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M스페셜] 강제추방 위기에 놓인 우리 동포 '고려인 이야기'

  • 입력 : 2017-10-17 18:02
고려인들 한국 영주권 취득률 0.005% 수준...깊은 고민과 관심 필요해

고려인자녀<앵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우리 주변에 있는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고려인들.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설석용 기자?

<기자> 네. 기자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너머’라는 고려인 지원 단체를 다녀왔습니다.

국내에 있는 고려인 후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데요.

하루에도 100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이곳을 찾아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고, 한국에 정착하기 위한 각종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지 15년 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최올렉 씨를 만났습니다.

최올렉씨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1) “한국에 들어와서 살아보니까 너무너무 마음에 딱 들더라고요. 손녀 여기 있고, 막내아들, 며느리, 손자 (이렇게) 대가족으로 살아요. 또 우리 와이프 엄마, 장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그러면 대가족이지 뭐 하하”

<앵커> 목소리가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최올렉씨는 한국에서 결혼한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최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고려인 부인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한 뒤 한국으로 왔는데요. 그 뒤에 나머지 가족들도 하나 둘씩 한국으로 이주해 왔습니다.

최씨가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회사의 근로자였는데요.

3~4년 정도 일하다가 다시 치킨공장에 취업해서는 작업반장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작은 러시아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최올렉씨 <앵커> 최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현재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시련과 남모를 고통이 있었습니다.

최씨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2) “관광 비자로 들어왔는데 거의 3년 불법체류로 있다가 나중에 H2(방문취업) 비자 나오고 나중에 좀 일하다가 H4(배우자 비자)로 바꿨어요. 그러면 3년마다 4년마다 가끔씩 한 달 두 달 동안 고향으로 나가고 좀 쉬었다가 들어오고. 인력사무실에 옛날에 좀 다녀봤는데 ‘현장에서 돈 안 나왔다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 한 달, 두 달 기다렸다가 포기하고...”

<앵커> 사실 이같은 문제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들이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일들이 아닐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한국말이 서툴다보니, 일터에서 함부로 대한다든지, 욕설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3) “좀 이런 거 느껴요 가끔씩. 그냥 한국말 못하면 그냥 조금 무시하는 것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말도 어어 일부로 하고, 저는 발음 아주 나쁘잖아요. 한국 사람이 못 알아듣고 이런 거 있는데. 어떤 사람은 ‘외국인이야? 알았어 가’ 이런 식으로 좀 나와요. 또 공장 우리 친구들도, 공장 사장도 ‘마 새끼야 이런 식으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해요 솔직히는”

<기자> 이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내국민들의 선입견도 견뎌내야 했는데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임이골씨는 한국 사람들이 무조건 외국인 취급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도, 이방인 취급당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어서 그 외로움이 더욱 컸습니다.

임이골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4) “(한국인) 상대편이 벌써 생각을 다르게 하고 있어...그런데 왜 우즈벡이라고 자꾸 처음에 말해. 난 우즈벡 아니라고 난 고려인이라고, 우리 한국인 피라고 계속 말했어요. 나도 임씨라고 임씨 그렇게 말해도...구소련도 우릴 고려이스라고 말했어. 고려이스는 어디냐 ‘너네는 한국이야, 한국사람이야’ 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너네는 고려의 사람’이라고 자꾸만 다 그렇게 말해. 국적은 다 같고 있어도 민족끼리는 우리가 고려이스라고 다 거기서 말했지.”

<앵커> 임이골씨의 말을 들어보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이라는 편견으로 소외된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 실정이라는 겁니다.

임씨는 고려인을 1세, 2세, 3세...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5) “4세, 5세 그런 거는 원래 처음부터 말 꺼낼 필요 없었어요. 똑같은 민족이면 똑같은 민족으로 남는 거지 왜 우리를 또 갈라놓고 있어. 똑같은 가족, 똑같은 자식, 똑같은 손자, 똑같은 아들들인데 또 완전히 다른 민족보다 더 못하게 갈라놨어.”

<기자> 취재 기자 역시 임씨의 이같은 지적에 당황해서, 이들에 대해 무지했고,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 봤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법적 테두리 밖으로 있는 세대가 생기다보니까 서러움이나 서운함 같은 게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이들이 우리나라 영주권을 가지면 제도적으로 큰 걸림돌은 분명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주권을 취득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언어능력입니다.

문제는, 고려인들의 한국어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건데, 이들이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데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김영숙 ‘너머’ 고려인지원단체 사무처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6) “고려인 동포들은 어쨌든 한국어, 모국어를 자체를 잃고 살았죠. 강제이주 후에 한국어에 대한 교육에 대한 이런 것보다 철저하게 구소련 지역의 러시아어가 기본 언어가 된 거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왔기 때문에 당장 오자마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 분들이 어디 기관에 가서 공부를 하겠어요. 하루하루 일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고...”

<기자> 경제적으로 여건이 어렵다보니 한국어 교육을 받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긴데요.

