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주기 vs 정당한업무'...아파트 비대위 후원금 납부 명단 공개 두고 갈등

  • 입력 : 2019-11-11 15:27
  • 수정 : 2019-11-11 17:33
한 LH 공공임대 비대위, 후원금 납부 현황 공개
미납 세대원 "공개적 망신주기, 명예훼손 당했다"
비대위 "후원금 납부 오차 확인을 위해 공개"

▲ 아파트에 게시된 세대별 후원금 납부 현황

[앵커]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비상대책위원회가 후원금을 내지 않은 세대를 임의적으로 공개해 입주민 간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후원금을 내지 않은 세대는 망신 주기라며 불쾌함을 호소했고, 비대위 측은 입주자대표의 정당한 활동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습니다.

이상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수원의 한 아파트에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게시글이 부착됐습니다.

게시글에는 모든 세대의 비대위 후원금 납부 여부가 표시됐고, 하단에는 후원금 납부 계좌가 적혀있었습니다.

후원 불참율은 16.5% 가량.

후원금은 LH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조건 전환을 추진하는 주민 비대위가 활동비 차원에서 받는 금액이었습니다.

후원금을 내지 않은 입주민은 '후원은 자발적인 것이고, 임대아파트 특성상 경제적으로 어려워 내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텐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습니다.

한 입주민입니다.

(녹취) "주황색 칠해진 곳이 낸 곳이고, 빈 곳은 안 낸 곳입니다. 그럼 이게 정확하게 지명이 되잖아요. 몇 호면 이웃 주민들은 누군지 다 아는데요. 아파트라는 공개적인 곳에 망신 주려고 한 거잖아요."

또 "비대위와의 대화에서 무임승차가 거론돼 취지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며 "직접 찾아와 취지를 설명하며 후원금을 모금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비대위 측은 '후원금 납부 현황 게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허가를 받은 활동이라며, 게시물을 훼손하면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대응했습니다.

이어 망신을 주거나 후원금 납부를 압박하려고 게시글을 올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비대위 관계자입니다.

(인터뷰) "게시글 밑에 적어놨어요. 돈을 냈는데도 기재가 안된 게 있어요. 그래서 서로 받았다 안 받았다 차이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보고 틀린 부분이 있으면 연락들 하시라고 올린 거죠."

주민 비대위의 활동 취지가 다수의 공감을 받고 있지만, 입주민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KFM 경기방송 이상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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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