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뜨겁게 독립을 원했다'...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시회 돌아보기

  • 입력 : 2019-02-22 19:16
  • 수정 : 2019-02-23 02:08
올해는 3.1운동, 대한민국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인데요. 이번 주말은 우리 근대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 보내보면 어떨까요? 이윤정 경향신문 기자에게 우리나라의 애달픈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 안내 받아봅니다.

■방송일시: 2019년 2월 22일(금)
■방송시간: 2부 저녁 7:1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윤정 경향신문 기자

kfm999 mhz 경기방송 유쾌한 시사

◈서대문형무소, 3·1운동 100주년 기념전 열려. 당시 수용된 수감자 수형기록카드 모두 공개... 황현 선생 ‘절명시’와 한용운 선생의 시도 전시.
◈서울 종로 도시건축센터, 위안부 관련 전시 열려...고 박영심 할머니 사진 원본과 당시 참상을 알리는 증언, 기록 영상물 전시.
◈서울시민청 시티갤러리. 독립운동을 도운 캐나다인들의 일생 다룬 전시 열려.
◈서울 DDP, ‘간송 특별전’ 열려...겸재 정선 화첩 및 고려청자 등 우리 문화재 지켜온 간송 선생의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기회.

▷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올해는 3.1운동, 그리고 대한민국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독립운동을 기리는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요. 3.1운동을 앞두고 100주년을 돌아보는 전시와 여행지 찾아가 보시면 어떨까요? 이 시간 함께 하는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윤정 기자(이하‘이’) : 안녕하세요. 이윤정입니다.

▷ 소 : 오늘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 그리고 또 그런 발자취를 돌아보는 여행 코스를 준비하셨다고요.

▶ 이 : 네. 사실 치욕의 역사이긴 하지만, 그만큼 또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도 합니다. 제가 근대문화유산 취재할 때 ‘이런 걸 굳이 남겨야 하나’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오히려 유럽에서는 홀로코스트 관련 건물을 역사의 본보기로 보존해놓고 반성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거든요.

보면 나라를 팔아먹은 선조들도 있지만 전 재산을 모두 쏟아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분들도 있어요. 올해 유관순 열사를 위한 영화도 개봉을 하는데. 이때 맞춰서 공연도 많고 음악회도 많고. 기념행사가 많은데. 이미 3.1운동 기념전들이 열리고 있고. 지금을 기점으로 앞으로 또 열릴 예정이에요. 이런 기념 전시들을 소개해드리고, 이후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적산가옥 여행지로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 소 : 네. 여기서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죠?

▶ 이 : 네 그렇죠. 일제가 지었다가 패망하고 떠나면서 남기고 간 건물들을 일컫는데요. 제가 예전에 인천, 목포, 군산에 근대문화유산이 많다고 소개해드렸잖아요. 서울에도 후암동 쪽으로 가면 서울역 뒤쪽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번에 가보니 흑석동이나 경복궁 서촌 쪽에도 굉장히 많았는데요. 다만 오늘은 인천 쪽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 소 : 그럼 어디부터 가볼까요.

▶ 이 :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에서 특별전시가 열립니다. ‘100년 전 그날’이라는 전시인데요.

4월21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시인데. 사실 평소에도 서대문 형무소 가면 으스스하거든요. 지금도 그런데 옛날에는 얼마나 더 그랬겠어요.

특히 유관순 열사가 여기서 옥고를 많이 치르셨는데. 만세 운동을 하다 옥중에서도 구타를 많이 당했다고 해요. 사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원래 얼굴이 아니래요. 얼굴을 너무 많이 맞아서 얼굴이 많이 부은 수형기록카드 사진이라고 합니다.

유관순 열사 뿐 아니라 15살 소년부터 60대 노인까지 3·1운동을 한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번에 서대문형무소에서 그 수형기록카드를 전부 공개했거든요. 심지어 수용 규모의 여섯 배에 달하는 3천여 명이 갇혀있었는데. 수용된 75%가 10~20대. 특히 유관순 열사처럼 어린 여학생들도 굉장히 많았다고 해요. 3·1운동이 서울에서 일어날 때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래서 많은 인원이 수용됐었다고 합니다.

지금 공개된 전시물 중에는 나라를 빼앗긴 아픔에 죽음으로 항거한 매천 황현 선생이 남긴 <절명시>도 원본 모습 그대로 처음 공개됐습니다.

▷ 소 :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 이 : 죽기 전 쓴 시인데. '글 아는 사람 구실이 어렵기만 하다'면서 '겨우 자결할 뿐이니 부끄럽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황현 선생의 순국 정신을 기리며 만해 한용운이 쓴 시도 백여 년 만에 나란히 자리했습니다. 또 일왕을 노리고 수류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가 남긴 선서문에는 조국을 위한 결의가 담겼습니다. 자금이 필요하다며 보낸 편지와 김구 선생이 돈을 보낸 영수증까지 거사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이육사 시인의 친필 원고와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등 의미 깊은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립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입니다. 4월 21일까지 전시되니까 놓치지 않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소 : 무시무시했던 서대문형무소에서 지금은 그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가면 ‘산교육’의 장이 될 것 같네요.

▶ 이 : 네. 아이들이 처음 보면 좀 무서워하더라고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교육적으로 아이들이 알아야 할 역사기 때문에 꼭 가시면 좋겠습니다.

▷ 소 : 이번엔 또 어디로 가볼까요?

▶ 이 : 서울 종로 도시건축센터에서도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가 열립니다. 이번 기념전의 주제는 ‘기록 기억: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인데요.