그러다보니까 영주권 취득 비율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체류자 전체 7만8천여 명 중 중국동포는 98.9%에 해당하는 7만7천여 명입니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300여 명으로 0.005% 수준 밖에는 안되는 실정입니다.

<앵커> 엄청나게 차이가 나네요. 고려인들의 영주권 취득률이 0.005%밖에 안 된다니 놀랍습니다.

<기자> 네. 때문에 고려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려인3 김영숙 ‘너머’ 고려인지원단체 사무처장입니다. (인터뷰7) “와서 뭘 해달라는 게 아니라 노동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잖아요. 이분들에 대한 보육이나 교육, 이런 부분들이 투자예요 투자, 지원이 아니라. 놀지 않잖아요. 하루라도 놀면 먹고 살 수가 없어요. 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어쨌든 사회시스템 내에서 건강보험제도나 그 다음에 젤 중요한 건 체류를 안정화시켜주는 거. 더 살려고 하고 뿌리를 내려서 살고 싶어 하는 분들한테는 영주권 제도를 좀 완화시켜줘라. 국적이든 영주권이든 제도를 좀 완화시켜줘라. 그리고 한국어 때문에 어려워하는 분들은 한국어 교육기관, 한국역사, 한국문화 어쨌든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육들에 대한 지원이나 이런 것들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경기도는 지원 조례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발굴하고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자> 특히, 고려인들에 대한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서 최근에 화두로 떠오른 문제가 있는데요.

고려인 4세들이 만 19세 이후 강제 추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앵커> 만 19세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쫓겨나야 한다는 건가요? 왜 그렇죠?

<기자> 네. 재외동포 체류자격 조건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고려인동포 체류 불안 사례 보고회와 고려인동포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있었는데요.

강제출국을 앞둔 고려인 4세 연안나 학생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지난 2012년 5월 우즈베키스탄에서 9학년을 마치고 2013년 2월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입국 후 여러 고등학교에 문의를 했지만, 언어 등 문제로 입학을 하지 못했고, 중도입국 아이들을 위한 지역 센터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렇게해서 어렵게 2015년 2월 선부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는데요.

하지만, 만 18세로 미성년동반비자 기한이 끝나 강제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재학 중이어서 다행히 학업을 마칠 때까지만 체류하는 것이 허락됐는데요.

내년이면 비자 기한만료로 부모와 떨어져 강제출국해야 하는 상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안나 학생과 같은 문제는 국내 정착을 위해 가족과 함께 입국해 생활하고 있는 고려인동포 4세에게는 가족 해체나 또 다른 나라로 떠나야만 하는 시련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가족이 한국에 있어도, 비자가 만료되면 결국 한국을 떠나야 하고 함께 하려면 다시 입국해야 하는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고려인 4세 차가이 안드레이 씨는 3개월 마다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제과점을 운영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모국인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부모님은 한국에 체류하며 일할 수 있지만, 안드레이씨는 3개월 비자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매번 블라디보스토크로 스탬프를 받기 위해 출입국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불편이야 감수할 수 있지만, 출입국 때마다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부담인데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불법으로 야간에 택배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불안감에 그마저도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야학당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낮에는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앵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가족과 함께 하기가 이들에게는 무척 어려움이 되고 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법무부는 2019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방문동거 자격을 부여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재외동포 자격 부여 등 여전히 과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강제이주 80주년 맞아 고려인 4세들의 체류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가? 고려인들은 과연 누구인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상욱 기자?

<기자> 네. 박상욱입니다.

<앵커> 국내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동포의 수는 약 4만 9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고려인 4세 이상 동포 2만 7천여명이 때가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많은 고려인들이 국내에 있는데요. 고려인들의 질곡의 삶은 익히 잘 알고 계실 텐데요. 고려인들은 누구인가요?

<기자> 네. 고려인의 삶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말 농업 이민과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가들의 망명 이민으로 고려인 약 18만명이 러시아 연해주에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소련과 일본 간 정치적 군사적 긴장 관계 속에서 일본인으로 의심받아 많은 고려인이 탄압 받고 숙청당하기도 했습니다.

1937년 스탈린의 소수민족 분리정책에 따라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습니다.

당시 고려인들은 시베리아 횡단 화물열차에 실려 6천km를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1만 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당시 희생된 고려인 수만 만 6천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고려인들은 황량한 초원에서 맨손으로 움막을 짓고 숟가락으로 토굴을 파는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심한 고초를 겪으면서 중앙아시아에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되며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이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독립된 국가들이 자민족중심주의 정책으로 러시아어 대신 본국의 언어를 쓰게 되면서 고려인들의 어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앵커> 결국 타국 생활에 지친 고려인들은 고국에서 정착하기를 바라며 하나둘씩 국내로 들어왔지만, 국내에서도 역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재외동포법은 ‘부모 또는 조부무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를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고려인 3세는 동포 대우를 받지만, 고려인 4세는 외국인 신분이라 성인이 되면 장기 체류가 불가능한 겁니다.

재외동포 비자를 받지 못하는 고려인 4세는 3개월짜리 단기관광 비자로 국내에서 거주해야 합니다.

