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굿이너프 딜' 효과 없다...우리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 필요

  • 입력 : 2019-03-20 18:58
  • 수정 : 2019-03-20 19:57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해오고 있는데요. 이에 북측은 강하게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과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에게 그 내용 들어봅니다.

■방송일시: 2019년 3월 20일 (수)
■방송시간: 저녁 6: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일괄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단계적인 상응조치 바라는 북한.
◈북한, 영변 핵시설 폐지 두고 실질적 제재 해제 요구... 미국은 거부해 협상 결렬.
◈전문가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 만들어야 양국 간 신뢰 회복될 것.”
◈청와대 ‘굿이너프 딜’ 효과 없어. 우리 나름의 로드맵과 양국에 대한 물밑 접촉 이뤄져야.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한반도 비핵화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북한과 미국이 새로운 협상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에 들어간 양상입니다.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과 나눠봅니다. 안녕하십니까.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이하 ‘신’) : 안녕하십니까.

▷ 소 : 미국, 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북한에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가지고 협상장에 나올 것을 촉구해왔는데요. 이에 최선히 외무상,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며 미국을 압박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북미 간 대치,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신 : 현재로서는 팽팽한 기싸움이죠. 거친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한 상황이잖아요. 특히 정상 간의 유대. 미국과 북한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다음 단계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죠.

다만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최선희 부상이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결단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취지로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북한이 혹시라도 인공위성 발사를 할 경우 관계가 상당히 악화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저희가 유의하면서 상황을 관리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소 : 볼턴 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 소식이 나오기도 하고. ‘뭔가를 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북미 간에 내놓은 건 다 내놨잖아요. 서로 입장은 분명한 것 아닙니까.

▶ 신 :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보면 복한과 미국의 입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거죠.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가지고 실질적인 제재 해제를 요청한 거고. 미국은 아마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만 요구했다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게 아닌 실질적인 제재 해제를 해주게 되면 다음 단계에서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농축 우라늄 시설이나 핵물질은 무엇을 주고 그것을 교환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간극이 큰 상황인 거죠.

▷ 소 : 그래서 일괄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단계적인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까요?

▶ 신 : 저는 처음부터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이야기해왔습니다. 미국도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없다는 거잖아요. 단계적으로 잘라서 협상을 하는데 북한이 요구는 많이 하고. 그러다 그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다음 단계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적어도 전체 단계에 대한 최종상태와 거기까지 어떻게 갈지에 대해 약속은 해라, 그리고 그 이행 부분은 단계적으로 영변과 제재 일부, 그다음 단계에 농축 우라늄 시설과 나머지 제재.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부분을 일관되게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다보니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어느정도 수용했고. 이 부분을 미국도 한 번 수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하노이에서 협상을 해보려 했는데 북한이 과도한 요구를 하니까 이런 식으로는 비핵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판단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인데요.

그러면서 미국이 요구한 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어느 정도 연계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결국 전체적인 그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로드맵은 북한이 양보하고. 단계적 이행은 미국이 양보를 해서 접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소 : 비핵화하기 위해 1단계~끝단계까지 정리해놓고. 그에 따른 단계적 조치 역시 정해서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 신 : 그렇죠.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니 일단 계획을 짜서 고민을 해보자는 거죠. 그리고 그 계획대로 이행을 하다보면 상호 간에 신뢰가 더 쌓이는 거니까. 그 부분으로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 소 : 저 역시도 센터장님 말씀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북미가 왜 센터장님 말씀을 안 들을까요?

▶ 신 : 처음에 미국은 일괄 타결을 요구했었던 거죠. 그런데 북측이 협상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했다고 봐요. 그래서 하노이 정상회담의 출발점은 단계적 비핵화 방안으로 북한이 미국을 설득해낸 거죠.

