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차 경찰이 바라본 오늘날 '연쇄살인사건'이 불가능한 이유?!

  • 입력 : 2019-10-08 18:41
  • 수정 : 2019-10-09 06:02
  • 20191008(화) 3부 경기지자체 31 - 박창호 오산경찰서장.mp3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DNA등 발달된 수사기법으로 특정 가능
▪범인 땀세포까지 감식하는 과학수사 및 CCTV, 핸드폰 포렌식 기술이 연쇄살인 불가능하게 만들어
▪8차사건 범인 지목된 윤모 씨, 이춘재 진술 근거 확인해 사실이라면 억울함 풀어줘야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방송일시: 2019년 10월 8일(화)
■방송시간: 3부 저녁 7: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박창호 오산경찰서장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최근 3대 미제사건으로 영화로까지 제작됐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DNA를 통해 특정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비록 지났지만 영원한 범죄는 없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기에 의미가 있는데요. 경찰의 수사기법과 과학 기술의 발달의 성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관련해 현직 경찰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최근에 <인사이드 아웃 폴리스> 라는 저서를 내시기도 하셨는데. 박창호 오산경찰서장입니다. 안녕하세요.

▶ 박창호 오산경찰서장 (이하 ‘박’) : 안녕하세요.

▷ 소 : 박창호 서장님은 올해가 32년차 경찰이시라고요?

▶ 박 : 그렇게 됐네요, 벌써.

▷ 소 : 처음 경찰이 되셨을 때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일 당시였죠?

▶ 박 : 예. 제가 경찰된 게 1988년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겹칩니다.

▷ 소 : 경찰이라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을 텐데요.

▶ 박 : 그렇죠.

▷ 소 : 이번에 용의자가 특정된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 박 : 저도 경찰관이고. 당시 사건이 저희 경찰서에 기록돼 있어요. 당연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요. 먼저 유명을 달리하신 피해자 분들과 유족 분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이라도 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용의자가 특정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놀랐지만 주변의 주민 분들도 놀랐으리라 생각이 들고요. 이걸 보면서 ‘완전범죄란 없다’는 메시지를 준 게 가장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건이 30년이 넘었지만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과학수사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을 해왔잖습니까. 33년 전 기록을 찾아보니 1986년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한 2820달러였습니다. 지금은 3만 달러가 넘죠. 지금의 10분의1 경제수준이었고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시대였고요. 서양과 비교를 해보면 거의 100년의 시간 차가 아닐까 싶은데. 당시 사건을 오늘의 시각으로만 너무 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요. 저도 당시 기록을 보니 그때의 경찰들도 어려운 환경 하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봤을 때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런 부분은 차차 보강을 더 하면 될 것 같고요. 현재 경기남부청 미제수사팀에서 DNA검사의뢰를 해서 용의자를 밝힌 것엔 그것대로 좋은 평가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소 : 용의자가 특정되고 우시는 경찰 분도 계시던데. 그만큼 잡고 싶었던 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가지 진범을 잡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 박 : 당시 80년대 과학수사 수준이 어떻게 보면 기술수준이죠. 그때와 지금은 천양지차입니다. 당시 유일한 직접 증거는 지문이었습니다. 혈액형도 간접증거에 불과했고요. 그래서 모든 수사 초점이 지문과 혈액형 채취에 집중됐고요. 만약 이것이 확보 안 되면 형사들이 직접 현장을 뛰면서 탐문 수사를 했는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당시엔 오늘날 같은 과학수사 기법이나 DNA, 프로파일 분석 같은 것이 제대로 정립이 안 된 시기였죠. 그때 언론에서도 나왔습니다만 9차 사건쯤 되니까 용의자 DNA를 일본에 보내서 확인을 한 경우가 있고요. 또 화성사건이 계기가 돼서 우리나라에 91년도에 DNA분석기법을 도입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됩니다. DNA 분석 기법도 오늘날 많이 발전해서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 옷에 남은 땀세포로 용의자를 특정할 정도로 발전했는데. 당시에는 과학기술 수준이 범인을 특정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 소 : 수사기법이 많이 발전했고. 그렇기 때문에 요새는 연쇄살인사건이란 말을 잘 못듣는 것 같아요. 저서에서도 그렇게 밝히신 것 같더라고요. 현재 연쇄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과학수사발전 때문이다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이것만 있을까요?

