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북한연구소장 "북미협상, 승자는 김정은"

  • 입력 : 2018-06-13 01:44
  • 20180612(화) 4부 오늘이슈 - 정영태 북한연구소장.mp3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고 받는 말폭탄에 한반도 평화에 그늘이 드리웠는데요. 오늘 그 두 사람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세기의 만남', 3부에서 정영태 북한연구소장과 분석해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6월 12일(화)
■방송시간: 4부 저녁 7: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북미 정상 합의문, 전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CVID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어... 사실상 단계적 비핵화에 합의.
◆추후 북미 간 고위급 회담으로 비핵화 조치 논의할 듯.
◆전반적으로 판문점 선언에서 좀 더 확대된 내용이라 봐야.
◆트럼프 대통령, 정치 위기 타파 위해 단계적 비핵화 선택했을 수도.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소’) : 오늘 세기의 회담이라 불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확대정상회담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회담을 판타지나 공상과학영화로 생각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번 북미정상회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영태 북한연구소장과 함께 그 의미와 향후 전망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이하‘정’) : 안녕하세요.

▷소 : 오늘 북미정상회담, 어떻게 보셨습니까?

▶정 : 크게 두 가지로 평가해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받아내겠다고 한 것을 기준으로 봤을 때 (회담)내용면에서 미흡하고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상 우리 정부도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 후 보상을 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은 지나치다. 북한이 말한 대로 (비핵화의) 단계적 수순을 밟으면서 그에 맞는 단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 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런 문재인 정부의 눈높이로 봤을 때는 이번 합의문의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 : 어제까지만 해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VID가 아니면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없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내용이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정 : 저는 애초에 미국의 CVID 요구가 실현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수준의 요구를 북한이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고.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으로 봐서 트럼프 정부가 그 내용을 넣고 싶어 했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그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나 북한이 이를 강력히 부정하고 오히려 그에 준하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결국 지난 4·27 판문점 선언과 같은 내용으로 대체한 것이 아닌가. 그에 만족해버린 결과라고 봐야하겠죠.

▷소 : 청와대에서는 ‘양국이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고 어제 입장을 발표했는데요. 그럼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죠. 합의문 내용을 보면 우선 ‘새로운 양국 관계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건 무슨 내용일까요?

▶정 : 새로운 미북관계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럼 새로운 미북관계가 무엇인고 하니. 예를 들면 남한이 한미동맹관계가 있고 주한미군도 주둔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기초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죠. 이 말은 북한을 적성국가로 치부하면서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뜻이죠. 새로운 미북 관계를 형성한다는 건 이런 기존의 적대적 관계에서 호혜적 관계, 소위 정상적인 관계로 바꿔나가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 : 그럼 궁극적으로 양국에 대사관을 세우는 게 목표가 되는 건가요?

▶정 : 비핵화 약속은 했고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들을 이행, 실천하는 것을 봐가면서 미북 간 관계 개선을 전향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죠.

▷소 : 제가 질문 드린 건 ‘새로운 양국관계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양국에 대사관이 세워지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인지 질문 드린 겁니다.

▶정 : 맞습니다. 일단 그것을 정당화 할 수 있는 명분을 썼고. 국교 정상화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의 틀을 닦아놨다고 볼 수 있죠.

▷소 : 두 번째로 ‘한반도의 영구적이고도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정 : 우리 정부가 남북미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는 것을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그것까진 미치지 못했지만요. 이건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것을 봐가면서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체제로 가고 거기서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기능이라든가 역할을 완화, 혹은 변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의 체제안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소 : 그리고 세 번째가 ‘4·27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라는 내용도 있었죠. 합의문의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지난 판문점 선언보다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정 : 그래서 판문점 선언과 이번 합의문 내용을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문점선언) 내용을 기초로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기존의 판문점 선언에는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사적 신뢰 관계를 위해서 군축을 하고 적대적인 군사활동을 중지한다와 같은 내용이요. 그래서 회담 내용은 이런 선언 내용을 포괄하는 선에서 들어갔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 범위가 (판문점 선언보다)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죠.

▷소 : 문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로드맵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어요. 특히 비핵화를 어떻게 검증하고 범위를 어떻게 잡을 지도요. 저희가 방송 중이라 기자회견 내용을 놓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정 :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후 비핵화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이것이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미북 간의 실무적 접촉을 해나가며 논의하는 그런 정도로 되어 있거든요.

다만 이런 정도를 하겠다고 전략자산을 이동시켜가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했던 것이 조금 실망스러운 거죠. CVID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언제, 어떻게 한다는 것도 확인이 되어야 하는데 안 나왔기 때문에 많은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소 : 합의문을 바탕으로 실무회담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 정상이 평양과 백악관을 방문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봐선 서로 오고 가면서 구체적인 실무가 진행된다고 봐야 할까요?

▶정 : 예.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하기 전부터 연막을 친 것 같아요. 뭐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의 회담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결정될 순 없다. 보다 많은 회담과 협상기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이번 정상회담은 오프닝 세레모니 비슷하게 문을 여는 역할인 것이고 앞으로 제2, 제3의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있는 거죠. 결국 앞으로 북한이 과연 진정성 있는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냐만 남은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신뢰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미북 정상 간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비핵화 조치가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도 가져봅니다.

▷소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신뢰할 만하다’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사실 합의문 자체가 신뢰를 못하기 때문에 작성하는 것 아닙니까.

▶정 :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합의문이라도 구체적인 이행이 결핍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9·19성명 때도 북한이 핵 포기한다고 확약하고 나서도 핵을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바로 신뢰가 없다는 것인데. 앞으로 그 전례를 따를 것인지의 여부는 합의문 내용보다도 김정은 위원장의 실제적인 행동에 달려있다 봅니다.

▷소 :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일부러 단계적 방향으로 간 것이라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정 : 그것도 맞다고 봐야되겠죠. 정치일정과 무관하게 대외관계라든가 중요한 문제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내부 스캔들에 직면해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북한처럼 살라미 전술 식으로 단계적으로 해나가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 : 단번에 CVID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나씩 뽑아먹을 수도 있다?

▶정 : 그렇죠. 그 과정을 자신의 정치일정에 맞춰가면서 적극 활용하는 면도 분명 있을 겁니다.

▷소 : 마지막으로 짧게 질문 드립니다. 오늘 북미정상 합의문. 누가 득 봤나요?

▶정 : 내용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100% 승리입니다. 북한이 요구해온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만 들어가 있는데. 이것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해온 내용이고요. 다만 마지막에 들어간 ‘유해 공동 발굴’은 (미국이) 어느 정도 당근으로 건졌지만. 그 외는 김정은 위원장이 바랐던 내용으로 꽉 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똑똑한 협상가다.’라고 표현했다는데.

▶정 : 김정은 위원장이 똑똑한지 그 판단을 이끌어낸 지휘부들이 똑똑한지 알 수 없죠.

▷소 :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될까요?

▶정 :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소 :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영태 북한연구소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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