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아파트 방화-살인사건, '묻지마' 아닌 '계획범죄' 가능성 높다

  • 입력 : 2019-04-18 18:57
  • 수정 : 2019-04-18 20:00
전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다수의 희생자를 낸 묻지마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이 끔찍한 사건이 도대체 왜 일어났고 미리 범행을 막을 수는 없었던 건지 최단비 변호사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일시: 2019년 4월 18일 (목)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최단비 변호사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12세 초등생 포함 5명 숨지고 13명 다쳐...
◈범인 안모 씨, 노인/여성/아이 등 노약자 노려 범행. ‘묻지마 범죄’ 아닌 계획범죄 가능성 커.
◈살인흉기 미리 구입, 방화 이전 휘발유 구입 등 사전 계획 철저...양형 기준에 반영될 듯.
◈오늘 구속영장 발부, 경찰 신상공개 위원회 최대한 빨리 신상공개 결정하겠다 밝혀.
◈범죄 사전예방 가능성 두고 경찰 질책. 경찰측 “제도적인 보완 미비...한계있어”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방화·살인 사건,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요. 피의자, 사건 발생 이전에도 여러 차례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예방할 수 있던 사건이 아니었는지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최단비 변호사와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 최단비 변호사 (이하 ‘최’) : 안녕하세요.

▷ 소 : 언론에서 이 사건을 두고 ‘묻지마 범죄’라고 하고 있는데요. 이게 ‘묻지마 범죄’가 맞는 겁니까?

▶ 최 : 일단 동기가 잘 안 드러나 있고 피해자를 특정해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점점 사건이 알려지면서 과연 ‘묻지마 범행’이 맞느냐하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요. 사건 전에 이웃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지속적으로 위해를 가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 소 : 그러니까요. 희생자를 보면 12살 여자 초등생도 있었고요. 이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여성 두 명만 사는 집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피해자들이 주로 노인이나 여성 등 노약자 위주였단 말이죠.

▶ 최 :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묻지마 범죄는 범인이 특정 피해자를 고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사망한 분들이 주로 여성, 아이, 노인 분들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상대방에 위해를 가하려 할 때 상대방이 본인에게 제약이 되거나 위협이 될 만한 사람들은 피했다는 말이죠. 또 범인이 위층에 사는 주민들과 마찰이 있었는데 그중 성인 남성이 거주하지 않는 한 집에 유독 집착했단 말이죠. 그래서 유가족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늘 구속된 안씨가 특히 그 집을 더 노리고 괴롭히지 않았느냐. 결국 약자들을 범죄 피해자로 타겟팅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소 : 법적 조치를 취할 때는 가해자가 우발적으로 한 것이냐 혹은 계획적으로 한 것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거죠?

▶ 최 : 그렇죠. 일단 범죄의 혐의는 똑같습니다. 방화죄, 살인죄, 상해죄 이런 것들이 있는데. 문제는 범죄 혐의가 인정됐을 때 양형의 단계에서 계획적인 범죄가 우발적 범죄보다 더 중형을 받고요. 이것을 대법원에 있는 양형 위원회에서 기준을 정하는데, 계획범죄의 경우 기준을 더 가중하고 있습니다.

▷ 소 : 이번 범죄는 계획범죄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까?

▶ 최 : 훨씬 높다고 보여요. 왜냐하면 범인인 안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있는데요. 이 흉기를 2,3개월 전에 미리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먼저 방화를 하고 나서 방화를 피하려던 사람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지 않습니까. 이때 방화를 하기 위한 휘발유를 그날 구입했던 정황도 보이고 있어요. 아파트 1층 출입구 CCTV를 분석했더니 이 안씨가 범행 당일 오전 0시50분에 밖으로 나가서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거든요. 갑자기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기보다는 계획에 의해 저지른 범죄라 보고 있습니다.

▷ 소 : 오늘 피의자 안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가 됐는데요. 그런데 안씨가 법원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자신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반성하는 모습보다는 잘못을 사회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인 건데. 이럴 경우 처벌이 더 중해질까요?

▶ 최 : 그렇죠. 보통 일반적으로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할 때는 피의자가 반성한다,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다른 태도를 오늘 보였죠.

