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셀프 세비인상', 선진국에선 없는 일?

  • 입력 : 2018-12-13 19:01
  • 수정 : 2018-12-14 01:18
의원들의 셀프 세비인상을 두고 국회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국회가 아닌 외부기관에서 세비를 정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 말이 사실인지 4부 팩트체크에서 이고은 뉴스톱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방송일시: 2018년 12월 13일(목)
■방송시간: 4부 저녁 7: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

1213(팩트체크)

◈2019년도 국회의원 세비 인상률 1.8%... 연간 182만원 인상돼 1인당 총 수령액 1억472만원.
◈한국 국회의원 연봉 이탈리아, 일본 이어 3번째로 높아...GDP 대비 5배 높아.
◈야3당 배제한 더민주/한국당 비공개 소소위에서 인상 결정해 논란.
◈비판 여론에 야3당, 자발적 세비 인상분반납... 더민주도 182만원 사회환원 공표...‘뒤늦은 생색내기’
◈영국은 외부위원회에서 세비인상 결정...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한국처럼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연동해 결정
◈OECD 27개국 중 국회의원 경쟁력 평가 한국 26위...세비 인상 논란 나오는 이유.

▷소영선 프로듀서(이하‘소’) : 최근 국회의원 세비 인상으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세비 셀프 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는데요. 이에 대해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원 세비를 의회 밖 독립기구에서 정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라 밝혔습니다. 사실일까요?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 (이하 ‘이’) : 안녕하세요.

▷소 : 먼저 국회의원 세비가 인상됐는데요. 어디에서는 국회의원 연봉이 180여만 원 수준, 또 어느 곳에서는 2000만 원 올랐다고 각각 말이 달랐는데요?

▶이 : 국회의원 세비가 인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 청원과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국회의원 연봉이 14% 증액돼서 2000만원을 더 받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고요.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19년도 국회의원 세비 인상률은 1.8%로 공무원 공통 급여 인상분인 1.8%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그 금액은 연 182만원이었고, 결과적으로 의원 1인당 총 수령액이 2019년에 1억472만원이 되는데요. 활동비와 합쳐 계산되다보니 혼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2% 증가한 셈이라 하고요. 이렇게 다른 액수가 알려진 것은 사무실 운영비나 차량 유지비, 또 유류대 등을 합산해서 보도하면서 계산법이 달라진 설명입니다. 이런 경비들은 의원 수입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2000만원이 아니라 182만원이 더 정확한 인상액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소 : 직접 수입은 아니지만 쓰일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됐다는 면에서 올랐다는 게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 네 그렇습니다.

▷소 : 어쨌든 명목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죠. 그럼 한국 국회의원의 급여 수준, 어느 정도인가요?

▶이 : 182만원 오른 것도 많다는 여론이 나올 정도로, 사실 한국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반감도 큰 상황인데요. 한국 국회의원의 보수가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2015년 OECD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연봉은 GDP 대비 세계에서 3번째로 높습니다. 2016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의 자문기구였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추진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로 우리나라 의원 연봉은 GDP의 5배 정도가 되는데요. 이탈리아, 일본 다음으로 높은 것이고요. 흔히 선진국으로 일컫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1인당 GDP 4배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죠.

▷소 : 우리나라 국민총소득 GNI가 1인당 3만불 시대라고 하니까요. 이걸 3천만 원으로 봤을 때 5배면 1억 5천만 원인데. 선진국은 4배를 넘지 않는다고 하니... 문제는 이것이 셀프 인상이었다는데 있습니다. 예산안 삭감은 언론에 공개되어도 인상은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하죠?

▶이 :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민생예산 인상인 경우 더 공개하려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이번 국회 세비 인상안의 경우 굳이 언론에 알리려 들지는 않았겠죠. 이런 과정을 보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이 합의해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세비 셀프인상이 이뤄진 건데요. 놀라운 것은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비가 인상된 것도 나중에 인상된 후에 알았다고 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세비를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를 하면서 스스로 정하는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요. 특히 예산 증액, 감액 심사가 예결특위 내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이뤄지지 않고, 올해는 각 당 간사로 구성된 이른바 소소위에서 비공개 심의로 논의해서 논란이 되지 많았습니다. 소소위는 회의록도 남지 않는 비공식 기구여서 투명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소 : 어떤 근거로 어떻게 정했는지 자체가 기록이 없어요. 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데. 버젓이 매년 이런 일이 있어오지 않았습니까.

▶이 : 예. 이제까지는 인상분이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삭감했었는데. 올해의 경우 의견 제시가 되지 않고 인상이 된 거죠.

▷소 : 세비 인상 비판 여론이 일면서 일부 당에서는 세비 인상분 반납을 이야기하기도 했죠?

▶이 : 네. 일단 예산안 통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좀 자유로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먼저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겠다고 결정했고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이렇게 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세비 인상분 1.8%, 연간 182만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세비로 생색낸다는 비판이 벌써 나오고요. 자유한국당도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만큼 입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됐는데. 어제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세비는 깎고 의원 정수는 늘리는데 반대한다’ 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 주목되는 지점입니다.

▷소 : 그런데 저희가 오늘 살펴볼 것은 이 내용이에요. 심상정 의원이 영국이나 선진국처럼 세비 결정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요. 정말 선진국에서는 외부 전문 위원회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결정하나요?

▶이 : 그런 국가가 있는 것은 팩트입니다. 심 의원의 말대로 영국은 의원들의 세비를 외부 전문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2009년 이후 독립기구인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를 통해 국회의원의 봉급과 수당의 적절한 수준을 정하고 지출에 대해서도 감시를 합니다. 구성원은 전직 의원이나 고위법관, 회계사 등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이고요. 부당 지출이 의심되면 조사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국처럼 외부 위원회에서 세비를 정하는 국가가 많지는 않은데요. 국제의회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96개 국가 중 3% 정도라고 하고요.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와 같이 국가공무원의 보수 규정에 연동해서 급여를 결정하는 경우가 54.8%로 대부분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있는데요. 다만 선진국들과 차이라고 한다면, OECD 국가 중 한국 국회의원의 경쟁력을 평가한 지표도 있는데, ‘보수 대비 의회의 효과성’은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26위로 꼴찌 수준입니다. 때문에 세비가 아깝다는 국민의 아우성이 나오는 겁니다.

▷소 : ‘능력되면 다 줘야지’ 하는 생각 가지고들 계실 텐데. 신뢰가 무너져 그런 것 같고요. 그럼 외부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결정하는 기구... 국민들이 원하면 새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었나요?

▶이 : 그런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추진위에서 가칭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를 설치하자, 그래서 국회의원의 세비를 독립적으로 산정하는 기구를 설치하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만큼 세비를 셀프 인상하는 것처럼 자의적으로 책정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였는데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의 건’을 상정한 바도 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면이 있습니다. 또 민주당 의원 발의로 국회의원 세비를 외부에서 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상임위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 : 그런데 세비 인상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세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의원들이 매번 특권 줄이겠다고 공약했었는데, 이런 약속들 지켜진 것도 있나요?

▶이 : 특권을 줄이기 위해 세비를 줄이자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죠.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현안으로 화두인데, 도입된다면 자연스레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세금으로 국회의원 월급 더 준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동의하겠습니까. 그래서 심상정 의원 등은 의원 1인당 2500만원씩 삭감해서 의원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해온 것이지요. 그런데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국회의원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실천을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선거제 개혁과 맞물려서 이 문제 역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로 보이지만, 정국이 꼬여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우선시될 것인지, 여론의 관심이 높을 때만 반짝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후 또 슬그머니 조용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소 :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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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