마를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궁금했던
온돌방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온돌방이 아침까지 따뜻했던 이유는 바로 엄마 때문이였습니다.
엄마는 가족들이 아침까지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매운 연기를 삼키며 아궁이에 불을 때고
계셨던 겁니다. 엄마~ 아이고. 우리 딸. 왜 안 자고 나왔어? 저는 엄마를 와락 껴안았습니다. 엄마! 아이고 얘가
왜 이래~ 얼른 들어가 더 자! 난 엄마가 새벽마다 이렇게 고생하는 줄도 모르고 맨날 투정만 부리고... 아이고!
우리 딸! 철들었나 보네. 엄마 죄송해요! 아이고 아궁이 불 다 꺼지겠네~ 엄마 품에 안긴 저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런 저를 엄마는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오랫동안 안아주셨지요. 저는 새벽이면 가끔 엄마를
따라 일어났습니다. 딱히 뭘 도와드리지는 못했지만. 엄마 옆에서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기특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추운 새벽 가족들을 위해 당신의 단잠을 포기하시고 매운 연기를 참아가며 온돌방에
온기를 불어넣으신 엄마. 지금도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있으면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아랫목의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지면 마치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해집니다.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로부터
온근하게 내려온 사랑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우리들 마음에 오롯하게 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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