물론 본인의 잘못을 사회에 떠넘기는 태도가 잘못됐다고 보기도 하지만, 양형단계에서 이 점이 더욱 가중되는 이유는 ‘개전(改悛)의 정(情)'이란 말이 있어요. 이 개전의 정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개선되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지를 법원이 보는 것인데. 지금 안씨를 보면 사회에 오히려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잖아요. 이러면 다시는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반성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 처벌을 할 때 이것이 가중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소 : 보통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신상이 공개되지 않습니까? 경찰에서는 되도록 빨리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그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 최 :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이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굉장히 심각한 범죄에요. 거기다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사회로 떠넘기는 모습을 언제까지 마냥 손 놓고 봐야 하느냐는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경찰은 경찰관과 외부위원으로 꾸려진 신상공개심사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 신상공개는 법에 정해져 있는데 범죄가 중하다거나 아니면 재범의 우려가 있다거나, 혹은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할 때 공개하게 되는데요. 조만간 위원회를 열어 신상공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그 시점은 구속영장이 발부 이후가 될 것이라 예상이 됐었는데. 오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조만간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소 : 그런데 피의자 안모 씨를 보면 폭력적인 성향 뿐 아니라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자활센터 직원들이 타준 커피를 마시고 부스럼이 생겼다고 하거나. 아무도 없는 윗집에서 자꾸 벌레를 던진다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는데. 보니까 2010년에도 폭행사건이 있었는데 그당시에도 심신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 최 : 맞습니다. 안씨가 2010년에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가 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어요. 그 당시 재판부는 안씨가 편집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 심신장애가 인정되는 건 맞지만, 심신장애가 인정되는 것과 범행을 저지를 당시 심신미약, 즉 감경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별도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범행을 저질렀을 때 사물변별력과 의사결정능력은 있었다고 판단이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자활센터에 가서 난동을 부렸다거나. 자활센터 직원이 타준 커피에 문제가 있다고 혼자 생각한다거나. 윗집에서 벌레를 던진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이런 것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도 이것이 이번 사건에서 감경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요인으로 인정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소 : 프로파일러가 분석하기로도 안씨에게 과한 피해망상증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런 피해망상증상이 있었는데 그전에도 경찰에 7번 정도 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이 이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느냐 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최 : 예방할 수 있는 범죄인데 소극적으로 대처해 이런 참극이 발생한 것 아니냐.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느냐...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낙연 국무총리도 진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왜 사전에 막지 않았느냐 질책한 바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주민들이 경찰에 7번 정도 이야기하고 동 주민센터와 관리사무소에도 이야기했는데 아무 대책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피해자 중 한 분은 자비로 CCTV설치까지 했어요. 그런데도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고. 경찰측은 출동을 했더니 그 당시 사건이 미미했다는 거예요. 미미한 사건이기 때문에 대응방안에 따라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처방안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안씨의 경우 예전에도 한 번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적 있어요. 그런데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 명단에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제도에 미비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소 : 피해가 크다보니 경찰에 원인을 묻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만. 경찰 분들 입장에서는 드러난 행동만 가지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최 : 그렇죠.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는데 거기서 할 수 있는 조치에 여러 단계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오물 투척 사건이 있어 갔는데 이미 사건은 종료가 됐고. 추가 범행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그러면 계도를 하거나 경고하고 끝내야지. 범행이 또 발생하지 않았는데 신병을 확보한다든가 하는 건 근거가 없는 일이죠.

하지만 지금 지적받고 있는 건 7차례나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 거고. 최소한 예방을 할 수 있는 가처분이라든지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 소 : 이 부분에서는 논의가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주위에 정신적인 이상증세를 보이는 분들이 있잖아요. 이런 분들이 대화를 하면서 보면 위협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만 어떤 행동을 보여주지는 않잖아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 최 : 그렇죠. 그 부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모두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진 않아요. 그리고 실질적인 통계에서도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잡히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일반화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자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안씨의 경우에는 그 가족들이 정신적인 치료를 받게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본인이 이를 거부하면서 이뤄지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분들 스스로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는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치와 절차가 필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과거 조현병 치료를 받은 기록을 본인이 직접 알리지 않더라도 관리대상 명단에는 있어서...왜냐하면 관리 대상 명단에 없으면 경찰도 알 수 없고, 경찰 역시 그때마다 일일이 영장을 받아야만 하는 구조라면서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제도적인 보완을 논의할 때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 소 : 이번 사건의 논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나온 것 같은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단비 변호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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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