▶ 박 : 제가 보기에는 당시하고 지금하고 가장 큰 차이는 24시간 감시의 눈이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아요. 저도 사건현장을 직원들하고 직접 가봤거든요. 그 동네가 특별히 위험한 지형지물이 있다든지 그런 지역은 아니고 일반 시골하고 다름이 없는 동네였습니다. 시내버스도 한시간에 한 대 정도 다녔고요. 주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집을 가려면 1~2km 들판을 가로질러 가야 했었는데. 범인이 안면부를 가리고 나서 범행을 하다 보니 범행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고 그래서 잡기도 어려웠고. 그러니 범인도 ‘범행을 계속해도 되는 구나’ 하는 생각에 범행이 지속이 됐는데. 오늘날 같은 경우 도처에 CCTV와 차량 블랙박스가 있습니다. 전국 2000만대가 넘는 거의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가 달려있죠. 또 SNS나 컴퓨터,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그리고 핸드폰 위치추적, DNA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이런 인프라들이 마련돼 있거든요. 시민의식도 그때와는 다른 양상이고. 경찰도 당시와 달리 굉장히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연쇄살인의 고리가 초기에 깨지는 모습이라 할 수 있고요. 오늘날은 거기서 더 나아가 연쇄살인사건 초기도 발생하지 못하도록 범죄예방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셉테드라든지 여성 안심 귀갓길, 특별 순찰구역 등 예방과 검거, 수사 이런 것들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전돼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소 : 알겠습니다. 지금 문자로 ‘피해자 가족들에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말씀에 울컥합니다. 경찰 분들도 얼마나 잡고 싶으셨을까요.’하고 청취자 분께서 말씀주시기도 하셨는데. 그런데 간절히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 소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8차 범인으로 징역을 살고 나온 분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어요.

▶ 박 : 저도 8차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 씨가 강압에 못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한다는 걸 언론을 통해 들었고요. 당시 수사도 그렇고 재판도 그렇고.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법인 방사선동위원소 감별법을 적용해 음모 판별을 했고. 또 현장 정액을 종합해서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춘재의 진술이 나왔기 때문에 그 진술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소 : 이춘재 말이 사실이라면 나머지 미제사건도 풀리긴 합니다만. 8차 부분은 경찰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꺼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박 : 이야기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게 경찰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 소 : 그런데 윤모 씨는 이미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상황이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경찰이 이런 부분에서 곤혹스러울 것 같기도 한데요.

▶ 박 : 제가 수사팀에 합류한 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그렇게 거론이 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팀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이후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 소 : 알겠습니다. 아직 미제사건들이 많이 남아있죠. 개구리소년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도 의지를 밝히고 있고. 고 이형호 군 사건도 남아있는데. 이 사건들, 언젠가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 박 : 얼마 전 경찰청장께서도 미제사건수사팀을 보강해 해결하겠다고 말씀하신바 있고요. 또 해당 지방청에서도 재수사가 들어갔고. 일부는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날 발전된 수사역량과 국과수에서 DNA에서 감식과정을 통해 의미있는 자료를 얻어내고, 또 이것이 기존의 DNA데이터와 비교가 돼야 하고. 그것이 없다 하더라도 다른 비교 대상이 나와서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소 : 제가 서장님 내신 책을 잠깐 봤어요. 거기 보니 요새 이슈가 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문제라든지 지방자치분권이 되면서 자치경찰, 국가경찰과 관련해 도움 될만한 내용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을 어떤 분들이 보셨으면 하십니까?

▶ 박 : 저는 말씀드린대로 30년 경찰생활을 했는데요. 프랑스 파리 경찰 주재관을 했습니다. 외국 같은 곳은 일반 시민들도 경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해를 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도 그런 노력이 좀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고요. 일반 시민들도 경찰이 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현실적 고민이 있는지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자가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처음 시도된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30년의 경찰생활을 정리한단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소 : 알겠습니다. 다음에 못다한 이야기 듣도록 하겠고요. 오늘 시간이 부족해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창호 오산경찰서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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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