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경기 일으켜 다쳐도 유치원 책임없다'... 사립유치원 '서약서' 강요?

  • 입력 : 2019-03-19 16:44
  • 수정 : 2019-03-19 17:34
해당 유치원, "일절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서약서 학부모에게 보내
사립유치원 개원 연기 사태로 부모들 애 태우더니, 이번엔 서약서 강요?

[앵커] 유치원에 보낸 아이가 갑자기 경기나 경련을 일으키거나, 또 이로 인해 다치게 될 경우, 유치원은 책임지지 않겠다.

여기에 더해 유치원 측이 보낸 어떤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 든 학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사립유치원이 개원 연기 사태로 부모들의 애를 태우더니, 이번엔 이같은 서약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박상욱 기자입니다.

서약서 캡처 [리포트] 경기도내 한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열 경기 확인 및 서약서'입니다.

원아명과 생년월일, 성별 등을 적게 돼 있습니다.

'해당 유치원의 모든 교육활동 시간에 일어나는 경기, 경련 증세 또는 이로 인한 낙상 등 2차사고 발생 시 유치원과 교사가 순간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사고에 대하여 해당 유치원 및 교사에게 일절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입니다.

등원차량지도, 하원차량지도, 견학(소풍), 줄넘기, 달리기 등 유치원의 모든 교육활동 시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학부모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기재하고, 서명까지 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받아본 일부 학부모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위급상황시 아이를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책임 안지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도냐' 등 황당한 반응입니다.

또, '만일의 경우 부모들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로 밖에 안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의 말입니다. (녹취)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너무 당황했습니다. 사인 안하면 우리 아이한테 혹시 불이익이 있을까봐..."

해당 유치원은 이에 대한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유치원이 서약서를 받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며, "현장 확인 후 해당 유치원에게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원 연기 사태로 공분을 산 사립유치원의 비뚤어진 행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KFM 경기방송 박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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