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조사위, '고 장자연씨 수사 의미없음'으로 일단락...다수의견 묵살했다.

  • 입력 : 2019-05-21 19:12
  • 수정 : 2019-05-21 19:42
10년 만에 이뤄진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조사가 13개월간에 걸친 조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의혹들을 밝혀내지 못하고 안타깝게 마무리 됐습니다. 남겨진 궁금증은 무엇이고 특검 수사의 가능성은 남아있는지 최영일 시사평론가에게 들어보겠습니다.

■방송일시: 2019년 5월 21일 (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최영일 시사평론가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고 장자연 과거사조사위,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및 범죄행위 특정 못해... ‘수사 의미 없음’으로 발표.
◈조사에 참여한 김영희 변호사 “검찰 발표, 조사위 다수의견과 달라”
◈진상조사단 외부 의견은 리스트 존재한다고 봐...검찰이 다수의견 묵살...검찰 내부 소수의견으로 수사 정리.
◈조사위 내용, “10년 전 수사, 사건 덮기에 급급했던 ‘시늉수사’”
◈여론 들끓지만 특검 수사 가능성 낮아...강력한 증거 필요.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10년 만에 이뤄진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조사가 13개월간에 걸친 조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의혹들을 밝혀내지 못하고 마무리 됐습니다. 무려 7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고 장자연 사건 진실규명을 요청했던 만큼 조사 결과가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되면서 여러 궁금증을 낳고 있는데요. 최영일 시사평론가와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최영일 시사평론가 (이하 ‘최’) : 안녕하세요.

▷ 소 : 검찰 과거사위,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자연 리스트라든가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권고를 하지 못하고 재수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기획사 대표인 김종승 씨의 명예훼손 사건 관련 위증 의혹만 수사 권고를 내렸는데요. 13개월 간 참고인 84명을 조사한 결과치고는 초라한 결과 아닙니까?

▶ 최 : 그렇습니다. 어제 오후 4시에 발표를 하기 전부터 이미 재수사 권고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추정 보도들이 나돌았습니다. 검찰 내부의 분위기를 취재로 감지했던 것 같고요.

아니나 다를까. 어제 4시 발표의 핵심을 간단히 요약하면,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장자연 씨가 직접 썼다는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그리고 그 명단이 과연 어떤 행위를 특정한 명단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결국 아무것도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재수사 권고도 어렵고. 성범죄, 성폭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단순 폭행인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버렸고요. 남아있는 공소시효는 특수강간의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복수에 의한 범죄라거나 약물에 의한 범죄여야 하는데 여기 관련한 증거는 하나도 확보한 것이 없다는 것이죠.

결국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전 소속사 대표 김모 씨에 대해서만 위증 혐의로 수사할 필요가 있겠고. 나머지는 다 수사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13개월 조사에 비한다면, 물론 강제수사권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80여 명의 진술도 받아냈고 대통령도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진상을 밝혀라’ 하면서 고 장자연 씨 사건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10년의 기간이 무색하게 연기처럼 증발한 상황이 됐다고 총평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소 :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거사진상조사단 장자연사건조사팀에서는 조사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이 이례적으로 채택되고 다수 의견은 묵살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조사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도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다수의견이 있는데 그게 채택이 안 됐다고 하고 있어요.

▶ 최 : 어제 발표 나온 직후에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인터뷰를 통해서... 말씀하신대로 총괄 팀장이었던 김영희 변호사가 ‘개인 자격이다. 조직의 입장은 아니다’ 라고 밝혔지만.

지금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게 두 가지가 다른데요. 어제 발표는 검찰의 과거사조사위에서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과거사조사위가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그 아래 장자연 사건진상조사단이 따로 대검산하에 만들어졌던 거고요. 구성원 중에는 외부단원과 내부단원. 외부단원은 주로 법조인 중심입니다. 김영희 변호사도 민간 변호사로 참여했고. 내부단원은 검사들이었는데.

김영희 변호사가 명확히 밝히기를 “내부단원은 보조적인 역할이었고 외부단원이 중요했다.” 사실 검찰이 이 수사를 덮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사의 투명성, 객관성을 위해 외부단원이 조사에 주력했다는 거고요. 13개월 동안 80여 명을 만나면서 진술을 받아낸 게 진상조사단인데. 외부의견은 장자연 리스트는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장자연 씨가 이것을 직접 썼을 것으로 보고. 여기에 담긴 명단에 상당한 범죄의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는 게 다수의견이었다는 거예요. 다만 수사권이 없지 않겠습니까?

▷ 소 : 그래서 수사를 의뢰했으면 좋겠다.

