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압박' 속에 무너지는 '동두천 명문사학'

  • 입력 : 2019-12-15 14:19
  • 수정 : 2019-12-16 05:55
최근 이전계획 취소... 시,교육청 해법도 없어

[앵커] 동두천 지역의 명문 사학으로 손꼽히던 학교법인 청룡학원이 최근 이전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이전할 부지를 사 놓았지만 학교부지가 팔리지 않으면서 재정압박을 받은 게 원인이었는 데요.

10여년 가까이 지역을 들썩이고 있는 이슈,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최일 기자?

[기자] 예.

[앵커] 우선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예, 지난 2011년입니다. 학교법인 청룡학원은 지금 있는 생연동 부지를 떠나 인근 어등산 자락으로 옮기겠다는 큰 꿈을 키웠습니다.

동두천고등학교와 동두천중학교, 동두천여자중학교는 물론 한국문화영상고등학교까지 모두 네 개의 학교를 옮긴다는 계획입니다.

학교법인 청룡학원 소속 동두천고등학교 정문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이전 승인을 받았고, 이를 위해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80억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어등산 일대 8만 2천 여 제곱미터 부지를 사들였습니다.

[앵커] 여기까지는 순탄한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5년부터 이 일대에 대한 공사를 진행해 진입로를 만들고, 벌목공사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공사가 멈췄는데요.

애초 생연동 학교부지 5만 5천 여 제곱미터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려고 했던 계획이었는데요. 학교부지를 사서 개발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은겁니다.

[앵커] 재정 압박이 왔을 거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지와 건물 매각대금을 370 여 억원으로 잡고 이전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법인은 이자비용을 갚기 위해 여기저기 빚을 지기 시작합니다.

이사장은 물론 심지어는 직원들에게도 손을 벌려야 했습니다.

이혜순 청룡학원 이사장의 얘길 들어보시죠.

(녹취)"초기에 이자갚는 게 처음에는 연체 이자가 비싸니까 은행이자 갚아나가고 하려면 사실은 돈이 필요했죠. 직원한테는 상황 설명이 되니까...개인이 쓰려는 게 아니고, 마무리가 되면..이쪽이든 저쪽이든 팔리면 마무리가 되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거지요."

[앵커] 결국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청룡학원은 지난 10월 경기도교육청에 학교 이전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감당하기 힘들어진 이자는 그대로 연체된 채 남겨놓고 있습니다.

학교법인 청룡학원은 최근 5년간 법인 지방세 약 5억원 정도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심각하군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돈을 떼였다며 반발하고 있다구요?

[기자] 예, 학교법인이 A씨에게 위임장을 써준게 문제였습니다.

동두천에서 중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B씨를 비롯해 레미콘 사업을 하는 C씨, 철물점, 펌프카, 크레인 사업을 하는 업자들이 A씨에게 선뜻 돈을 빌려줬습니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대략 3천만원 정도인데요.

안면이 있던 B씨를 제외하고는 청룡학원 이사장의 위임장과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학교 이전 허가서만을 보고 돈을 건넨겁니다.

학교 이전 공사가 시작되면 A씨가 자신들에게 하청을 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이전은 지지부진해졌고, 결국 이들은 배임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앵커] 청룡학원이 원인을 제공한 거 아닌가요?

[기자] 예, 이에 대해 청룡학원 측은 A씨에게 위임장을 써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의 일탈행위였다며 선을 긋습니다.

이혜순 청룡학원 이사장입니다. 들어보시죠.

(녹취)"자기한테 위임장을 써줬으면 좋겠다..해서 그이한테 위임장을 써 줬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이가 위임장을 가지고 몇 군데서 돈을 빌렸더라구요. 그랬다고 해서 그이가 그 돈을 저희한테 밥 사주거나, 경비 쓰라고 준거는 한 푼도 없는거고."

취재진은 청룡학원 이사장의 위임장을 받은 A씨의 얘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를 본 건설업자들의 사정도 안타깝네요. 그렇다면 궁금한 게 현재 이전을 계획했던 부지 활용방안은 나와 있습니까?

[기자] 예,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학교법인 청룡학원이 옮겨 가려던 어등산 일대는 부지면적만도 8만 2천 여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이미 진입로와 벌목작업 등으로 산지는 훼손된 상태로, 학교 이전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에 법인측은 원상복구를 해야합니다.

동두천고등학교 등 청룡학원이 옮겨가기로 했던 어등산 자락 진입로와 학교부지 공사 등으로 어등산 일부가 사라졌다.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재단측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부지를 파는 일 뿐인데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이 부지는 학교용지인만큼 관련 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데요. 재단측은 해법으로 지방대학교 단과대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능할까요?

[기자] 쉽지 않습니다. 동두천시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특별법'을 근거로 지방대학들이 수도권 이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들이 상정되면서 사실상 지방대학의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재단은 또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이 청소년 수련시설을 해법으로 제시했다고도 밝히고 있는데요.

하지만 도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우,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인건비조차 다 감당하지 못하는 재정적자 상황에서 청룡학원의 이전 예정부지를 산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네요?

[기자] 예, 재단은 동두천시가 대안학교 또는 특수학교 유치도 하나의 안으로 제시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말로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거를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거는 없지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천막학교를 시작으로 동두천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터를 잡은 지역 명문사학인, 청룡학원. 동두천시와 경기도교육청의 외면 속에 존폐위기까지 맞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동두천시의 현안, 청룡학원 문제를 취재기자와 알아봤습니다. 최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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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