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 심장이 미친듯하다”...직장 내 '태움'문화에 희생되는 간호사들

  • 입력 : 2019-03-12 19:17
  • 수정 : 2019-03-12 19:17
  • 20190312(화) 1부 갑갑한 사내탈출 - 이경석노무사.mp3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장 내 '태움' 에 시달리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죠.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번에 박선욱 간호사에 대해 산재 승인을 내렸는데요. 그런데 유족들은 그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이경석 노무사에게 들어봅니다.

■방송일시: 2019년 3월 12일 (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경석 노무사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 ‘태움’. 개인보다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기인한 문화.
◈과중업무에 조기출근은 예사, 물 먹을 시간도 없고 밥도 10분 내에 해결.
◈작년 고 박선욱 간호사 ‘태움’에 시달리다 자살... 6개월 만에 몸무게 13kg 빠질 정도로 시달려.
◈일기에 “오늘도 조금만 혼나길.. 기도하며 자야지”... 마지막 업무 사고에는 의료소송 검색 36회나.
◈근로복지공단 산재신청 승인... 하지만 ‘태움’ 부분은 빠지고 고인의 개인 성격으로 돌려. “구조적 개선 필요”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병원 내 간호사들 간의 악습 '태움',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는데요. 지난주 이에 대한 유의미한 판단이 나왔습니다.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경석 노무사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 소 : 그동안 ‘태움’에 관해 많이 전해드렸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태움', 이 용어, 무엇을 말하나요?

▶ 이 : ‘태움’ 이라는 뜻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라는 속뜻을 가진 은어입니다. 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간호사들에게 혹은 동료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 간에 벌어지는 일로, 업무가 미숙하거나 부족한 경우 폭행, 폭언, 인격모독, 집단 따돌림과 같은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서 업무를 가르치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입니다.

▷ 소 : ‘태움’이라는 게 개인보다는 근무 환경에 영향이 있다면서요.

▶ 이 : 이러한 ‘태움’의 문화는 간호사들의 개개인의 성정 또는 성격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 업무의 장시간노동,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노동 강도에 기인하고 있음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간호업무는 의료 업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경우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정신적인 긴장감을 수반하면서 일을 하게 되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서 케어하거나 검사하는 업무 외에 간호사들이 교대 업무를 할 때 환자의 상태나 약물투여 등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루어 져야 하므로 환 이를 파악하고 기록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1시간 이상 조기출근하거나 2-3시간 늦게 퇴근하는 건 일상이라는 간호사들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또한 4시간 근로하면 30분 이상, 8시간 근로하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으로 화장실을 가거나 물먹을 시간도 없고 밥도 10분 내로 먹고 바로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례로 선배간호사가 처음 현장에 온 후배간호사에게 처음 하는 말이 ‘물먹을 시간조차 없으니 출근해서 물은 충분히 먹고 일을 시작하라’ 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 소 : 그럼 박 간호사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던 가요?

▶ 이 :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박선욱 간호사는 2018년 2월 15일 자살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에 취업한지 6개월 만에 발생한 일입니다. 박선욱간호사는 병원에 입사이후에 현장해서 해야 하는 실무는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견디기 힘들 정도의 많은 업무를 맡았고. 그러면서 ‘태움’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인의 경우 많은 간호사들이 꺼려하는 중환자실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를 맡은 권동희 노무사님의 말을 빌리자면 서울 아산병원의 내부 감사보고서에 “고 박선욱에게 심한 압박감을 주었다,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고 되어 있었다고 하였답니다.

또 고인의 카톡에는 “두렵다, 심장이 미친듯하다”, “하루 종일 혼나”,“오늘도 조금만 혼나길.. 기도하며 자야지”등의 내용이 있었고. 유서메모에는 ‘하루 세 네 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박선욱 간호사는 입사한지 6개월 만에 몸무게가 13kg나 빠지는 등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 속에 근무를 하였고 사망하기 이틀 전에는 중환자실 환자의 배액관이 찟어지는 사고를 경험했는데 주치의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주변 간호사들 아무도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 발생 후 고인의 휴대폰을 보니 의료소송에 대해 36회나 검색한 기록이 나와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 소 : 여기에 유족들이 박 간호사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 이 : 예. 산재승인이 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소 : 그래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 있는 거군요.

▶ 이 : 네. ‘태움’으로 인한 자살 사건에 대해서 이번에 산재로 인정된 첫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존경찰 조사에서 폭언 폭행 및 가혹행위는 없었다라고 조사 결과가 나왔고.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은 병원내의 태움 문화가 아닌 박선욱 간호사의 개인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병원 측 의견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은 고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 소 :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고 박선욱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태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 이 : 온전히 태움 때문에 직장 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그것이 자살로 이어졌다고 결론이 났다면 더없이 깔끔했겠지만. 근로복지공단의 보도자료를 보면 심의회의를 열어 유족과 대리인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과중한 업무에 따른 부담이 고인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자살 사건은 업무상질병으로 보거든요. 그래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판정을 하는데. 이 위원회에서는 박 간호사에 대해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업무를 더욱 잘하려고 노력하던 중 신입 간호사로서 중환자실에서 근무함에 따라 업무상 부담이 컸다”며 “직장 내 적절한 교육체계나 지원 없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피로가 누적되고 우울감이 증가하여 자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 된다”고 보도자료로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에는 유족과 산재를 신청한 대리인들이 황당해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우선 유족과 대리인 측은 직장 내 태움 문화로 인한 괴롭힘으로 (박 간호사가) 자살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내용은 빠져있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 나온 판정서에도 고 박선욱 간호사에 대해 ‘고인은 평소 적극적이고 쾌할한 성격의 소유자’ 라고 되어 있음에도 ‘매우 예민하다’고 보도 자료를 내어 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 될 거 같습니다.

▷ 소 : 우리나라 간호사들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죠?

▶ 이 : 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내 간호사 배치 기준은 간호사 1명당 환자 약 12명입니다. 미국은 5.3명, 영국은 8.6명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나라 업무 강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교육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 선배 간호사가 업무와 교육을 병행하면서 후배간호사들을 가르치는 상황에 이 업무스트레스를 후배 간호사들에게 푸는 ‘태움’이라는 문화로 나타나고 있고요. 조기출근이나 잔업을 하더라도 근로시간으로 병원이 인정하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데 인원이 더 빠지면 다른 간호사들의 업무가 더 과중되어 법으로 보장된 연차유급휴가도 쓰지 못하고, 아프더라도 쉬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임신순번제, 사직순번제라는 비정상적인 관행도 생기게 되었던 것이고요

▷ 소 :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 판단, 앞으로 간호사들의 처우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보세요?

▶ 이 : 얼마 전에 간호사들에 대한 TF팀이 꾸려져서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만 전담하는 간호사들을 200명 정도 뽑아 배치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난이라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간호사1인당 적정 환자인원을 정하여 부족한 간호 인력을 병원에 충원시키도록 하여 노동 강도를 감소시키고, 신규간호사들의 교육도 질과 양을 담보하고 현직 간호사들의 업무와 중복되지 않게 교육하고 관리되는 방안 등과 같이 의료 환경에 대한 전반적 구조에 대해서 개선을 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 소 : 지금까지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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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