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999 - 갑갑한 사내 탈출 "직장 갑질, 이대로는 못참겠다"

  • 입력 : 2018-02-20 12:06
  • 20180219(월) 2부 갑갑한사내탈출 - 이정호 기자.mp3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갑질에 괴로워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이를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가 최근 출범 100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어떤 갑질들이 직장안에 만연하고 있을까요? 2부에서 뉴스타파 이정호기자와 연결합니다.

■방송일시: 2018년 2월 19일(월)
■방송시간: 2부 저녁 6: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정호 뉴스타파 기자

0219(갑갑한사내탈출)

◆직장갑질을 공유하고 해결책 모색하는 시민단체 <직장119> 출범 100일
◆가장 많은 제보내용, 임금체불이 24%, 직장 내 괴롭힘 15.1%
◆대형병원에서는 임금삭감하려 환자수 적다고 간호사들을 돌려보낸 적도.
◆상사 식사에 턱받이 대주고, 샤프심 갈아끼워주는 등 상식이하의 사례 많아
◆근본적인 해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취업규칙과 초중고 노동법 교육이 중요해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소’) : 월급이란?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월급을 받는다면 거기는 정말 신의 직장이겠죠. 그렇기에 우리는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 정도는 기꺼이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갑질과 관련한 얘기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갑질에 괴로워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만들어진 시민단체도 있습니다. ‘직장 갑질’과 관련한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또 함께 대처방안을 찾는 건데, 아마 혼자보다는 나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정호 뉴스타파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정호 뉴스타파 기자 (이하‘이’) : 네, 안녕하세요.

▷소 : ‘직장갑질 119’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출범한지 100일이 넘었다고 하는데 맞나요?

▶이 : 예. 작년 11월1일에 출범했습니다. 2월7일에 100일이 되었죠.

▷소 : 지난 100일 동안 활동하시면서 많은 사연과 제보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우리 한국 사회의 직장생활에 대해서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이 : 규제능력을 가진 고용노동부와 정부기관이 제대로 개입하지 않는 사이 한국의 직장이 괴물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초등학생에게도 안 시킬 빵셔틀을 시킨다던지 하는 일들이 성인들 사이에서도 늘상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소 : 지금까지 총 몇 건의 제보가 들어왔나요?

▶이 : 100일을 맞아 조사한 것을 다시 분석해보니 카톡과 이메일, 페이스북 등 모두 5,478건의 갑질제보를 받았습니다. 굉장히 많은 숫자죠. 대부분이 카톡으로 들어오고 카톡방에서 일부 내용을 알린 뒤 구체적인 내용은 이메일로 들어옵니다. 이메일은 회사에 발각될 수 있기 때문에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소 : 그중 가장 많이 제보된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 : 임금체불이 24%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15.1%였습니다.

▷소 : 임금 체불의 대표적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이 : 한림대 성심병원의 경우 선정적인 춤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온갖 편법을 동원한 임금체불의 대표사례이기도 합니다. 수당도 없이 3시간 일찍 조기출근 강요하고, 야간수당 안주기, 또 환자가 적은 날엔 병원 입구까지 출근한 노동자를 돌려보내는 방법도 사용했어요.

▷소 : 간호사들에게도 환자 없으니 퇴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는 건데. 이게 결국 해결이 되었나요?

▶이 : 네. 한림대 병원은 특별근로감독을 해서 상당히 많이 고쳐졌습니다.

▷소 : 그 다음 잇는 것이 직장내 괴롭힘이였다고? 어떤 내용인가요?

▶이 : 역시 수도권 내 대형 병원인데요. 해마다 10월이 되면 간호사 등 병원내 전직원을 ‘1만포기 김장담그기’에 동원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전체 직원은 300여명 정도 되는데 수당도 없이 일을 시킨 겁니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다 아실만한 고속버스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7주간 감금한 채 집합 교육을 시키면서 기름투성이인 정비공장 바닥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하면서 얼차려를 진행한 유명버스회사도 있었어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 : 상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무엇이었나요?

▶이 : 제일 압권은 제주에 있는 한 호텔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납니다. 서울에 사는 대표이사가 한번 씩 제주현지에 오면 전 직원이 좌우로 도열해 서 있어야 하고, 대표이사가 밥 먹을 땐 턱받이를 해줘야 하고, 여직원이 옆에 앉아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여줘야 하는 사업장이었습니다.

▷소 : 그밖에 상담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은요?

▶이 : 특성화고를 나온 한 20대 노동자가 제보한 건인데요. 한 제약회사 상무 얘기입니다. 2년 넘게 일을 했는데요. 사무실 옆 상무실 청소와 수발을 전담시켰어요. 상무실과 사무실에 놓인 14개의 화분을 혼자서 물주고, 아침저녁 햇볕방향에 따라 위치를 화분 위치를 옮겨야 했어요. 빵 사오라면 빵 사오고, 과자 사오라면 과자 사오고. 샤프심 갈아 달라고 부르면 달려가서 샤프심 갈아 끼워줘야 했어요. 제보자가 쓴 내용을 보면 그 상무를 “몸집만 거대한 아기”라고 했어요. 그래서 결국 2년 3개월만에 이 회사를 나온 제보자는 이 상무 때문에 앞으로 제약회사 쪽은 쳐다도 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소 :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셨는지?

▶이 : 우선 본인들이 노동권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스스로 챙기는 방법을 저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취업규칙 이 3가지는 챙기자, 하는 거죠. 그 다음 갑질을 당하는 동료들과 함께 뭉치기. 그리고 저희가 노동부에 요구할 내용이 노동법을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 3가지가 저희는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 : 정리를 하면 스스로 챙기자, 함께 뭉치자, 노동법 좀 익히자. 맞습니까?

▶이 : 예.

▷소 : 지금까지 뉴스타파 이정호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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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