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반격하라"...한강몸통시신 피의자 장대호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범죄 해당

  • 입력 : 2019-08-21 18:39
  • 수정 : 2019-08-22 02:21
▪'한강몸통시신사건' 피의자 장대호, 평소 '진상손님' 반감 커...쌓인 피해경험 표출된 듯.
▪모텔 등 고립된 생활환경 탓. 사회규범 내면화 줄고 자기중심적 잣대 커졌다.
▪히키코모리 범죄 큰 일본, 하루 한 번 복지사 방문으로 범죄예방대책 마련.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방송일시: 2019년 8월 21일 (수)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 ‘소’) : 오늘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39살 장대호의 얼굴이 공개됐습니다. 장대호, 기자들의 질문에 "흉악범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 반성하고있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 소 : 신상이 공개된 장대호, 고유정은 신상공개 때 철저하게 본인이 얼굴을 가리려고 애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장대호는 당당한 태도로 피해자가 잘못한 것이고 유족들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어떤 심리라고 보십니까?

▶ 이 :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고요. 실제로 본인이 억울해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럼 왜 억울하냐고 물어보니까, “그 사람(피해자)이 소위 진상 짓을 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또 죽일 것이다” 할 거라고 하고 있는데. 결국 피해자가 원인제공을 했다는 뜻이죠.

▷ 소 : 억울한 일은 일반 시민분들도 많이 당하시는데 이렇게까진 하지 않잖아요. 더군다나 사체 처리에 있어 극악잔인무도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이 : 이 사건의 범행동기를 이해하려면 이 사람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으면 일반인 기준으로는 의문밖에는 제기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그런데 이 사람이 네이버 지식인 댓글에 달아 온 답변내용이 오픈이 됐어요. 그 내용을 읽어보면 이 사람이 당시 이렇게 생각했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 소 : ‘참는 것은 노예로 살겠다는 계약이다’ 이런 얘기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 이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간 참지 않은 해프닝이 있었으면 이 사람에게 전과가 있었겠죠. 그런데 전과가 없고. 노래방이나 모텔, 안마방에서 임시직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체격도 왜소하다 보니 손님들이 진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계속 쌓여온 피해 경험, 피해의식이 이어져서... 댓글 단 내용을 보면 “억울하면 반격하라”는 내용이잖아요. 객관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억눌려 있다가 결국 모텔 손님이 진상짓을 하자 그 손님을 척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실제로 네이버에 보면 ‘진상 손님 척결하는 법’, ‘진상손님 종류’ 라고 개인적으로 정리해놓기도 했어요.

▷ 소 : 경험을 담아서 쓴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 이 : 네. 그렇게 보면 이 사람에게 있어 굉장히 폭력적인 면이 있었는데. 그게 시의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가 이 사람의 초법적인 사고. ‘직접 나서서 보복한다.’ 경찰이나 사법기관을 신뢰하기 보다는 사적인 복수를 선택을 했던 것 같고요. 지금도 “나는 범행당시에도 정당했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거든요. 아마도 이 사람의 장기간 피해경험이 이런 적반하장의 태도, 근거 없는 억울함을 유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 소 : “다시 태어나도 또 죽인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일종의 확신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 이 : 제가 확신범의 정의를 잘 모르겠는데. 결국 그런 강력한 신념 구조 안에 있었던 건 맞는 것 같고요. 어쨌든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는 진상 짓은 당장 그 자리에서 또는 이 사람처럼 밤에 몰래 마스터키를 이용해 침입해서라도 꼭 척결을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하는 주장을 지금 쉼 없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소 : 일단 경찰조사에서 드러난 이유를 보면 ‘피해자가 비용도 안 내려 했고 반말을 했고.’ 라고 했는데 더 파악된 사실이 있습니까?

▶ 이 : 아뇨. 다른 것은 나오지 않았고요. 폭력사태가 있었으면 모텔에서 112에 신고했었겠죠. 그런 것도 딱히 없어서.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인명피해가 날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여러번 말씀드린 대로 이 사람 입장에서는 피해경험과 억울함을 촉발시키는 사건이었다는 주장이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를 왜 하느냐... 이 사람의 부적응적인 생활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이 있는데 가족을 만나본 적도 없고, 오프라인에서 친구도 없고. 그야말로 모텔에 고립돼 인터넷이나 TV시청만 한 사람이거든요. 결국 사이버공간상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면서 지배적인 사회규범에 반하는 자기 나름대로의 잣대가 많이 심화된 것 같고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신드롬이라고 얘기하는 그런 종류에 해당사항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여집니다.

