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 입력 : 2019-05-17 15:45
  • 수정 : 2019-05-29 08:54
프로그램 단독 공개 주요 내용
국가 2급 비밀 실미도 사형수 군사재판기록
미국 1급 기밀 키신저-주은래 비공개회담
실미도 기간병-유가족 트라우마 분석

1화 - 주홍글씨:실미도의 기억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1960년 대 후반 한국과 북한 사이에는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전개된다.

김신조 목사 (인터뷰) "그 때에 1개 기지에 1천명~1천2백명씩 해서 8개 기지에 1만명이었어요."

당시 중앙정보부는 이를 '전선 공작'이라고 부르고 북한의 침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인터뷰) "긴장감이 아주 고조된 어두운 시절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수많은 공작원들이 희생되기도 했었는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인터뷰) "이런 일들을 하나 하나 바로 잡는 건 힘들지만 적어도 이 악마의 시대에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고 거기 피해자가 대단히 많았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에 이어 원산항에서 미국의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까지 나포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이는 훗날 실미도 부대 탄생의 신호탄이 되었다.

(인터뷰) "공군 관리 하에 특수감 23명의 죄소들은..." "무장공비가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쳐들어오고 있다" "우리 어머니가 32살에 혼자돼서 지금 48년이 됐다고, 나 6살 누이 8살..." "답답해요 그리고 책임질 사람이 없어요 아직도" "진짜 희생당한 사람들은 뭐냐 이거지 지나가면 끝이야? 그 사람들은 평생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들인데, 몽둥이로 패 죽이는거 피가 낭자 한 것 난 다 여기서 보여 평생이..."

**KFM 경기방송 특별기획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

1화 "주홍글씨 : 실미도의 기억"

[나레이션: 배우 강신일]

영화 실미도, 684부대 제2조장 역을 맡았던 배우 강신일입니다.

실미도 사건은 발생 35년이 지나서야 영화나 소설로 대중에게 알려집니다.

이름도 없었고 존재도 없었던 사람들...

2325부대 중앙유격사령부 684특공교육대

과연 사람들은 실미도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시민들 (인터뷰) "특작군, 북파공작원 양성했던 부대로 알고 있죠" "영화 본 것 때문에 심하게 훈련받고 이런 것들이 떠올라요."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실미도를 기억하고 끝내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소송을 했어요 국가를 이길 수 없잖아요 그냥 졌어요."

김태영 교수[김순웅 실미도 교육대장 유가족] (인터뷰) "우리 어머니는 안 억울하겠어? 48년이 됐다고 아버님은 36살에 돌아가시고, 나 6살 누이 8살때"

이준영 실미도 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진짜 희생당한 사람들은 뭐냐 이거야, 지나가면 끝이야 이슈화 한번 시키고 나면... 그 사람들은 평생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들인데, 내가 시체를 1~2구를 만졌어요? 지금도 아련해 냄새가 아직도 여기서 돌아요."

1971년 8월 발생한 실미도 사건은 수도 서울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의문 조차 가질 기회 없이 사건은 은폐되고 마는데요.

실미도와 관련된 이들은 이미 세상을 등졌거나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971년 8월 23일.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인천 시내버스 한 대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며 멈춰섭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수류탄의 폭발과 함께 진실은 그렇게 감춰 지는 듯 했습니다.

정래혁 국방장관 기자회견 (녹취) "이 사건은 인천 앞바다 실미도의 공군관리하에 수용된 특수범 23명의 죄수들은..."

당시 정부는 이들을 무장 공비로 규정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군 특수범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들은 누구였던 걸까요?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저희 오빠는 사형수나 무기수가 아니에요 어렸을 때 너무 똑똑했고, 물불 안가리고 그런 스타일이에요.","사실 재심을 통해서 명예회복을 하는게 맞아요. 전과자는 무슨 전과자냐고... 국가 예산으로 밥을 먹고 훈련을 받았어요. 국가에 의해 모집되었고... 민간인다 군인이다 따지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실미도의 진실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홍구 교수 (인터뷰) "조사보고서만 나오고 자료가 꽁꽁 묶여버렸죠. 정권이 바뀌면서 지금 그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들어가 꽁꽁 묶여있어요. 연구자들이 접근이 안 됩니다."

꽃다운 나이에 국방의 의무와 나라의 명령에 응했던 기간병.

