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천만돌파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비결은?

  • 입력 : 2019-02-07 19:27
  • 수정 : 2019-02-08 01:17
  • 20190207(목) 1부 오늘이슈 - 하재근 문화평론가.mp3
설연휴 기간 화제를 모으며 어느덧 천만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 덕분에 영화에 등장한 수원 통닭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비결,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일시: 2019년 2월 7일 (목)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하재근 문화평론가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설연휴 하루 평균 백만 돌파하며 천만 달성한 영화 ‘극한직업’
◈경쟁작 '뺑반‘, 헐리웃 블록버스터 아쉬운 성적 속에 승승장구. 대진운 좋아.
◈무거운 영화에 지친 관객들... 가벼운 웃음에 대한 선호도 작용한 듯.
◈배우 류승룡, ‘7번 방의 선물’, ‘명량’에 이어 또 ‘명절의 남자’로 등극.
◈향후 기대작 없는 만큼 천만 넘어 계속 흥행질주할 것으로 예상.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주말과 이어진 설 연휴, 차례도 지내고 친지들도 만나면서 여유로운 시간 보내셨나요? 연휴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영화 관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영화 덕을 봤어요. 연휴 전 아내와 함께 봤는데 많이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끝나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많이 웃었더니 설 준비는 잘 할 수 있겠다”고. 명절증후군을 먼저 치료했다고 할까요?

올 연휴를 기점으로 천만관객을 달성한 영화가 있습니다. 이 대사 들으시면 그 영화가 무엇인지, 바로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감사합니다. 수원 왕갈비 통닭집입니다." 류승룡씨가 이런 대사를 하죠. 바로 영화 '극한직업'인데요. 흥행 비결과 관련된 파급 효과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하 ‘하’) : 안녕하세요.

▷ 소 : 평론가님은 이 영화 보셨어요?

▶ 하 : 봤습니다. 초기에 이 영화가 심상치 않다는 입소문이 돌기에 가서 봤는데 웃겼습니다.

▷ 소 : 아내 분이랑 같이 보셨습니까?

▶ 하 : 혼자 가서 봤습니다. 저는 주로 혼자서 보니까요.

▷ 소 : 어쨌거나 많은 분들이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보셨을 텐데. 영화 '극한직업', 어제 천만 관객을 돌파했죠. 이번이 몇 번째 천만 관객 영화인가요?

▶ 하 : 한국 영화로는 역대 18번째이자 외화까지 합치면 23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그리고 코미디 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 이후 2번째인데. 순수 코미디로는 최초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코미디가 초중반에 웃기다가 막판에 울리거든요. 휴머니즘+감동+눈물이 코미디의 공식이었는데. 극한직업은 그 공식에 맞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는 걸로 천만을 돌파해 최초인 것 같습니다.

▷ 소 : 천만 관객 동원 속도도 상당히 빠른 것 같은데요?

▶ 하 : 역대 3번째 빠른 속도라고 하는데요. 이 영화가 설 연휴 들어서서 하루 평균 100만 관객이 들었거든요. 이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흥행한 영화가 지금까지 별로 없었고.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명량’과 ‘신과 함께1’ 그 정도 빼놓고는 그 다음으로 빠른 속도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엄청난 블록버스터도 아닌데. 정말 놀란 게 설날 연휴 전엔 수요일 평일 하루 50만이 넘었거든요. 평일에 하루 50만을 넘는다는 건 국민적 블록버스터에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이 영화 순 제작비가 65억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만큼 작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블록버스터급 흥행 속도가 나타난다는 게 너무나 놀랍고. 매우 이례적인 사회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작사는 최소 10배 이상 수익이 났죠.

▷ 소 : 하루 평균 100만 명이면 만 원씩만 따져도 100억 아닙니까. 엄청납니다. 그런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스크린 독점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죠?

▶ 하 : 스크린 독점을 하지 않았으면 하루 100만 명이 불가능하죠. 극장 가서 극한직업 밖에 볼 게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데 별로 인기 없는 영화를 억지 자본의 힘으로 독점해 강제로 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에 의해 수요공급 원리로 이뤄진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이런 식의 독점현상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은 상당히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영화가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한 극장에서 몇 개관 이상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소 : 소비자들이 스스로 독점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 하 :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흐름을 만들기 마련인데. 그렇게 해서 영화를 보는 소비자는 기분이 좋겠지만. 그 시장의 질서 자체가 불건전해지게 되고. 몇몇 인기영화 중심으로 다 쓸어가고. 이런 식의 시장이 만들어지면 영화계가 대박작 위주의 독식시장이 되면서 중소형 영화들은 죽을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 영화 경쟁력으로 봤을 때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우리도 앞으로 규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소 : 그럼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 무엇이라고 평가하십니까?

▶ 하 : 이 영화가 웃기는 영화인데.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작은 영화고요. 관객들이 작고 가볍고 웃긴 것을 원할 때 마침 이 영화가 등장했다 생각합니다.

