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정의당 의원 23일 사망
■ 유서에 자금 수수 인정했지만 어떠한 대가나 청탁도 없다고 밝혀
■ 정치자금법 규정 지나치게 세밀하고 꼼꼼하다는 비판
■ 관련법 개정 통해 ‘돈 없는 사람’도 마음껏 정치할 수 있어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중 사망했다. 관련된 소식 유창선 시사평론가와 함께 나눠 본다.
■방송일시: 2018년 7월 24일(화)
■방송시간: 3부 오전 7:00 ~
■진 행: 주혜경 아나운서
■출 연: 유창선 시사평론가
▷주혜경 아나운서 (이하‘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노회찬 의원. '진보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유창선 정치 평론가입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이하 ‘유’): 네, 안녕하세요.
▷주: 먼저 고 노회찬 의원, 어떤 분이었죠?
▶유: 정말 슬프고 비통한 일입니다. 국민들이 너무나도 잘 아는 진보정치의 일약 아이콘이었죠. 과거 독재정권 시점 노동운동가로 활동했고, 이후 정치권에 입문한 후 진보 정당 쪽에서 쭉 활동했습니다. 진보정당정치인으로서 이례적으로 3선 의원까지 도달했습니다. 현재 정의당 원내대표 맡고 있었죠. 그런데 고 노회찬 의원 하면, 그야말로 입담 정치인 가운데 최고로 자부해 왔던 거죠. 최근에는 종편 프로그램인 <썰전>에서 인기리에 출연하면서 그의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자신이 그만두면서도 ‘마음이 놓인다, 안심이 된다’라는 그런 말을 하기도 했죠. 이런 고인의 갑작스러운 투신과 죽음, 단지 진보 정당만의 문제를 뛰어 넘어서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바로 촌철살인이었죠?
▶유: 그렇습니다. 그러한 어록이라고 불릴 정도로 입담 덕분에 TV 토론 프로그램에 도맡아서 출연하는, 최다 급의 출연자이기도 했습니다.
▷주: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정치 자금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유서를 보니까 자금 수수한 사실은 인정한 거죠?
▶유: 그동안 부인을 해 왔죠. 그런데 사실 평소와 달랐던 점은 부인하긴 했지만 그 부인을 하는 말투가 그렇게 확실하진 않아 보였습니다. 주변에서도 혹시 문제가 될 것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추측도 없진 않았습니다. 결국 유서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돈을 받은 사실 인정했습니다. 2013년 3월에 두 차례에 걸쳐서 경공모에게 모두 4천만 원 받았다는 점, 이것을 인정했습니다.
마지막 길에 국민들에게, 그리고 당에다 털어놓은 상황인데요, 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다, 또 대가 약속도 없었다고 해서 받은 돈이 그런 성질의 돈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을 고백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를 유서에 남겼는데요, 일종의 부주의했던 그런 행동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 의원이 유서에 밝힌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 대문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런 후회를 했었는데요, 결국 위법행위를 한 것, 심하게 자책을 하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자금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합법 자금과 불법 자금의 기준은 또 무엇인지, 좀 정리해 볼까요.
▶유: 사실, 현역 정치인들 같은 경우도 몰라서 위법을 저지르게 될 정도로 정치자금법이 꼼꼼, 세밀 촘촘하게 되어 있다, 그런 상황입니다. 그동안 정치자금법이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를 보여 왔는데요, 워낙 우리 정치에서 부패, 비리, 검은 돈 그러한 것들이 근절되지 않으니까 그것이 변함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규제망이 촘촘히 짜여 돈 없는 사람은 정치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돈 있는 사람이야 돈 걱정 안하고 정치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아서 정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후원금 모금 액수 제한이라든지, 여러 가지 엄격한 규제들이 정치를 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 그런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 합법 불법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나요? 대가성인가요?
▶유: 기본적으로 뇌물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대가성을 두고 다루는 건데요, 정치자금법에선 꼭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방ㄷ식 이외에 후원금을 받는 것, 그것이 다 위법을 받기 때문에, 청탁, 대가 약속 없더라도 정치후원금 받더라도 절차를 밟지 않으면 위법이 되는 그런 겁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자금법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 그러니까 합법과 불법, 이런 경계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나뉘는 걸까요?
▶유: 기본적으로 뇌물죄에서 대가성 여부를 놓고 유무죄를 가립니다. 그 이전에 정치자금법에선 꼭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방식 이외의 후원금을 받는 것, 이것은 전부 위법이기 때문에 그 위법이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노 의원 같은 경우 어떤 청탁이나 대가의 약속이 없었더라도 정치후원금을 받고서라도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으면 위법이 되는 겁니다.
▷주: 금전을 매개로 해서 ‘드루킹’ 측에서 협박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앞으로 수사 방향이 어떻게 될까요?
▶유: 허익범 특검의 수사,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어제 허익범 특검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노 의원에 대해서 조의를 표했습니다. 그 대신 아마 특검은 방향을 달리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고 노회찬 의원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드루킹으로 급선회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노회찬 의원에게 돈을 주고서 협박을 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해서, 금전을 준 대가로 발목을 잡으려 하지 않았는지 집중적인 조사를 볼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 이를테면 명예를 특검이 회복시켜 주는 그런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 드루킹 측으로 협박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1년여 전에 드루킹의 경고 메시지가 화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유: SNS 상에서 노회찬 의원이나 정의당 쪽을 향해서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이야기를 공공연히 꺼낸 적이 있어서 드루킹 일당이 정치권에 여기저기 접촉을 하면서 뭔가 발목을 잡는 그런 일들을 했던 것인데요, 그 희생자가 노회찬 의원이 된 것 같습니다,
▷주: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게, 노회찬 의원의 죽음이 진보 정치의 위기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요.
▶유: 그렇게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노회찬 의원이 투신을 하지 않고 그대로 특검 조사를 받고 사법처리 받는 수순 쪽으로 갔더라면 그땐 아마도 정의당이 타격을 입은 것 같습니다. 노 의원이 그 정도 일을 가지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국민들이 충격을 받으면서 추모 분위기가 오히려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죽을 일은 아닌데, 다른 정치인들은 그것보다 훨씬 나쁜 짓을 한 사람들도 많은데, 이 정도 일을 가지고 왜 죽었는지 그런 안타까움, 그런 여론들이 상당히 확산되고 있어서요, 오히려 진보 정치는 다시금 노회찬 의원의 희생 위에서 거듭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유창선 시사평론가였습니다.
▶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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