국가의 부름에 답했던 공작원 일부는 현재까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한홍구 교수 (인터뷰) "처음에 사형수들로 만드려고 했다가 법무부가 반대한 이유도 바로 그 이유고, 정작 실미도 사건으로 사형당한 분들의 시신이 인도가 안됐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죠."

어린 나이에 이겨내기에는 실미도 사건은 참혹했습니다.

권오관 기간병 (인터뷰) "모두 동료가 돌아가신 것은 마음이 상당히 안좋다고... 그런데 지금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가슴이 벌렁벌렁해요. 참 마음적으로 어려워요."

기간병들은 당시의 그 쓰라린 기억을 이겨내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양동수 기간병 (인터뷰) "너무 너무 힘들고... 그 고통은요 47kg그램이라는 뜻이에요. 피든 뭐든 몸무게가 하루 한나절에 10kg가 빠진 거에요."

공작원의 유가족 역시 그날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들을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섭니다.

우리는 10여 년 전 처음으로 실미도 사건을 조사했던 국방부 진상조사위원회의 실체에 접근해봤습니다.

실미도 관련 대부분의 자료가 임의로 폐기된 상태였기에 그 기록은 실미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공작원의 마지막 증언에 해당했습니다.

우리는 군사 2급 비밀로 봉인돼 있던 이 자료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임성빈, 이서천, 김병염, 김창구

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군사재판기록이 남아 역사의 그날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나레이션]

1971년 8월 국방부 군특명검열단의 군특수범난동사건보고서

공작원들은 총 6829시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훈련받았다. 훈련은 체력단련과 화기 운용, 산악 훈련, 게릴라 전술에 집중됐다.

2005년 8월, 국방부 실미도사건 조사보고서 실미도부대원들은 북한에 침투했다가 체포되면 수류탄을 입에 물고 자폭하도록 훈련받았다

기간장병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김양구 실미도 전우회장 (인터뷰) "애들이 들어와서 처음에 민간인이 들어와서 뭐를 운동한 것도 없고 일단 체력 훈련을 하기 위해서..."

이준영 실무도전우회 사무국장 (인터뷰) "제일 중요한 게 뭐에요 살아서 돌아와야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체력관리 안 돼서 죽으면 사람만 죽이는 거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거를 손가락질을 하더라 이거지 훈련을 강하게 시켰다고 아니면 다 죽는데."

이 기록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사형 집행이 내려진 4명의 유언이 담겨있습니다.

[나레이션]

"살아 생전 국가에 대해 일도 못하고 죽는 것이 아깝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집에 알리지 말아 주십시오.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웠습니다. 만 3년 6개월 동안 쌓은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이 아깝습니다. 후배나 동료를 위해 못 다하고... 김일성이 목을 베지 못하고 죽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바다 한복판 섬에서 부모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외롭게 지냈습니다."

공작원 유가족 (인터뷰) "어느 날 갑자기 오빠로 인해서 50년 세월 동안 아프게 살았거든요.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상태라서 저희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도와주십시오.

이만종 교수 (인터뷰) "실미도 부대의 비극. 이것은 어느 한 쪽의 잘못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개인의 희생을 볼모로 권력을 행사하는 공적 기관의 아집, 또 무책임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된 기간병들도 지난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50년 남짓 되는 세월은 흘렀지만 '악독한 교관'이라는 주홍글씨는 그들을 괴롭혔습니다.

기간병들은 세상을 등지기 전 명예회복이 되어야 한다며 제대로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

우리는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진짜 실미도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실미도의 진실을 이야기 위한 먼 여정을 떠나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기획·연출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나레이션에 강신일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도 방송문화진흥회의 라디오콘텐츠제작지원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kfm 경기방송 오인환, 서승택 기자] 기획: 오인환 취재: 서승택 작가: 하나리
나레이션: 강신일
성우: 홍후백, 하지형, 김용, 박주광, 이다슬

도움주신분들
실미도 기간장병
양동수, 김태수, 안지근, 김정현, 이준영, 김동배, 김양구, 김이태, 성영균, 권오관

공작원 유가족
이향순, 김병희, 임충빈, 임일빈, 백영철

김신조 목사
이찬진 변호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조소영 국방부 서기관
이만종 호원대학교 교수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승준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김태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사범대학장
신동근 원장(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안정애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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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