▷ 소 : 일종의 사회화가 되지 않았다.

▶ 이 : 네 그렇습니다.

▷ 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고려시대 김부식 아들 사건"을 이야기 했습니다. ‘누군가 정중부의 수염을 태웠는데 정중부가 집권하자마자 처단했다’ 라는 이야기.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 거죠?

▶ 이 : 본인을 그렇게 척결의 중심, 행위를 하는 자로 동일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런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본인이 법관도 아니고. 과거의 사대부도 아니고. 그런 종류의 주장을 하는 걸 보면 이 사람에게 과대망상 같은 것이 있었던 것 아니냐. 사실 내가 대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에서는 계속 무시를 당하니 부당하다고 생각을 해서 참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나서 정의를 실현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도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 아닌가. 그런 것들이 다 반사회적인 사고입니다.

▷ 소 : 제가 관련 기사의 댓글을 봤거든요. 그런데 깜짝 놀란 것이 장대호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의인이다’ 라는 이런 의견도 있더라고요. ‘서비스직하면서 모욕감을 많이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나도 살인충동을 느낀다.’ ‘법으로 생명연장하는 이 세상에 많다.’ 이런 글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이 :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다... 하는 글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요. 그 댓글에서도 중요한 게 뭐냐면 ‘그래도 법과 질서가 있기 때문에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가 핵심인 거죠. 누구나 분노를 느끼고 억울함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흉기를 들고 보복하지 않느냐. 그건 법과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법을 합니다. 억울한 면이 있어도 불법행위를 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일부 비사회화가 오랫동안 진행되면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용인되고 용인되지 않는지 놓치게 되는 지경까지 간다는 겁니다. 그게 히키코모리 신드롬이고요. 그래서 일본에서도 3,40대 히키코모리가 학교 등굣길의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기도 하고. 그래놓고선 ‘애들 잘 돌봐라.’ 경고를 날리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 사회가 해체되면 사회규범을 내면화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돌발적인 범죄들이 많이 늘어난다는 거죠. 한국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 김성수 사건이나 안양 노래방 손님 살해사건 등. 이런 사람들의 캐릭터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이 됐고 혼자 인터넷 세상에서 반사회적인 댓글을 달거나 행위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런 사람들은 상당부분 사회적 규범에서 일탈된 사고를 하던 끝에 행동하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적인 조직에서 사람들이 떨어져나가지 않게 하는 제도가 굉장히 필요한데요. 그래서 일본의 경우 히키코모리 서포터즈 제도까지 운영하기도 하거든요. 그냥 이 사람들을 방문하는 겁니다.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해서 사회규범적인 대화를 나누는 거죠. 그렇게 해서 하루 한 시간이라도 친사회적인 규범을 내면화하게 되면 비사회화된 세상에서 떨어져나가서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예방적 효과가 있으니까요.

▷ 소 : 당신은 고립된 것이 아니다...

▶ 이 : 그렇죠. 여전히 너에게 관심이 있고 이 사회엔 법과 질서가 존재한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거죠. 그런 종류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소 : 점점 (범죄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의인으로까지 표현하는 것 자체에 놀라서 여쭤봤던 건데. 그런데 범인이 자수를 했어요. 그런데 이게 계산된 행동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세요?

▶ 이 : 나름대로 자수를 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죠. 서울청에서 자수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어디 도주하지 않고 종로 경찰서까지 가서 자수한 거 보면 틀림없이 자수해야겠다 생각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만큼 지문으로 수사망이 좁혀올 것으로 인지했던 것 같고. 문제는 일반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게. 자수를 하면 대개 감경을 기대하고 자수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막상 마이크를 들이대자 “다음 생에 만나면 또 죽이겠다.” 극도로 포악한 이야기를 한 걸 보면 자수한 모습하고 언론에 비춰진 모습하고 배치가 안 되잖아요. 과연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건지... 아마도 자기 행동에 앞뒤가 잘 맞지 않는걸 모르는 것 아닌가. 상황판단력이 결여된 것 아닌가. 뭐가 본인에게 유리한지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봤자 그게 감경이 될 수 없는 사안이잖아요. 죄의식이 없구나 라고 밖에 판단을 못할 텐데. 그런데 그런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거죠.

▷ 소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 고맙습니다.

▷ 소 : 지금까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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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