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냐 신뢰구축이냐, 선후관계 두고 북미 간 기싸움

  • 입력 : 2018-07-10 00:55
  • 20180709(월) 2부 오늘이슈 -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mp3
지난 7일 평양에서 북미고위급회담이 있었습니다. 비핵화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이 있을것으로 기대했지만, 양국 간 힘겨운 줄다리기만 계속됐다는 평가인데요. 2부에서 세종연구소 홍현익 외교전략연구실장과 함께 북미고위급 회담의 내용과 남은 과제 살펴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7월 9일(월)
■방송시간: 2부 저녁 6: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양국 온도차만 확인한 북미고위급 회담. 폼페이오, 김정은과 접견조차 못해.
◆로켓엔진실험장 폐기, 유골송환 양측 공감... 관계정상화 및 종전에 이견 보여.
◆우리 정부 중재 필요한 상황. 양측 이견 조율해 대화 촉진해야..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지난 주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이 있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회담이었는데요. 앞선 두 차례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접견은 없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과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이하‘홍’) : 안녕하십니까.

▷소 :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어떻게 보시나요?

▶홍 :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 해서 기대수준이 높지 않았습니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 없는 유해송환, 로켓 엔진 시험장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북한이 성의표시를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도 앞으로 협상을 해보자 하는 정도의 결과만 얻었을 뿐이고. 비핵화에 대해서도 협상 실무단 구성하자는 것에만 합의하는 정도로 마무리됐습니다. 거기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까지 휴대하고 평양에 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아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과로 보이고요. 결국 6월12일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지만, 그보다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나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더 중시하고 그것이 선행돼야만 비핵화로 가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어서. 미국으로서는 비핵화 진도가 나가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소 : 일단 폼페이오 장관은 다 잘되고 있다면서 언론에 립서비스를 한 것 같은데요. 성명서를 보면 오히려 북한이 더 실망한 것 같습니다.

▶홍 : 작년 북한은 중국이 적극 가담한 엄청난 대북제재 하에 있었고. 언제라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엄청난 화력으로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상황에 놓였었는데요. 지금은 미국의 대북공격은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거기다 북의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과도 정상회담을 3번이나 해서 중국과 북한이 과거의 혈맹관계를 회복하고 사실상 대북제재도 실질적으로 완화돼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굳이 비핵화에 적극 나설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표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만드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끌 작정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핵화 진도가 늦어질수록 진전되어가던 남북관계도 그에 밀려 진도를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에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안보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소 :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상한 것이 4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미국은 비핵화 하나만 가져온 것 같다며 실망감을 비춘 것 같습니다.

▶홍 : 네. 하지만 그 4가지 중 2가지는 미국도 바라는 바입니다. 엔진실험장 폐기나 유골발굴과 송환은 미국으로서도 바라는 바죠. 다만 1번은 관계정상화 부분인데. 이 부분은 미국으로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별로 마련한 게 없고요.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에 관한 문제를 북한에서는 미국의 평화공존의 의지가 있는지 테스트하는 척도로 삼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측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유엔 안보리에서 도출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중시하는 거고. 북한은 6월12일 북미 정상간 합의된 내용 중 1,2번이 관계정상화이고 평화체제 수립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종전선언을 하자고 하는 겁니다. 사실 북미 간의 신뢰가 조성되는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자는 게 6·12합의거든요. 지금 양국이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종전 선언을 7월27일에 하자고 하니까 미국은 못 하겠다고 하는 건데. 여기에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약속 위반이라고 나온 거죠. 사실 미국이 통 크게 종전선언을 하자고 하면서 비핵화 진도를 나가자 했으면 북이 할 말이 없는데. 이 부분에서 미국은 허를 찔린 셈입니다.

▷소 : 기존에는 비핵화를 하고 관계 수립을 새로이 하자였는데. 이번 6·12북미협상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 그것을 바탕으로 비핵화하자는 의미 아니었습니까?

