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시행, 여전히 논란 속 산업 현장

  • 입력 : 2020-01-20 18:35
  • 수정 : 2020-01-20 23:40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 법의 실효성 문제…숨어있는 위험의 외주화
▪산업현장, 위험요소 파악 후 제거 중요…예방 교육 필수
▪해결책, 법과 제도의 정비…기업생존 위한 투자로 인식 개선 필요

kfm999 mhz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공감

■프로그램: KFM 경기방송<유연채의 시사공감> FM 99.9
■방송일시: 2020년 01월 20일(월) (18:30~19:00)
■진 행: 유연채 앵커
■출 연: 이경석 노무사

▷ 유연채 앵커 (이하 ‘유’) : 지난 목요일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시행됐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개정안에는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원청사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재방방지보다는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범법자를 양상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이경석 노무사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노무사님, 안녕하십니까?

▶ 이경석 노무사 (이하 ‘이’) : 네, 안녕하세요.

▷ 유 : 지난 목요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김용균법이 시행됐습니다. 개정된 내용부터 간단하게 정리를 해볼까요?

▶ 이 : 28년 만에 개정되어 2020. 01. 16.부터 시행되는 김용균법이라 불려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내용은 크게 5가지 정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법의 보호대상이 확대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만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었는데요. 종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 하였습니다. 요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직업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법이 보호를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배달앱 등을 통해 근로하는 배달 종사자 등을 산업안전 측면에서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범위를 확대 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산업재해 예방 책임주체를 확대한 것입니다. 즉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와 이통통신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 배달 등을 중개 하는 자 (배달종사자)를 비롯하여 대표이사, 총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건설공사 발주자, 가맹점 수가 200개소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를 부과한 것입니다. 건설공사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전 산업안전보건법상에서는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의무가 없었습니다. 셋째로는 도급인의 책임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 내용은 돌아가신 고 김용균 씨와도 관련 있는 내용입니다. 기존에는 도급인의 사업장내 22개 위험업무를 정하여 그 업무에서 산업재해 발생 시 도급인에게 책임을 물었었지만 개정법에서는 도급인의 사업장내 모든 장소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 관리하는 위험장소에서(대통령령으로 정함) 작업을 하는 경우 산재발생시 도급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도급인이 산업재해 예방조치, 정보제공, 시정조치, 적격수급인 선정 등의 안전보건 조치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도급인은 기존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 되었습니다. 게다가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도급인 또는 수급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및 5년 이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의 받은 형벌의 50%를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되었습니다. 넷째로는 유해 위험 작업의 사내 하도급을 금지 하였습니다. 즉 유해 위험작업은 사내하청을 줄 수 없는 것입니다. 개정된 산업안전 보건법에서이야기 하는 유해 위험작업은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의 제련 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물질인 베릴륨, 비소, 염화비닐 등 12종 제조사용 작업입니다. 이 작업들은 기존에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사내도급이 가능했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작업중지에 대해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에게만 작업 중지권이 있었습니다.

▷ 유 :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좀 엇갈립니다.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는 산안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도급 금지 범위 확대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 이 : 방금 말씀 드렸던 유해 위험작업에 대한 사내 하도급 금지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하도급이라는 게 우리가 아는 말로 하청을 준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금지 범위가 대부분 중금속과 관련된 업종을 중심으로 사내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만 있다는 것입니다. 즉 김용균씨가 사망한 화력발전소내의 사내 하도급은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김용균 법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제2, 제3의 김용균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 입장에서는 노동현장에서 유해 위험이 있는 작업에 대해서 전면 금지해야 해야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 유 : 그러면서, 개정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개정 산안법을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 : 이 법이 생긴 이유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건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법입니다. 개정법으로는 원청사 즉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여 처벌하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는 기존에 처벌규정이 있기도 했고 개정법으로 인하여 처벌규정이 강화되었다고 해서 사망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 통계를 보면 유기징역이 내려진 경우는 0.5% 수준으로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가볍게 처벌되어 법에 대한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천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업무는 유해위엄업무로 분류해서 하도급, 하청을 주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해야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법으로는 김용균이 사망한 사업장내의 업무를 하도급을 줄 수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것이죠.

▷ 유 : 반면에, 경영계에서는 노동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도록 독려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재 사고가 관리소홀 못지않게 노동자들의 안전 수칙 미준수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에 노동자들이 안전도구 장비를 장비하지 않거나 안전수칙을 미 준수 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엄하게 처벌 하거나 상당수준의 과징금을 물게 한다면 사용자가 산업안전에 대한 관리에 상당부문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같고 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안전수칙 미준수가 상당부문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 안전에 대한 책임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입니다. 현 제도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고 위반한다고 하여 기업에 큰 타격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 관리, 관심이 낮은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노동자들의 안전 수칙 미준수로 연결되어 나오는 것이고요.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업장들의 공통점을 보면 안전교육 자체를 10분-20분 정도 대충 하거나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 유 : 경영계에서는 개정된 산안법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 이 :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이야기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이를 철저히 지키고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힘쓴다면 형사처벌이 되지 않겠죠. 이러한 이야기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부여하고 있는 사업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 유 : 처벌이 더 세졌다고 하는데, 얼마나 높아진 겁니까?

▶ 이 : 원청, 하청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하지 않아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있다고 서두에서 말씀드렸는데 이는 기존안과 동일한 것이고요. 정부원안은 10년 이하 징역이었고 노동계주장은 1년 이상 징역형이었습니다. 거기에 5년 이내 동일한 이유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기존 형의 50%이내에서 가중처벌을 하겠다고 추가된 것이고요. 원청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상향 되었습니다. 이 또한 정부원안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하향 되어 결정된 것입니다.

▷ 유 : 경영계는 안전보건조치 이행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나 우수사업장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한 건의사항도 최근 정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이 :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사실 정책을 하는 것에 있어 당근과 채찍이 모두 병행되어야 산업현장이 의지를 갖고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유 : 노동계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개정 산안법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면서 정부에 인권위 권고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앞서 인권위에서도 지난해 11월 도급 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고용부에 권고한 바 있는데요. 받아드려질까요?

▶ 이 :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권고를 이행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그 권고를 이행하는지 여부는 고용노동부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이 권고사항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러나 2019. 01. 16. 법 시행을 위해 대통령령도 이미 정비를 했으므로 이것을 뒤집어 당장 바꾸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유 : 산업현장에서도, 현장 안전관리 강화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산업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어떤 부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이 : 중요한 것은 우리 사업장내에 위험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파악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요소를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제거가 안 된다면 근로자들에게 우리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알려주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교육하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는 사업장의 위험요소의 크기와 허용가능범위를 분석할 수 있도록 위험성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공단 등에 문의하시면 수행 하실 수 있습니다.

▷ 유 : 이제 막 시행이 됐고요. 자리가 잡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리지 않겠습니까? 산업 현장이든... 경영계든... 이런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뭐라고 보십니까?

▶ 이 : 법과 제도의 정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산업재해는 산업안전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산업안전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공식이 통용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구속된 케이스는 0.5%정도입니다. 외국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기업살인법을 만들어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11년 이튼 앤 코츠월드 홀딩이라는 회사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기업연매출액의 250%에 해당하는 벌금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하게 국가에서 제제를 하자 1만 명당 사망노동자 비율이 0.08에서 0.04로 줄었고 영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산재 발생비율이 낮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눈 여겨 보고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기업이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을 비용이 아닌 기업생존을 위한 투자로 보고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유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