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은 됐는데 정작 52시간제 유예 고려하겠다는 정부...전문가 "삼권분립 어긋나"

  • 입력 : 2019-10-21 21:43
  • 수정 : 2019-10-22 10:52
▪내년 1월 300인 미만 사업장 52시간제 시행. 음식점, 방송업 등 특례업종 대폭 축소. 노동 생산성 애로 목소리
▪중소기업중앙회 300인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허용 및 1년 유예 요구
▪노동계 반발, “준비시간 충분히 있었다. 정부의 의지부족이 문제”

kfm999 mhz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공감

■방송일시: 2019년 10월 21일 (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유연채 앵커
■출 연: 이경석 노무사

▷ 유연채 앵커 (이하 ‘유’) :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데요. 특히,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환경이 더 열악한데다가 경영상 부담이 크다면서 정부에 제도보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관련해서 일정 기간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조치들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경석 노무사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 유 : 이미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이 됐고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지금 중소, 중견기업들은 걱정이 많을 것 같아요.

▶ 이 : 맞습니다. 2018년 7월 1일 부터는 300이상, 공공기관은 주52시간제가 전면 시행이 되었고, 내년 1월 1일 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까지 확대 적용이 됩니다. 그리고 내후년인 2021년에는 5인 이상 5인 미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적용됩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육상운송, 수상운송, 항공운송, 보건업 등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주 52시간제가 적용이 안 된다고 해서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무한대로 근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법상으로 일주일을 월-일까지라고 가정할 때 월-금 까지는 8시간 주5일 40시간에 월-금 연장근로 12시간 까지 해서 52시간, 토요일, 일요일을 휴일로 지정하여 휴일근로 8시간씩 해서 16시간 총 1주일 내내 출근한다면 68시간 까지 노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년이 되면 토일 근무를 16시간을 못하게 되는 거고요. 그럼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이 볼멘소리를 하느냐 설명을 드리면. 첫 번째로는 비행기, 전세버스, 배, 병원 등의 업종들이 특례업종인데 원래는 그보다 더 많은 특례업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특례업종에 해당만 되면 원래 기존법에 따라 주 5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68시간, 70시간, 80시간까지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특례업종이 대폭 축소돼서 4가지로 줄어든 겁니다. 기존에는 음식점, 도소매업, 방송업 모두 특례업종에 들어갔었는데요. 주 52시간제가 되면서 초과근로를 시킬 수가 없게 된 거죠. 이러한 업체들은 상시적으로 장시간 근로를 관행적으로 해왔는데 이제는 할 수가 없으니 크게 문제가 되겠죠. 그리고 두 번째로 원래 법을 위반하여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던 사업장들이 있었을 겁니다. 많겠죠. 하지만 이제 법과 제도가 정비됨에 따라 기존에는 계도수준에서 그쳤던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단속으로 이어질 우려 (사실 법에서 정한 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임금만 제대로 지급되면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장시간 근로에 대해서 적발하지는 않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가 있고요. 또 세 번째로 기존의 법테두리에서 운영하고 있던 업체의 경우 근로시간이 1주 최대 60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감소하게 된 만큼 노동생산성이 받쳐주지 않게 되면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니 이 또한 애로사항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과 내용 없이 법으로 우선 규제를 해버리니까 당연히 반발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이 유예해 달라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 유 : 사실상 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든 상황인데다 지금 최저임금까지 오른 상태 아닙니까? 중소기업계의 경영상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지금 정부에 제도보완을 요구하고 있죠, 어떤 내용인가요?

▶ 이 :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지난 9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50인 이상, 300미만 주52시간제 도입에 대해서 1년 유예를 해달라고 요청하였고, 현대 중공업 사내 협력업체들의 경우 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경영난 가중으로 존폐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조선업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 유 : 정부가 이것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행정적인 보완조치일 수밖에 없고. 국회가 입법을 통해 법제화하는 게 전제조건 아닐까 싶어요. 아직 통과가 안 된 상태죠?

▶ 이 : 네. 우선 52시간제 도입은 시행령은 국무회의나 청와대에서 마음만 먹으면 정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보완입법이 필요하고 하는 건데. 지금 국회가 장기간 멈춰있는 상황이니까, 만약 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계도기간 부여와 처벌유예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계도와 처벌은 노동청에서 하는 건데 노동청도 행정부 소속 아닙니까? 그러면 감독 부분은 어느 정도 조정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있었는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러 상황에 맞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면서도 50인 이상 300미만 사업장의 도입유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한바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10/11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탄력적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문을 채택하였습니다. 하지만 탄력적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가 되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 유 : 좀 더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한 여러 용어들이 나왔습니다. ‘6개월 처벌 유예방안’, ‘일정 기간 계도기간’,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시간 늘려달라’...이에 대해 쉽게 해석해주시겠습니까?

▶ 이 : 우선 52시간 연장근로가 주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인데.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청은 이 부분을 단속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50인 이상 300인 미만은 3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주겠다고 하면, 우리가 만약 적발을 하든, 신고가 들어오든 하더라도 계도기간이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거죠.

▷ 유 : 그럼 계도기간을 6개월이라고 하면 그 기간동안 처벌하지 않게 되는 거네요?

▶ 이 :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 위반사항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권고만 하고 실질적으로 처벌하는 단계는 거치지 않겠다는 거고요. 탄력적 근로시간제 내용은 어려운 개념입니다.