▶ 최 : 네. 과거사 조사위에 보고하면서는 “검찰에서 수사여부를 검토해 판단하도록 해달라.” 이게 최종요구였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검찰이 ‘수사해달라’는 요구를 외부에서 의미없다고 폄훼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 단계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과거사조사위는 진상조사단 내부의 소수 의견인 검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 같다... 우리가 보고한 내용과 과거사조사위 발표내용은 확연히 다르다”는 게 불만의 요지입니다.

그렇다면 진상조사단이 보고한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다수의견을 소수의견으로 뒤집어서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여부에 대해 흐릿하게 발표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발표를 했을까. 이게 또 의혹인데요.

10년 전인 2009년 3월 장자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뭉게구름으로 남아있던 의혹이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이 끝난 상황이 돼버린 거죠.

▷ 소 :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봐요?

▶ 최 : 네. 오늘도 여러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종합해보면 문제의 본질은 1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2009년 당시에 여러 의혹들이 제대로 수사됐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덮기 위한 수사 시늉만 했다는 거죠. 오히려 당시 참여했던 검찰, 경찰 관계자도 지금 납득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당시 확보한 증거... 장자연 씨가 직접 기록했던 수첩, 통화기록 원본, 복원한 내용들, 통화 내역, 기록 등 모든 증거자료가 없다는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

10년 후에 수사했고 의혹이 많고. 당시에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해도 증거자료가 남아있어야 하는 겁니다.

▷ 소 : 수사 기록 자체는 보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최 : 수사기록은 일부 보존돼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된 것들이 많고요. 지금 검찰은 경찰 탓, 경찰은 검찰 탓을 하고 있는데. 최근 그당시 이름이 오른 것으로 회자가 됐지만 수사대상이 아니었던 재벌가 일원이라든가, 언론 오너 가의 일원이라든가. 이런 인물들의 이름이 계속 나돌고는 있었지만. 최근 통화내역이 나와서 깜짝 놀란 경우도 있거든요. 과거 ‘통화를 한 적 없다’고 했지만 이번에 통화기록이 상당수 나오기도 해서... 그 당시 수사를 했던 게 맞는 것인가,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데.

결국 언론에서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문질렀다’는 표현을 썼어요. 증거를 훼손하고 자료를 누락하는 수사를 했던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누가 휘두른 것인가...이러한 것들이 더 강한 의혹으로 남아서 음모론만 촉발하는 수사가 돼버린 셈이에요. 물론 이번엔 수사는 아니고 조사입니다만. 이번 조사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 소 : 애초에 검찰 내에 마련된 과거사조사위고 검찰이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외부인력을 받아들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외부인력이 다수로 들어갔는데 결국 검찰내의 소수의견만 받아들였다는 거잖아요. 외부인력을 왜 받아들인 겁니까?

▶ 최 : 외부인력을 받아들인 이유는 수사의 공정성, 조사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문제는 그들이 열심히 조사했던 내용들이 최종 발표에선 묵살됐다는 거죠. 이에 그럴 거면 왜 받아들였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거고요. 특히 외부인력에 참여했던 외부인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소 : ‘수사가 미진했다’ 고 표현이 돼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의 방해 아닙니까?

▶ 최 : 사실상의 방해죠. 말씀드린대로 이 수사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무언가를 덮기 위한 수사의 시늉이었다는 정황이 너무 강해서. 이게 지금 안타까운 점이 너무 많은데요. 10년 세월 동안 이 의혹이 명징하게 드러나긴 커녕 오히려 감추려고 한 의혹만 더 커지는 상황이어서 안타깝습니다.

▷ 소 : 특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가능할까요?

▶ 최 : 쉽지가 않습니다. 조사위 발표는 재수사 여부를 검토해서 판단해달라는 요청인 거죠. 특검을 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한 가지 강한 증거가 나올 뻔 했어요. 바로 마지막 목격자였던 윤지오 씨의 존재입니다. 윤지오 씨와 나눈 이야기가 있었죠. “장자연 리스트는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리스트를 보았다”는 거였고요. 그런데 윤지오 씨가 보려고 해서 본 게 아니라 소속사 대표 유모 씨. 유모 씨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전 소속사 김모 대표 밑에서 장자연 씨 매니저를 했던 인물인데. 이후 기획사를 차려서 윤지오 씨까지 소속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이 유모 대표가 장자연 씨 사망 이후에 리스트를 윤지오 씨에게 보여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윤지오 씨의 첫 진술이 뭐였냐면, “그것은 유서가 아닙니다. 법적인 상태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건입니다”였죠. 그래서 유모 씨가 보여줬다는 사실은 인정했어요. 지금 몇 가지의 희미한 흔적들은 남아있는데요. 조선일보가 당시 조현오 경찰총장에게 접촉한 정황 정도가 남아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소 : 시간상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최영일 시사평론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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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