국내에 계속 머물기 위해서는 3개월에 한 번씩 본국으로 돌아가 갱신을 하고 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거부하면 불법체류가 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다문화가정에 지원되는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앵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일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고려인 동포들을 다른 외국인들과 같은 잣대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고려인들은 스스로를 ‘까레이쯔’, 한인이라 부르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증명서에도 여권에도 한인이라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유라시아를 떠돌면서도 150여년 가까이 코리언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잣대나 결혼이민자 다문화 영역으로 뭉뚱그려 취급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8) “1세대 고려인들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연해주에 정착했다가요. 스탈린의 분리차별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이주된 우리 선조들입니다. 그 후손들이 고국 품을 찾아서 동포들이 귀국을 하고 있고, 문제는 이 고려인동포들의 많은 분들이 한국어가 굉장히 서툴러서 정보공유도 어렵고 일자리에서 실제로 일을 할 때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은 높은 언어장벽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영주권을 부여받는 고려인들의 숫자가 굉장히 적어지는... 중국 동포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동포들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교육 취업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이 보장되는 것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지난 8월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내 정착을 희망하는 고려인동포의 안정적인 체류 자격과 생활 안정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위해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된 것처럼 고려인 동포 문제는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국내에 있는 중국 동포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자> 네, 조선족 동포들과 고려인 동포들은 노동권과 체류권을 제한하는 동일한 비자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재외동포법으로 보장된 한민족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고려인 동포사회가 조선족 동포사회보다 더 많이 소외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거주국 상황을 봐도, 중국은 자치주가 보장돼 안정적인 반면 고려인 동포들은 비자기한이 끝나면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입니다.

문화적으로도 슬라브와 이슬람 문화까지 섞여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오래 살아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강제이주로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정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고려인 동포들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앞서 고려인 4세 이상도 ‘고려인 동포’로 규정하는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기원을 위한 특별법’의 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대표발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고려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움직임도 본격화됐는데요.

그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을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9) “가장 큰 것은 지금 이제 고려인동포의 4세 이상의 경우 재외동포로 인정을 받지 못해가지고 만19세가 되면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떠나야죠. 이산가족이 됩니다. 그래서 이제 제도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장을 하려면은 고려인동포법의 개정이 필요하죠. 3세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을 이후에 4세나 5세까지도 인정이 가능하도록 동포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하고요.” 고려인2 <앵커> 역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고려인 4세의 재외동포 지위 문제 아닐까요?

<기자> 네. 현행 ‘재외동포법’은 ‘부모의 일방 또는 조부모의 일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로 외국국적동포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모 또는 조부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고려인 동포 4세, 그 이상 세대는 외국인으로 분류되어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개정안은 ‘고려인동포법’의 고려인 동포 정의에서 고려인동포의 직계비속까지 포함해 4세대 이상 고려인에게 재외동포 지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현행 ‘고려인동포법’은 고려인동포를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거주국 체류자격 취득 및 생활안정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어 국내 체류 고려인동포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미비합니다.

따라서 고려인동포법의 정의를 ‘국내에 체류 중인 사람’까지 확대함으로써 국외 고려인동포 뿐만 아니라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고려인동포에 대한 긴급 의료 지원을 비롯한 한국어 교육, 보육, 체류자격 취득 지원 등 생활안정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재외동포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만, 고려인 동포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고려인 동포들은 일제강점기 무렵 연해주로 이주해 정착하다 1930년대 구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습니다.

그 후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다양한 국적을 갖게 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국적을 갖지 못한 사람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고려인’이라 칭하며, 민족의식이 강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자의식이 매우 높습니다.

<앵커> 하지만, 중국동포 등 다른 동포에 비해 한국어 구사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어 영주권 취득이 쉽지 않고,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고려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10) “제가 말씀드린 고려인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돼서 고려인 동포분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지원책 법적으로 미비돼 있는 것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마련이 가장 필요한데요. 사실 일제강점기부터 해외 연해주 등지로 나가서 많은 고통과 피해를 받았던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포분들이 우리 고국인 대한민국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을 국민들께서 잘 이해를 해서 결국은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동포다 그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걸 좀 더 극복해줄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일은 기본법 제116조 동포규정에 과거 혈통뿐만 아니라 언어, 교육, 문화적 특성상 동질성만 가져도 동포로 규정하고 구소련 와해 후 190만 귀환동포에게 영주권을 부여했습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부터라도 동포들에게 역사적 책임의식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적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들의 안정적 국내체류와 노동권, 교육권, 의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고려인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민간 외교에도 상당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11) “우리가 좀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우리가 인구 절벽시대가 오고 있잖아요. 이러한 시대에 이런 문제를 일정정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제 대륙으로 진출할 때나 글로벌시대라고 해서 그동안에 부족했던 구CIS죠, 중앙아시아. 이런 데 지역으로 경제적 진출할 때도 사실 정착돼 있는 고려인들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해서 우리가 좀 따뜻하게 껴안고 국내에 체류해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고려인동포의 아픔은 우리 한민족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과 혹은 무지로 또한번 상처를 입은 고려인들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박상욱, 설석용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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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