그런데 실무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억지주장을 한 것 같아요. 비핵화 부분은 영변이면 영변에서 어떤 시설인지 알려주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요구했어야 하는데. 영변의 어떤 시설인지도 실무회담에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미국이 의심을 했고. 그래서 미국이 스몰딜-빅딜-노딜까지 다 준비해서 들어갔다고 해요.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을 해보니 처음에는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도 핵물질 시설이라고만 이야기하고. 트럼프대통령이 다음 단계인 농축 우라늄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으니. 그 부분은 확인도 안 해주고 협상할 수 없다고 하니. 제재를 해제해주면 다음 단계 비핵화는 더 어렵겠구나 생각한 거죠. 그래서 판이 깨진 겁니다.

약간의 충격은 있을 것 같아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정상 간의 불신이 있는 거예요. 말로는 정상 간의 관계가 좋다고 하지만. 정상들의 입장이 다르니 실무진에서는 첫 번째 과제가 정상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는데.

한두 달 시간이 지나고 양측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새로운 협상은 시작될 겁니다. 그때 우리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비핵화의 전체적인 그림은 북한에 요구하고. 대신 북한이 이야기하는 단계적 이행 부분은 우리가 수용하는. 그건 우리가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 소 : 이게 동시에 다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쨌든 실행할 때는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 신 : 맞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나봐요. ‘시간표와 순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잖아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괄타결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로드맵에 합의를 해주면 순서와 시간표에 따라 이행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준 거기 때문에. 양측의 접점을 그런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소 : 로드맵만 나오면 미국 측에서 응할 가능성이 큽니까?

▶ 신 : 저는 그렇게 봅니다. 제가 3개 도시를 갔다 왔어요. 워싱턴DC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지난 2주 동안 출장을 다녀와서 관련 전문가를 만나고 돌아왔는데.

그쪽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에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로드맵 아니겠느냐’ 주장하더라고요. 물론 북한이 이러한 로드맵에 응할지는 불투명해요. 북한이 한 번도 그런 메시지를 발신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걸 여러 번 지적했는데. 아무튼 그 로드맵을 북한이 제시한다면 북한의 입장이 좀 더 비핵화 쪽으로 전향됐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 소 : 실행을 지금 하라는 것도 아니고 로드맵을 짜서 하자는 건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면 비핵화에 소극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보시는 거죠?

▶ 신 : 현실적인 국제 관계 이해와 교류를 고려할 때 그런 측면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소 : 그럼 우리 정부에 또 공이 넘어온 것 같은데요. 우리 정부에서는 ‘굿이너프 딜’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뭡니까?

▶ 신 : 사실 저는 ‘굿이너프 딜’, 잘못 말씀하셨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런 레토릭보다는 실질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물밑에서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굿 이너프 딜’ 자체는 어떤 거래도 합의만 하면 ‘굿 이너프’ 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방향성을 상실하게 돼요. 북미가 어떤 합의를 한다해도 우리 나라에 무조건 굿이너프 한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미국과 북한에 제안함으로써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협상이 이뤄지면 된다’ 하는 식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는 걸로만 보여서. 현 상황에는 맞지도 않고. 이런 부분에서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 듯한 발언도 하게 되잖아요. 따라서 지금은 레토릭 보다는 실질적으로 물밑 접촉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소 : 그럼 향후 다시 남북 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이렇게 가게 될까요?

▶ 신 :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지금 당장 우리가 협상 카드를 만들어 미국과 북한에 던진다 해도 분위기가 가라앉는 시간 필요합니다. 미국이나 북한이 바로 받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본인들도 나름대로 전략을 정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물밑 접촉을 통해 ‘우리의 안이 현실적인 안이다’,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으로 가자’ 그런 노력을 전개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인식을 양측이 하게 될 거예요. 그때 정상회담을 통해 설득작업이 본격화돼야 하는 거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로드맵 부분을 얻어낸다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역할을 다시 평가받을 수 있고 끌어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러려면 실무 접촉이 좀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거예요. 지난번처럼 실무접촉을 성의 없이 해서는 결과가 안 좋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로드맵 부분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나 로드맵을 확정하고 1단계로 영변과 특정 제재를 해제하는 그런 거래로 간다면.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이 이뤄졌다 할 수 있겠습니다.

▷ 소 : 알겠습니다. 오늘 시간상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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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