▷ 유 : 그런데 상당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 같아요.

▶ 이 : 네. 우선 탄력적근로시간제에 관해 설명을 드리자면, 이 법의 취지를 먼저 아셔야 하는데. 앞의 ‘탄력적’이란 말이 붙지 않습니까? 기업에서 제조업을 예로 들면 갑자기 많은 물량주문이 들어왔어요. 그렇다면 그 달에는 근로시간이 상당히 길어지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서비스업의 경우 성수기에 사람들이 많이오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길어지고 비수기 때는 일할 시간이 줄어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워터파크는 겨울이 비수기겠고 썰매장은 겨울이 성수기고 여름이 비수기가 될 수 있겠고요. 그래서 이러한 경우는 성수기, 비수기 합쳐서 단위기간을 정해놓고 이것을 평균해서 52시간이 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도 되고. 그 다음 예를 들어 한 주는 80시간을 근무했는데 한 주는 거의 일을 안 했다고 하면 평균하면 40시간 아닙니까?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이런 것이 탄력적근로시간제입니다.

▷ 유 : 52시간 기준을 주단위로 하든 분기단위로 하든 전체 평균을 맞추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그럼 노동계의 입장을 보면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민노총에서는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 이 : 이미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올 초에 국회에서 집회를 했었죠. 구속이 된 분들도 있었고요. 민주노총의 경우 현재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 같은 경우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굴레 아래 노동자들이 방치돼 있다, 그래서 52시간제를 통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타파를 해야 하는데 이게 안 돼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거고요. 한국노총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장시간 근로가 2위 정도 되고. 그래서 이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겠다고 해서 단계적으로 충분히 시간을 줬는데 왜 또 유예를 하겠다고 하는 거냐, 하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 유 : 노사 간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 상황인데. 일부 보도를 보면 중소기업 10곳 중 주52시간제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이 몇%냐, 하면서 논란이 진행 중인 것 같아요. 현장에선 상황이 어떻습니까?

▶ 이 :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산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추가 고용을 하든가 아니면 기술개발,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거든요. 다 돈이 들어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52시간제 시행으로 과감하게 혁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 영세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냐...사실 별로 없다고 보는 게 맞죠. 그렇기 때문에 준비된 곳은 얼마 안 된다고 보여집니다.

▷ 유 : 노동계는 특히나 재계를 과도하게 배려하는 조치라고 반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친기업 행보를 보이기도 했고. 52시간제 역시 일정정도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정부가 피력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이 : 지난 대선에서 기억하는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문제니 이를 단축시켜서 연간 1800시간대로 줄여보자’ 해서 근로기준법 개정도 이뤄진 거거든요. 그런데 이 시행이 점점 밀리고 말씀하셨듯이 문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도 보이고 있어서... 입법부에서 법을 시행하겠다고 얘기해 법 개정이 된 건데. 오히려 행정부가 이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대학 교수님들의 경우 ‘청와대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실제로 삼권분립의 취지에 맞느냐’ 라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 시행은 법에 있는대로 하면 되는 거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대표해서 법 개정을 한 것인만큼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주 52시간제가 안착이 되도록 정부가 미리 행정적인 뒷밤침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작년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이 52시간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대대적인 시행을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유예밖에 할 게 없는 것 아니냐’ 란 말도 나오고 있는 거고요.

▷ 유 : 지금 노무사님께서 지적하신 내용은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 만능이 아니고 이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는 제도를 사전에 마련했어야 했다고 보는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안착을 위한 제도로 어떤 것을 주장하고 있나요?

▶ 이 : 주장하고 있는 것들은 딱히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보전시켜주고 단속은 강화하라는 입장 밖엔 없거든요. 따라서 업체들이 이 52시간제 안착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정부가 실태조사를 제대로 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얼마 전에 이런 현수막이 노동청에 걸려 있었어요. 52시간제가 두 달 남은 상황에 ‘52시간제를 위한 현장지원단을 지원합니다’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이건 지금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1년 전에 미리 준비했어야 산업현장에서 혼란이 더 적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입니다.

▷ 유 : 그런데 탄력근로제가 확대된다 해도 그 혜택을 보지 못하는 노동자층이 있지 않습니까?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비조직이라든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 이 : 현재 탄력적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3개월인데 그걸 6개월로 범위를 늘리자고 하는 게 나온 내용이고요. 그런데 이 합의를 위해서는 각 대표자들끼리 서면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노조에서는 탄력적근로시간제를 하자고 하면 합의해주지 않겠죠. 그래서 기업에서는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다고 하면 가짜 노동자 대표를 만들어 합의를 받아낸다든지 아니면 서명하도록 강요한다든지 해서 탄력적근로제를 시행할 겁니다. 그러면 이것이 주 52시간제를 우회할 수 있는 편법수단으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노동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 유 :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찌보면 경영계의 ‘불안’, 노동계의 ‘불만’속에 주52시간제가 추진되고 있는데. 서로 좋자고 이런 제도 추진하는 것 아닙니까? 경영계와 노동계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 이 :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 : 그것이 생산성으로 이어지느냐를 경영계에선 우려하고 있고요.

▶ 이 : 네. 그렇죠. 얼마 전에 타 방송사의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를 봤는데요. 장시간 근로시간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다단계 하청구조로 되어있는 만큼 그 단가들이 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유 :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경석 노무사였습니다.

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