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원인은 지붕 보수공사 때문?

  • 입력 : 2019-04-16 19:03
  • 수정 : 2019-04-16 19:47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최근 화재로 인해 지붕과 첨탑이 붕괴되는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우리 역시 숭례문을 화재로 잃은 경험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요. 노트르담 성당의 문화적 가치와 앞으로의 복원가능성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일시: 2019년 4월 16일 (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상현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노트르담 성당, 샤르트르 성당/독일 쾰른 대성당과 함께 전성기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프랑스가 시작된 상징적인 곳. 나폴레옹 대관식 등 주요 역사적 사건 장소.
◈노트르담 성당 화재, 지붕 교체 공사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 국민들 충격.
◈석조 건물이라 큰 손실 없어. 지붕과 첨탑 부분만 보수하면 복원 가능할 듯.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재로 인해 지붕과 첨탑이 붕괴되는 등 크게 훼손 됐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유럽 후기 고딕 건축물의 대표작을 넘어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등 프랑스 문학과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파리의 자랑거리인데요. 프랑스는 물론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의 화재 소식에 전 세계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어떤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인지, 이상현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상현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 소 : 오늘 많은 분들이 영상을 통해 보셨겠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는 장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건축학에 몸담고 계시니 더욱 안타까우셨을 것 같습니다?

▶ 이 : 예. 그 광경을 처음 보고는 놀랐습니다. 가장 놀란 건 저기서 어떻게 불이 날 수 있었을까. 그런 의아심을 가졌죠. 나중에는 정말 불이 났구나 싶어서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 가서 감동과 추억을 느꼈을 텐데 그곳이 불탄 것을 보니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소 :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전 세계가 안타까워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느 정도 역사와 상징을 가진 건축물이기에 이렇게 세계적 화제가 되는 건가요?

▶ 이 : 그게 중요하죠. 노트르담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고딕양식은 유럽에서 천 년 정도 지속된 건축 스타일입니다. 천 년간 비슷한 스타일로 성당을 계속 지어온 거죠.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지어지다보니 초기양식, 전성기 양식, 후기 양식으로 스타일이 나뉘는데. 노트르담 성당은 전성기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입니다. 유럽에 고딕성당들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노트르담 성당, 샤르트르 성당, 독일의 쾰른 성당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노트르담 성당이 가장 멋있고 장엄한 건축물이라 생각합니다.

▷ 소 : 고딕양식의 특징이 뭔가요?

▶ 이 : 외관상 보기에 가장 큰 특징은 높이 솟은 첨탑입니다.

▷ 소 : 이번에 화재가 난 곳도 이 첨탑인 거죠?

▶ 이 : 그렇죠. 종탑이 아닌 중앙부의 첨탑이 불에 탔는데요. 고딕 양식 중에서도 노트르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플라잉 버트리스(flying buttress)’입니다. ‘플라잉 버트리스’는 날아가는 구축벽이라 번역을 할 수 있는데. 높은 건물이 서게 되면 양쪽으로 벌어지려는 힘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그 힘을 잡아주는 구축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구축벽 전체를 붙였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그 벽에 구멍을 뚫어서 보니까 그래도 계속 무게를 견딜 수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구축벽이 점점 얇아져서 나중에는 아주 날렵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그걸 ‘날아가는 구축벽’ 이라고 해서 ‘플라잉 버트리스’라 부르게 된 거죠.

이 노트르담 성당의 특징을 잘 보시려면. 그리스의 신전 건축물이나 로마 바티칸 성당과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거기엔 육중한 돌이 거대한 규모로 쓰이고 있거든요. 반면 노트르담 성당의 플라잉 버트리스는 날렵하고 얇아요. 그래서 멀리서 보면 철골 구조물처럼 보이죠. 그 부분이 노트르담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소 : 그런데 이 성당이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잖습니까. 그 당시엔 타워 크레인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리 높이 지었을까요?

▶ 이 : 조적식 구조이기 때문에 밑에서부터 쌓아 올라간 겁니다. 벽돌과 큰 돌을 쌓아 올리면서 비계도 같이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그렇게 높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식 건물을 생각하자면 아주 높은 기둥을 한꺼번에 세워야 하는데. 이건 그건 아닙니다. 큰 돌을 하나 쌓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가 돌을 쌓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건물이 올라가는 거기 때문에 실제로는 작업자의 작업 반경 안에서 이뤄지는 거죠. 지금 보면 매우 높아보이긴 하지만 시작점부터는 그런 방식으로 쌓아 올라갔던 겁니다.

그리고 내부의 경관을 지탱하는 특별한 구조적 양식들도 있는데 그건 라디오에서 설명 드리긴 시간이 짧을 것 같네요.