이게 어떤 내용이냐면. 아마 이 사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미국 군인이 찍은 사진인데 앳된 위안부 한 명이 만삭의 몸으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는 사진이 있어요. 이 사람이 바로 고 박영심 할머니입니다. 할머니께서 2000년 일본 도쿄에서 민간단체들이 연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 일제 만행을 알리기 위해 그 증거로 가지고 나온 사진이 이건데요. 이 사진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참상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기록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사진의 원본이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원본 사진들과 증언들을 모아 위안부 피해자들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도 소개가 되는데요. 그런데 이것도 사연이 있어요. 미군들이 1944년에 아시아·태평양전쟁 중 기록용으로 촬영을 했고. 그동안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었어요. 사실 기록만 보면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분이 잘 안 됐는데.

서울시와 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이 가서 일일이 대조해 한국인들을 찾아낸 거예요. 그래서 그 영상과 사진을 통해 한국에 위안부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었고. 그동안은 사진을 스캔한 것만 공개됐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가로 29㎝, 세로 21㎝로 인화된 원본사진을 처음 공개합니다.

박 할머니 스토리도 굉장히 슬퍼요. 17세 때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중국 난징과 쑹산, 미얀마 라시오 등지를 전전하면서 일본군 성노예로 착취당했는데. 같이 간 분들은 전부 돌아가시고. 어느 날 일본군들이 일장기를 태우는 걸 보고 일제가 패망한 것을 안 거예요. 일본군들이 위안부를 사살하기 전에 남은 위안부들과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는데. 다행히 착한 중국인을 만나 몸을 피할 수 있어 목숨을 구하신 건데. 나중에 포로수용소에 옮기고 나서 아이는 사산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분이 2003년 자신이 있던 중국 난징과 쑹산 위안소 터를 방문했는데 말씀하시길 “정말 괴로워서 가슴이 짓눌리는 것 같다”며 우시기도 했는데요. 그 증언을 바탕으로 이 자리에 위안부 기념관이 건립됐습니다. 기념관 마당에는 ‘만삭의 위안부 동상’이 세워졌고요.

이런 스토리가 담긴 전시물 외에도 다양한 전시물이 공개가 되니까요. 종로 근처에 오실 분들은 이 전시 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 소 : 예전에 위안부 할머님들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를 본적 있었어요.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직접 사료들을 통해서 영화 못지않은 면을 볼 수 있겠네요.

▶ 이 : 저도 가슴 아프더라고요. 취재하면서 보니까 살아남은 분들이 극소수라고 해요. 그래서 그게 더 마음이 아픕니다.

▷ 소 : 이번엔 또 어디를 가볼까요?

▶ 이 : 네. 이번엔 독립을 도왔던 외국인들의 행보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이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캐나다인 5명의 일대기를 그린 '한국의 독립운동과 캐나다인' 전시회를 엽니다.

23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서울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열리는데요. 민족대표 34인으로도 불리는 프랭크 스코필드(한국명 석호필) 박사의 일생도 소개가 되고요. 이 밖에도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을 도와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장을 받은 로버트 그리어슨(한국명 구례선)과 아키발드 바커(한국명 박걸), 스탠리 마틴(한국명 민산해), 프레드릭 맥켄지의 활동도 전시되는데.

이 분들도 참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당시 일제가 서슬 푸르게 노리고 있을 때 집을 제공하고 독립투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선교부 건물을 독립지사들의 집회 장소로 제공하고 일본 제국주의와 한민족의 만세운동을 사진과 글로 남겨 국제사회에 알린 공훈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번에 또 프랑스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고 임시정부에 정보를 제공한 새로운 독립운동가 분도 새롭게 발표가 됐더라고요. 아직도 숨어있는 이런 독립운동가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요. 이번 100주년을 맞아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계속 발굴됐으면 좋겠습니다.

▷ 소 : 알겠습니다. 그 다음은요?

▶ 이 : 또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이 열리고 있습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도 대단한 분이세요. 전형필 선생님은 일제강점기 종로4가에서 제일가는 재력가셨는데요. 그런데 당시 24세였던 전형필 선생이 재산을 물려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일본에 반출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사오는 일이었습니다. 국보 6점과 보물 8점 등...국립박물관보다 우리 문화재를 더 많이 지킨 분이라 할 수 있고요.

이 분이 어느 정도였냐면 일본에 가서, 당시 개츠비라는 사람이 고려청자를 많이 사놨는데. 본국에 돌아가기 위해 헐값에 팔려고 하니까 부랴부랴 가서 자신의 땅을 모두 판 돈으로 그것을 사오신 분이에요.

지금은 서울 성북동에 간송 미술관이 있는데. 거기에 지금 남아있는 문화재가 너무 많고. 서울시가 이걸 같이 공동관리하면서 이번에 DDP로 전시 나들이를 왔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특별전시래요. 이번 나들이를 끝으로 간송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옛 문화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가보시면 좋고요. 여기 그 유명한 겸재 정선 화첩도 있는데. 이것도 한 친일파 집에서 불쏘시개로 쓰려던 것을 간송 선생이 빼앗아 온 것입니다. 이렇게 사라져가던 문화재들을 발굴해 갖고 오신 건데. 국보 294호인 조선백자의 기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명품이 나와 있고요,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라는 국보 68호인 고려상감청자를 대표하는 명품이 나와 있으니 이 두 도자기들은 꼭 놓치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니까요. 서울 오신 김에 종로로 가서 전시도 보고 쇼핑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소 :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경향신문 이윤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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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