▷ 소 : 시대가 웃을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나왔다?

▶ 하 : 시대가 웃을 일이 없기도 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흥행을 했었어요. 영화 제작비 규모는 점점 커져갔고요. 그리고 그런 블록버스터는 반드시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민족사의 애환, 눈물을 터뜨리는 전형적인 공식이 형성됐었는데. 그런 영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관객들이 그 무게에 지쳐 가벼운 소품을 보고 싶었다 생각하고.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표현의 자유 억압의 우려가 있어서. 그 반발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호응을 얻었는데. 이제는 예전보다 자유로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웃기는 영화 쪽으로 선호도가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제작자가 공덕을 쌓았는지. 엄청 운이 좋아서 설 연휴 시장에 경쟁작이 거의 없었습니다. 경쟁작으로 원래 ‘뺑반’이 있었는데. 이미 약체로 떨어져 나갔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이 개봉했는데 그것마저 기대보다 못하다는 평이 나오면서 ‘극한직업’이 한국 시장에서 독주를 하게 됐고.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됐죠.

▷ 소 : 이런 공식도 있어요? ‘설에는 코미디, 추석엔 사극.’

▶ 하 : 그렇다기보다 추석과 설을 합쳐서 사극이나 코믹 액션을 많이 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부담 없다는 거거든요.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고.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사극이 좋고. 그러면서 사극이나 코믹 액션이 명절에 인기를 끄는데. 그런 식으로 8,90년대 명절을 성룡이 책임졌었죠. 요즘은 한국영화가 강세를 띠면서 우리나라 코믹 액션이나 사극이 연휴 때 사랑을 받는데. 특이한 것은 명절 천만 영화가 지금까지 세 편이에요. ‘7번방의 선물’, ‘광해’, ‘극한직업’.

▷ 소 : 다 류승룡씨가 나왔네요?

▶ 하 : 네. 그래서 지금 류승룡씨가 명절의 남자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사실 류승룡 씨가 ‘7번방의 선물’ 이후 코믹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코믹 시나리오를 다 피해갔다고 하는데. 지난 몇 년 간 류승룡 씨가 선택한 영화들은 100만도 못 넘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코믹으로 돌아와서 천 만 가니까. 앞으로 류승룡씨가 코믹 시나리오를 많이 보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소 : 말씀하신 것처럼 류승룡 씨가 ‘7번방의 선물’ 이후 흥행에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흥행 참패 꼬리표를 떼어내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죠?

▶ 하 : 그렇죠. 이번에 4번째 천만 영화 타이틀이거든요. 말씀드렸다시피 몇 년 동안 류승룡 씨 영화들이 백만도 넘지 못해서. 천만 아니면 백만... 이렇게 극에서 극으로 가는 배우도 드문데. 류승룡 씨가 드라마틱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이고. 사람의 운이라는 게 있는 것 같은 게. 류승룡씨한테 그동안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갔다고 하거든요. 천만 영화 ‘베테랑’, ‘곡성’이라든가. 그런데 이것들을 류승룡씨가 거절하고 선택한 영화들은 백 만도 못 넘고. 무려 4년 정도 운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걸 만회해 대운이 터진 것 같습니다.

▷ 소 : 앞으로 관객수 얼마나 갈까요?

▶ 하 : 이 영화가 여전히 경쟁작이 없거든요. 그래서 꽤 뒷심을 받을 것 같습니다. 지금 천만 넘었지만 1200, 1300, 심지어 1400만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대진운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 소 : 영화를 만든 분이 이병헌 감독인데. 배우 이병헌 씨와는 다른 분이죠?

▶ 하 : 완전 다른 분이죠. 배우 이병헌 씨와 이름이 같다보니까 그동안 이병헌 씨한테 묻혀서 존재감이 없었는데요. 원래 이 분이 영화계에서는 감각적이고 웃긴 대사를 잘 쓰는 분으로 유명했거든요. 과거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을 각색했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데. 영화 ‘스물’이라든가 비교적 작고 감각적인 영화를 감독해 성공시키면서 주목 받다가. 이번에 천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배우 이병헌 씨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 소 : ‘스물’ 봤을 때도 엄청 웃었어요. 이병헌 감독이 코미디에 능력이 있나봐요.

▶ 하 : 코미디 시나리오를 잘 쓴다 하고. 그래서 ‘말맛 코미디’다, ‘대사로 웃긴다’.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사로 주고받으면서 웃기다 보니 제작비가 많이 필요 없다는 거죠. 요즘 한국영화 기대작이다 싶으면 백 억 우습게 넘는데. 이번 영화는 65억만 들여서 말로만 웃긴... 사실 액션은 다른 한국영화에 비해 그렇게 강하지 않거든요.

▷ 소 : 알겠습니다. 오늘은 시간상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 : 감사합니다.

▷ 소 : 지금까지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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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