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기 쉬운 겨울, 걷기 쉬운 산성여행 어떠세요?

  • 입력 : 2019-11-29 18:03
  • 수정 : 2019-11-29 20:25
  • 20191129(금) 4부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mp3
∎연천군을 대표하는 고구려 3대성 중 하나인 ‘호로고루’
∎한국의 ‘그랜드 캐년’, 파주 월롱산성
∎궁예의 마지막 꿈-포천 반월산성
∎ 신라의 삼국통일 정신을 찾아서-양주 대모산성
∎ 중흥을 꿈꾼 숙종의 수도방위사령부-고양 북한산성

kfm999 mhz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공감

■프로그램: KFM 경기방송<유연채의 시사공감> FM 99.9
■방송일시: 2019년 11월 29일(금) (19:30~20:00)
■진 행: 유연채 앵커
■출 연: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

▷ 유연채 앵커 (이하 ‘유’) :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에 들어섰습니다. 왠지 겨울이 되면 더 몸이 움츠러들고 집에 틀어박히기 쉬운데요. 이럴 때일수록 적당히 움직이는 게 건강에 더 좋죠. 그래서 오늘도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 연결해 가볼만한 여행지를 소개받아볼까요? 안녕하세요.

▶ 이윤정 기자(이하‘이’) : 안녕하세요.

▷ 유 : 오늘은 수도권에서 가볼만한 ‘산성’을 소개해주신다고요.

▶ 이 : 네. 저는 한여름에 여행을 다녔던 기억보다 추운 겨울 영하 16도 20도 이럴 때 강원도 오대산, 대관령길 산행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나요. 분명 사시사철 취재를 다니는데 겨울에 간 기억이 더 나는 이유는 아마도 고생을 더 했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한여름에는 오히려 너무 더워서 활동하기 힘든데, 겨울에 걷는 건 또 상쾌하더라고요. 오늘은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는 산성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산성은 호국정신의 역사적 성지이자,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삶의 터전. 설경과 역사가 어우러진 경기북부 산성에 올라 선조들의 지혜를 느끼며 새해의 새로운 다짐과 소망을 해보는 겨울여행을 권해 드린다.

▷ 유 : 네. 어디부터 떠나볼까요.

▶ 이 : 네. 임진강변 도도히 흐르는 고구려의 기상-연천 호로고루(사적 제467호) =당포성, 은대리성과 함께 연천군을 대표하는 고구려 3대성 중 하나인 ‘호로고루’는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 위치한 삼각형 형태의 평지성터다.

약 4세기 백제, 신라와 임진강을 두고 패권을 다투며 남진정책을 펼치던 고구려에 의해 최초로 건립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수막새, 벼루, 금동불상 등 고구려 시기의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성벽 아래 흐르는 강은 비교적 수심이 깊지 않아 갈수기에는 도보로도 충분히 건너갈 수 있다. 이로 인해 분단 전까지 평양과 서울을 잇는 최적의 육상교통로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수십만 년의 시간이 빚은 주상절리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성 좌우로 20m에 달하는 높은 절벽이 형성돼 있어 과거 천혜의 요새임을 짐작케 한다. 탁 트인 강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건지기에도 좋다.

주변에는 호로고루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홍보관이 위치해 있으며, 인근 임진강 수계를 따라 동쪽의 파주 칠중성에서부터 서쪽의 은대리성까지 고구려 산성 여행도 추천한다.

▷ 유 : 연천도 참 아름답죠. 다음을 소개해주실 곳은요.

▶ 이 : 네. 경기북부에 한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파주 월롱산성(경기도 기념물 제196호)인데요.

파주시 월롱산 9부 능선 상 축조된 ‘월롱산성’은 시야가 매우 넓어 정상에 오르면 임진강과 한강, 파주 평야는 물론, 날이 맑으면 멀리 강화도와 북한산, 관악산 일대까지 조망할 수 있어 예로부터 천연의 요새로 여겨져 왔다.

월롱산성은 산 정상부 능선을 머리띠를 두르듯 쌓은 테뫼식 산성으로, 20m가 넘는 자연암벽을 최대한 활용해 축조된 것이 특징이다. 외성의 규모만 해도 둘레가 1300m나 된다.

▷ 유 : 굉장히 큰 규모겠어요.

