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배달물량만 2120통?... 과노동으로 쓰러지는 집배원들,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 입력 : 2019-05-20 18:40
  • 수정 : 2019-05-20 23:08
  • 20190520(월) 1부 갑갑한 사내탈출 - 이경석 노무사.mp3
갑갑한 노동문제를 시원하게 진단해주는 '갑갑한 사내탈출' 시간입니다. 최근 과중한 노동으로 집배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에 관한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경석 노무사에게 그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방송일시: 2019년 5월 20일 (월)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경석 노무사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과로로 잇따라 숨지는 집배원들... 지난 9년 간 뇌심혈관질환 걸려 사망
◈안산, 하루 평균 배달물량 2120통... 퇴근 후에도 분류작업에 투입. 휴일도 없어.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 평균 2천745시간, 다른 노동자들보다 87일 더 일해.
◈우정사업본부, 흑자 기록에도 주52시간 시행 중 인력충원 없어.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최근 집배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30대 집배원 이모 씨는 '피곤해서 자겠다'는 말은 남기고 잠자리에 들고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이경석 노무사와 나눠봅니다.

▶ 이경석 노무사 (이하 ‘이’) : 안녕하십니까.

▷ 소 : 최근 잇따라 집배원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사망의 원인은 무엇으로 파악되고 있나요?

▶ 이 : 예. 최근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0-2018년까지 82명의 집배원이 뇌심혈관 질환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습니다. 특히 작년인 2018년에는 사망자가 15명으로 근 8년간 가장 많은 집배원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이 되었는데요. 우선 뇌심혈관 질환의 원인 중에 하나는 과로에 있습니다.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근무강도와 장시간근로는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었는데요. 2010-2018년 사이에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82명의 집배원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로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입니다.

▷ 소 : 그러면 그 노동 강도나 근로 시간 정도가 얼마나 되나요?

▶ 이 : 예. 노동 강도와 근로시간이 뇌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치는데. 청취자 분들도 아시다 시피 집배원들의 업무 중 하나는 우편물 배달 업무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따지면 경기 안산지역의 경우 1인당 하루 배달물량이 2,120통 정도로 가장 많았고요. 서울양천이 2,029통, 부산 해운대의 경우 1,464통 정도 였다고 합니다. 혼자서 이런 엄청난 물량과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인거 같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배원 분들은 몸이 아프더라도 쉴 수 없고, 본인이 쉬게 되면 자신의 업무를 다른 동료 집배원들에게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까봐 잘 쉬지도 못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 시간의 길이 역시 문제인데요. 배달업무가 끝나면 다음날 우편물 배달을 위한 분류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고요. 이로 인해 늦게까지 근로하거나 휴일에 나와서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 소 : 특히 숨진 이모 씨의 경우 무기계약직 신분이었는데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과중한 업무를 해왔다고 하죠?

▶ 이 : 예. 5월 15일 집배원 이은장(34) 씨가 돌아가셨는데. 이 분의 경우 신분이 무기계약직이었습니다. 그래서 무기계약직을 끝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지원서를 쓰다가 숨진 채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데요. 우선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됩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은장씨는 충남 공주우체국 소속인데 이곳이 힘든 사업장으로 꼽히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 소 : 아무래도 농촌지역이다 보니 집집마다 거리가 있겠죠?

▶ 이 : 예. 그래서 이동거리가 많으면 하루 90km이상 이동을 하였고. 하루에 약 1200여건의 우편물을 배송한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이은장씨는 상시계약집배원의 신분으로 무기계약직의 신분이었는데요. 정규직 전환이 잘 되기 위해서 더 많은 업무를 맡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직 집배원이 맡는 농촌 지역 평균 일일 배송건수는 800여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은장 씨의 경우는 400 여 건을 더한 셈이 되는 거죠. 주변증언에 따르면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 것으로 출퇴근카드는 기록되어 있는데. 출근은 오전 7시쯤에 하여 오후8-9시까지 분류업무를 하고 퇴근을 하였다고 합니다. 유족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 분류업무를 끝내지 못해 집으로 우편물을 가져와 분류업무를 한경우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은장 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좋아하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건강한 분이 돌아가실 정도라면 과중한 업무가 그가 숨진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소 : 집배원들 연중 노동시간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이 많으니까 주52시간 정책도 나오고 그러는 건데. 집배원 분들이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시는 건가요?

▶ 이 : 예.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이 2017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임금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인 2천52시간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평균 87일을 더 일한 셈인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집배원 사망자가 계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노동조합은 주장했는데요. 우선 52시간제가 도입이 되고 난 후 노동자들이 출퇴근 카드에 기록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지 않습니까? 이게 통계상으로 보면 적게 근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은장 씨처럼 근무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무료노동이 확대된 것과 집배원들의 연이은 사망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소 : 카드를 찍는 걸로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불법 아닌가요?

▶ 이 :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그에 대해 임금을 지불 안 하는 건 임금 체불인 것이죠.

▷ 소 : 지금 주 52시간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집배원들 이렇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건가요?

▶ 이 : 정부에서 주52시간 정책을 하는 이유는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기존에 근로자가 하던 장시간 노동에 대한 시간을 다른 노동자를 고용하여 수행 할 수 있게 하는 고용창출의 효과도 내기위한 방편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했으나, 인력증원은 없이 노동시간 줄이기 꼼수를 핀 것입니다. 업무량은 고정된 량이지만 사람충원이 없다는 것은 결국 기존근로자가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숨기고 수당으로도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연장근로의 제한 52시간을 정해놓은 근로기준법 53조 위반이고요, 형식적으로 출퇴근 카드를 찍는다고 법 위반을 피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그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지 않으니 임금체불에도 해당하고요.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들입니다.

▷ 소 : 우정사업본부가 정부기관 아닌가요?

▶ 이 : 예 맞습니다.

▷ 소 : 그런데 정부에서 52시간제를 도입했는데도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충원을 안 했어요?

▶ 이 : 지금 예산상의 문제로 집배원 인력을 1명도 늘리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상황입니다.

▷ 소 : 결국 이것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 문제인가요?

▶ 이 : 그런 부분도 있고 노동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여태까지 흑자가 계속 났는데 올해 적자가 나게 된 건 우정사업본부가 방만 경영을 해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소 : 그럼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까?

▶ 이 : 말씀드렸듯이 우정사업본부는 예산상의 문제로 집배원 인력을 1명도 늘리지 못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2000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을 했는데요. 우선 5월14일 전국집배노동조합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바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4-5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하고 있고. 그리고 2011년부터 정부일반회계로 1조2000억 원의 이익도 지원받아 왔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집배원들이 과중업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2000명 정도의 인력확충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결국 노조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방만한 경영을 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닌가 이야기하고 있고. 어찌됐든 현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확충은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되고요. 그리고 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그리고 이들의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는 이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집배원들에 대한 노동착취로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 : 지금까지 이경석 노무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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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