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근로자들 "우리도 '앉아서 일할 권리' 있습니다"

  • 입력 : 2018-10-08 19:29
  • 수정 : 2018-10-09 00:37
  • 20181008(월) 2부 갑갑한사내탈출 - 이경석 노무사.mp3
장시간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일을 하거나 화장실조차 맘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근로자들. 최근 이런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2부 갑갑한 사내탈출!에서 이경석 노무사에게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방송일시: 2018년 10월 8일(월)
■방송시간: 2부 저녁 6: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경석 노무사

1008(갑사출)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의자 비치 운동 10년차.. 규정 만들어졌어도 유명무실.
◈의자는 비치돼도 여전히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에 눈초리.. “앉으라고 준 의자 아니다”라는 황당한 지적도.
◈제대로 된 휴게공간조차 없어.. 손님 휴게실이나 창고에서 쉬어.
◈보통 10~12시간 동안 서서 근로.. 유통업 종사자 35.4%가 디스크 등 질병 앓아...
◈처벌규정 강화와 함께 고객들 인식개선 필요...서비스 종사자들이 앉아서 쉬는 것이 당연한 풍경 되어야.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 ‘소’) : 노동계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유통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휴게시간이 있어도 휴식공간이 없어 쉴 수 없거나, 비좁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터를 바꿔 나가는 캠페인을 하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이경석 노무사와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경석 노무사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소 : 요즘 노동계가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 우선 유통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수가 204만 명 정도 됩니다. 적은 수는 아니고요. 사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스토리가 있습니다. 10년 전 2008년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의자를 비치하자, 회사에 비치해달라 요구하고. 국민들에게는 캠페인을 벌였었는데. (캠페인을 시작한지) 지난 10월2일자로 만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소 : 10년 됐는데도 바뀐 것이 없어요?

▶이 : 10년 동안 의자비치 운동도 하고 청취자 여러분들도 대형마트에 가게 되면 계산대에 의자 하나씩 있는 걸 본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의자가 있어도 근로자가 앉아서 일하는 경우를 자주 보기는 힘드셨을 수도 있고요. 저 역시도 앉아서 일하는 분들을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또 의자가 비치돼 있긴 하지만 그림의 떡처럼 있는 경우가 많고.
그리고 의자의 경우 계산원 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휴식 공간이 없어서 휴식을 할 수 없거나 비좁은 창고에서 위험을 감당하면서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런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가 10년차 되니 대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노동계 트렌드 중 하나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할 권리를 찾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주목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 : 손님이 없어도 계속 서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것은 내부 지침인 거죠?

▶이 : 사업상의 내부지침인지는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소 : 일하는 분들에게 여쭤보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 : 여러 예시들이 있던데. 사업장의 내부지침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대형마트의 계산원이 의자에 앉아서 계산을 한 겁니다. 그랬더니 관리자가 와서 “의자에 앉으시면 안 됩니다. 앉으라고 준 의자가 아닙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소 : 그러면 의자에 올라서라는 말인가요?

▶이 : 저도 이 말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침에 의해서 관리자가 이야기한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관리자가 지침에 ‘때때로’ 라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회사가 마음대로 정해서 마음대로 앉을 수 없다’는 근로자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소 : ‘때때로’ 라고 하는 것도 갑의 기준이잖아요. 서로의 기준이 아니라...

▶이 : 그래서 그런 부분이 있었고. 계산대에 있는 의자 자체도 형식적으로 주어져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앉아서 업무를 수행하면 허리가 아프고 업무 능률이 안 나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편해서 아예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일하는 게 낫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마트 말고 백화점 같은 경우는 앉아서 일하면 고객의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서서 고객들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관행들이 있어서 앉지 않고 서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면세점 같은 경우는 매장 하나하나가 크지 않습니까. 그래서 의자 자체도 못 놓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소 : 이 외에도 관련 사례들이 더 있나요?

▶이 : 더 있습니다. 의자 부분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휴게시간 부분도 많거든요. 실제로 유통업의 특성상 근로자들의 휴게시간이 잘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노동자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휴식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된 휴게공간이 없어서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없었습니다.

▷소 : 어디 가 계실 데가 없는 거죠?

▶이 : 예.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을 가보면 매장 노동자들이 화장실 근처의 고객들이 앉는 소파에서 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마트에서 집으로 직접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는데요. 여기 계신 분들이 사업장에서 고객 대신 장도 보고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배달 준비를 해놓습니다. 이런 분들은 휴게 공간이 별도로 없고 물건이 쌓인 창고에서 그냥 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다보니 유통업 종사자들의 35.4%가 디스크나 족저근막염, 방광염, 하지정맥과 같은 1개 이상의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소 : 이 분들이 하루에 서 계시면 어느 정도 서 계시는 건가요?

▶이 : 저도 유통업 종사자들을 뵀는데. 이 분들의 보통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출근에서 퇴근까지 12시간~14시간 정도 사업장에 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을 빼면 10~12시간 정도를 서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주6일 근무를 하게 되니 그렇게 노동을 하시는 겁니다.

▷소 : 버스나 지하철에서 10분 이상 서있게 되면 자리 찾게 마련인데, 굉장합니다. 그럼 이에 대한 법적인 대책은 없습니까?

▶이 :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서서일하면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규칙이다보니 이 규정에 대해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 : 규칙은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이런 거죠.

▶이 : 과태료나 형사처벌 등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소 : 그럼 어떻게 개선해야 될까요?

▶이 : 가장 좋은 것이 사업장에서 스스로 유통근로자들의 건강한 노동을 위해서 의자, 휴게 공간 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은 것이겠지만.. 그런데 기업은 근로자들의 건강권보다는 물건을 한개 더 팔기 위한 부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의 휴게 공간을 확보하고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의자확보와 같은 내용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이에 대해 유명무실한 규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다면 유통근로자들의 건강권 확보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 : 그밖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이 : 저번에도 방송에서 얘기했던 부분인데요. 청취자 분들도 뉴스나 신문에서도 한 번씩 봤을만한 내용입니다. 고객에 의한 갑질로 인해 폭행을 당하거나 폭언 욕설에 시달리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이러한 피해를 당한 근로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에 크게 노출돼 있습니다.

▷소 : 뉴스로 많이 접하는 부분입니다만,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느냐... 고객 갑질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밖에 답이 안 나오잖아요.

▶이 : 우선 갑질에 대한 형사처벌 부분을 중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고.

▷소 : 예전에 용인 백화점에서 고객 갑질이 있었는데 직원 분이 용서 없다고 해서 경찰이 세게 처벌했던 것 같은데요.

▶이 : 예. 그래서 법 감정이 국민의 수준에 맞게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나 유통근로자들의 휴식과 관련해서,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다가 병이 들면 사업장에서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그만두면 신규채용을 한다든지, 새로운 근로자들을 교육한다든지, 베테랑 근로자가 나가면 판매실적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고요.
그래서 근로자들이 건강하게 일하면 기업에게도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될 것 같고요, 고객들도 근로자들이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서비스정신이 없는 거 아니냐, 고객을 맞으려고 하는 태도냐 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손님이 없을 때 근로자들이 앉아서 쉬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기업에서 의자를 배치하느니 마느니와 같은 논란은 없어질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소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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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