▶홍 :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선의를 과도하게 믿은 거죠. 원래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 기조가 최고 압박 아니었습니까? 그러다 갑자기 한국의 중재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미국의 요구사항을 잔뜩 늘어놨었어요. 그때는 과도하게 요구를 늘어놓은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 있었는데. 한반도 정상회담 취소 후 김정은 친서를 받은 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믿는다’면서 북한의 선의의 행동에 의존하는 6월12일 합의를 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연히 그 빈틈을 파고들어 미국의 허점을 치는 거죠. 과거 북한과의 수 십 년간의 협상에서 얻은 교훈은 북한에는 빠져나갈 빌미를 주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합의를 봐야 한다는 건데. 6월12일에는 원칙에만 합의했기 때문에 북한이 빠져나가는 것이라 보고요. 그런데 이것을 명분상으로 합의한 내용만 보면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가 부당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미국은 할 수 없이 협상단을 구성해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차후 협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보여집니다.

▷소 :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방식은 뭘까요?

▶홍 : 북한이 핵을 개발한 근본적 이유가 약소국으로서 군사적 위협감을 느끼고 있고. 동구권 몰락으로 체제안정에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것을 해결해주면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고. 그 다음 북한의 주권적 권리를 존중해서 체면을 세운 상황에서 주동적 조치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러려면 전제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선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를 가진 집단인지, 그 부분에서 착오가 생긴 거죠.

▷소 :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판론도 서서히 나오는 것 같습니다.

▶홍 : 북한에서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 하고, 실무협상단도 구성하니까. 판이 깨지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다만 시간이 지체되는 교착 상태이거든요. 여기서 우리가 상호 신뢰를 강화해주기 위해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7월27일 종전선언은 물 건너갔고. 9월 즈음 되면 우리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니까 그때 다시 중재할 수 있고. 김정은도 유엔을 방문해 연설하거나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미국에 갈 수 있으니까 그때 다시 한 번 북의 비핵화를 다잡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역시 바쁘고. 북한 문제만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소 :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씨름에서도 샅바 싸움 하게 되면 심판이 중재를 해주잖아요. 그게 지금 우리 정부의 역할인 거죠?

▶홍 : 전문가가 협상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둘 다 북핵 문제의 문외한이고 정치인들입니다. 지금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은 북한이 착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선의로 대했다가 뒤통수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전문가를 찾아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하나하나 체크해가고. 그러면서 정상 간에는 신뢰 강화 조치를 하는 등. 양측에서 끌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우리는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촉진하고 동시에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가령 북한이 비핵화하면 우리도 인센티브를 주겠다 하는 시그널을 줘서 재촉해가는 평화촉진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 : 전문가 협상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요. 이번에 북한 성명을 보니까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의제 설정을 했는데 그 사이에 실무진 협상을 한 것 아닙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협상을 해서 의제를 설정했는데 실무진이 이를 무시한 건지. 왜 대화를 안 하고 예전 방식으로 가느냐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홍 : 그동안 양국 간 불신이 워낙 커서 그 간극을 메우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그 부분을 정상 간 회담으로 빠른 속도로 긴밀하게 한 것까진 좋았지만. 미국이 너무 많이 양보한 것 같습니다. 감성에 치우쳤는지 중간 선거를 너무 의식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본연의 궤도에서 너무 이탈해 ‘나는 김정은을 믿는다, 그러니 김정은이 주동적 조치로 비핵화를 해라’ 하는데 안 하잖아요. 그래서 트럼프가 재촉을 했는데, 북한은 ‘무슨 소리냐, 신뢰 구축 조치부터 해야지’라고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방 맞은 거라 봐야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과 정상회담을 하든지 해서 승부수를 띄우던지 해야지, 폼페이오 장관이 한 번 더 간다고 해서 고쳐질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 : 혹시 북미 정상회담에서 밝혀진 것 외에 이면합의가 있을까요?

▶홍 : 이면합의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11월 중간선거에 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다보니 판을 깨기보다 판을 가져가는 게 낫겠다... 김정은의 설득에 넘어간 셈이죠. 지금도 아마 그 점을 고민할 겁니다. 세게 나가야 하나, 계속 끌고 가야 하나. 우리는 그것을 비핵화를 하는 방향으로 추동해야죠.

▷소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첨부
태그
201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