▷ 소 :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보면서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도 프랑스에게 그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이 :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트르담 성당은 단순한 고딕성당이 아니라, 노트르담 성당이 지어진 자리가 프랑스 파리가 시작된 자리입니다. 그리고 파리가 시작된 곳이니까 프랑스가 시작된 자리기도 하죠. 그래서 예전 로마 시대에는 신전이 있었고. 노트르담 성당이 들어서기 전에는 초기 기독교 건물이라는 바실리카가 있던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이 성당이 세워지면서 천 년 동안 지속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곳이 프랑스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다. 그곳에 있던 장엄한 건물이 불에 탄 것이다. 그러니 프랑스 국민들로서는 굉장히 충격적이겠죠.

▷ 소 : 프랑스의 상징이 다 들어있는 거네요.

▶ 이 : 나폴레옹 대관식도 하고 전직 대통령 장례식도 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더 중요한 건 프랑스의 시작이고 파리의 시작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소 : 그래서 그런지 마크 롱 대통령도 현장 방문을 했을 때 눈물을 흘리면서 ‘끔찍한 비극이다, 다시 세울 것이다’ 하기도 했는데. 전문가로서 보시기에 복원이 쉬운 일인가요?

▶ 이 : 일단 마크 롱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렸다는 건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성당이 석조건물이긴 한데 지붕 자체는 나무로 돼 있거든요. 모든 석조건물이 그렇습니다. 지붕까지 석조로 된 건 없어요. 지붕은 원래 나무로 만드는 거고. 지금 불에 탄 것도 19세기 중반 1845년에 보수했던 겁니다.

▷ 소 : 추가로 더 올라간 건가요?

▶ 이 : 지붕 부분은 무너져 있던 부분을 보수를 한 거죠. 지붕을 떠받치려면 틀을 짜서 받쳐야 하는데 그 틀을 나무로 짜야 합니다. 나무 위에 걸치는 판재도 석재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붕은 원래 불에 잘 탑니다. 그래서 지금 불에 탄 것들은 1845년에 만든 거라 천 년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그리고 제가 사진으로만 봐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돌이라는 게 화재를 잘 견딥니다. 500도~1000도까지는 충분히 견디는 것도 있고요. 화염이 지속된 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보기에는 석재 부분에는 큰 손상이 간 것 같진 않아요. 프랑스 언론도 ‘큰 위기는 모면했다’는 걸로 봐서 석재 부분은 견고하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금 보기에는 지붕만 다시 세우면 될 것 같고. 제가 좋아하는 ‘플라잉 버트리스’도 손상이 되진 않은 것 같아서 성당 복구가 어려울 것 같진 않습니다.

▷ 소 : 그런데 이번에 화재가 난 이유가 첨탑 보수공사를 하다 불이 난 모양이에요?

▶ 이 : 그렇죠. 주요 건물이나 문화재는 대부분 보수 공사를 하다 화재가 납니다. 보통 보수할 때 화재가 난다는 건 다 알고 있거든요. 그걸 대비를 했었어야 하는데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죠.

▷ 소 : 저희도 가끔 용접 작업을 하다가 불똥이 튀기도 하고. 대기가 건조해서 화재가 더 잘 발생한다고 하기도 하잖아요. 이 성당 첨탑도 목재로 돼 있기 때문에 화재가 날 가능성은 항상 있던 거다...

▶ 이 : 그럼요.

▷ 소 : 이 첨탑 부분은 수시로 보수 공사를 하는 겁니까?

▶ 이 : 목재로 됐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은 대부분 부분적으로 교체를 해줍니다. 실제로 천 년 된 건물이라 해서 천 년 된 것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는 없죠. 목조인 경우에는요.

▷ 소 : 얼마나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하나요?

▶ 이 : 부패가 심하고 노후화가 돼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보면 바꾸게 되는데. 대략 100년~200년 사이 정도 됩니다. 이번 것도 1845년에 교체한 거니까 보수를 한 건데. 그 와중에 불이 난 거죠.

▷ 소 : 노트르담 성당 외에도 오래된 역사 건축물들이 화재로 안타깝게 소실되는 경우들이 과거에도 있었죠?

▶ 이 : 많이 있죠. 서양에서 유명한 건물들은 대부분 석조로 지어졌기 때문에 화재로 소실된 건 그리 많지 않아요. 반면 동양에선 목재를 이용해 많이 짓기 때문에 안타깝게 사라진 것들이 많죠.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황룡사 9층목탑이 있고요.

▷ 소 : 죄송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 : 네.

▷ 소 : 지금까지 이상현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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