▶ 이 : 하지만 안타깝게 현재는 성벽과 성문터 등이 많이 유실된 상태입니다. 2003년 조사 당시 백제계 유물인 격자문토기가 출토됨에 따라, 삼국시대 초 한성백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는 이 산성을 통해 고구려의 남하를 막고, 한강과 임진강을 통한 대(對) 중국 교역망을 장악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등산객들 사이에선 한국판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으로 유명하다. 짙은 황토색의 기암절벽이 우뚝 서 있어 그 기세가 미국의 그랜드 캐년과 비견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이국적인 산세뿐만이 아니라 주위 경관도 수려해 산을 오르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인근에는 고려 현종이 요나라와 전쟁 당시 머물렀다는 절 ‘용상사’, 청백리로 유명했던 백인걸 선생을 추모하고자 세운 ‘용주서원’이 있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 유 :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국내,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서 절경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곳은요.

▶ 이 : 네. 포천으로 떠나보겠습니다. 궁예의 마지막 꿈-포천 반월산성(사적 제403호)=포천시 군내면에 위치한 반월산성은 청성산 정상부 일대에 축조된 테뫼식 산성으로, 포천 내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삼국시대 산성이다. 성 모양이 반달의 형태를 띠어 ‘반월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반월산성은 명성산, 여우고개 등 포천의 다른 명승지와 마찬가지로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왕 궁예의 전설로 유명하다.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가 마지막으로 반격을 시도하다 패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궁예가 쌓았다는 전설과는 달리, 백제와 고구려, 신라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와 최초 축성 시기가 삼국시대로 앞당겨졌다. 실제로 ‘마홀수해공구단(馬忽受解空口單)’이라고 새겨진 기와파편이 이곳에서 출토됐다. 마홀(馬忽)은 고구려에서 부르던 포천의 과거 지명이다.

포천의 진산(鎭山) 역할을 해왔던 만큼, 산성 길을 따라 걷다보면 포천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승용차로 산성입구까지 올라갈 수 있고, 해맞이 명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주변에는 수호신을 모신 ‘애기당지’, 포천 유림의 혼이 담긴 ‘포천향교’, 나들이하기 좋은 ‘청성역사공원’, 포천 문화예술의 중심 ‘반월아트홀’ 등이 소재해 있다.

▷ 유 : 네. 포천으로 떠나봤고요.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곳은요.

▶ 이 : 이번엔 양주으로 가보겠습니다. 사실 양주엔 가볼만한 산들도 많고. 물이 좋아 전통막걸리부터 전통주조장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정신을 찾아서-양주 대모산성(사적 제526호)=임진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교통로 상에 위치한 ‘대모산성’은 대모산의 정상부를 에워싸는 형태로 지어진 테뫼식 산성으로, 일명 ‘양주산성’으로도 일컬어진다.

축조 시기는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 삼국시대로 추정되며, 일각에서는 삼국통일 이후 신라가 당나라와 혈전을 벌여 승리했던 ‘매소성(또는 매초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초 축성됐을 당시 모습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고, 축성기법이나 성의 구조 등을 알 수 있어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남은 성문의 모양이 신라계 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문(懸門)’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반 성문과는 달리 성벽 가운데에 구멍을 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성내로 진입할 수 있게 한 문으로, 그만큼 대모산성이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양주시의 진산(鎭山)인 불곡산에서 홍복산으로 뻗어가는 산줄기 사이에 있어 이 코스를 따라 종주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대모산 정상부에 오르면 불곡산의 빼어난 산세는 물론, 너른 백석읍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불곡산 보루, 도락산 보루 등과 함께 양주분지 일대의 산성 찾기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유 : 네.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소개해주신다면요.

▶ 이 : 네. 중흥을 꿈꾼 숙종의 수도방위사령부-고양 북한산성(사적 제162호)=경기도 고양시와 서울시에 걸쳐 있는 ‘북한산성’은 북한산 국립공원의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등 28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병풍처럼 아우르는 총 둘레 약 13㎞ 대규모 포곡식 산성이다.

북한산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강유역을 수호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의 북한산성은 조선 숙종이 약 4만여 명의 장정과 승려들을 동원해 개축한 것이다.

특히 삼각산이라고 칭해지던 과거부터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한반도 오악(五嶽)으로 꼽힐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문화재와 사찰도 많다. 중성문, 산영루, 훈련도감 유영지, 중흥사, 태고사 등 각종 문화재는 물론, 숙종과 영조가 찾았다던 ‘북한산성 행궁지’를 둘러보며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과거 산성 마을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북한동역사관’도 놓칠 수 없는 장소다.

▷ 유 : 오늘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첨부
태그
201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