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저유소 화재, 화재 경보장치조차 없어...부실관리 크다

  • 입력 : 2018-10-10 19:09
  • 수정 : 2018-10-11 00:46
  • 20181010(수) 2부 지역이슈 - 손정혜 변호사.mp3
지난 7일 일어난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로 지목된 건 저유소 부근에서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였는데요. 경찰이 이 노동자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웬일인지 반려가 됐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2부에서 손정혜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10월 10일(수)
■방송시간: 2부 저녁 6: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손정혜 변호사

1010(지역)

◈고양시 저유소 화재, 피의자로 지목된 스리랑카 노동자.. 풍등 날렸다가 참사.
◈경찰, 구속영장 신청 냈지만 반려돼...고의성 및 화재 원인에 대한 보강수사 필요.
◈풍등만으로 인한 발화라 단정짓기 어려워...여러 원인 가능성.
◈저유소 관리 부실 지적도... 관제실 cctv 전담 요원 부재해 18분 동안 화재 몰라... 경보 장치 없었던 것도 참사 원인..
◈소방당국에 사전허가 받기만 하면 풍등 날릴 수 있어... 안전교육 필요하다는 의견도.

▷소영선 프로듀서(이하 ‘소’) : 지난 7일 풍등을 날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로 지목된 스리랑카인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반려됐습니다. 경찰은 검찰의 결정에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조치를 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손정혜 변호사와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손정혜 변호사 (이하 ‘손’) : 안녕하세요. 손정혜 변호사입니다.

▷소 : 경찰은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로 인근에서 일하던 스리랑카인을 지목했는데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손 : cctv확인 조사 결과 (스리랑카 노동자가) 공사장 바닥에 떨어진 풍등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하고 있고요. 실제로 화면에서도 그런 내용이 보이는데. 풍등이 날아가자 그것을 쫓다가 잔디밭에 떨어진 것을 보고 불이 꺼진 것으로 알고 다시 공사장에 돌아갔고요. 이 풍등이 저유소에 발화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일단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소 : 그런데 이 스리랑카인에 대한 영장을 경찰이 청구했습니다만 검찰이 반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요?

▶손 : 구속할 만큼 수사가 다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요. 수사가 다 완료되더라도 쟁점이 ‘실화죄냐, 중실화죄냐’ 이 입증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실화죄’의 경우 벌금형만 있습니다.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죄라는 것이고요. 단순한 과실인지, 아주 중대한 과실인지 여부에 따라 구속할지에 대해 판가름되는데. 현재로서는 사고의 원인에 대한 보강수사를 해야 하고. 특히 인과관계, 이 사람이 날린 풍등으로 불이 난 것인지,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또 다른 풍등에 의한 화재는 아닌지, 그리고 이게 원인이 됐다고 해도 다른 과실이 결합해 사고가 난 거라면 공동으로 과실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에 대한 보강수사도 필요하고. 실제로 이 사람이 중과실,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임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여러 가지 정황들이 입증이 돼야 하거든요. (외국인 노동자가) 저유소가 있었는지를 알았는지, 이 불씨가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었는지..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이 완벽하게 수사가 돼야지만 입증할 수 있고. 중실화죄도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기 때문에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좀 적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불구속 수사를 해도 좋다는 검찰의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 출국금지조치 만으로도 도망갈 염려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있었을 겁니다.

▷소 : 그럼 실화죄와 중실화죄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피해규모로 볼 수 있는 겁니까?

▶손 : 피해 규모는 아니고요. 쉽게 말해 이렇게 일처리를 하거나 이런 상태가 있으면 불이 날 수 있겠구나, 그런 것을 예견하고. 그러면서 단순 주의조치만 하면 막을 수도 있는데.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평가하는데요. 판례상으로는 연탄 보일러가 옆에 있고 불이 잘 붙는 연소성 재질을 두고 불을 끄고 나간다거나. 촛불을 켠 방에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나간다거나 하는 것은 중실화라고 해서 고의에 가까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거든요. 이와 유사한 중대한 실수가 있었을 때 중실화죄라고 하는 것이고요. 실화는 단순한 과실입니다. 부주의한 것은 맞지만 고의에 가까운 과실이 아니라 단순과실을 실화죄라고 평가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스리랑카인에게 예견 가능성이 있었느냐, 화재에 이를 것을 예견할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손쉽게 불을 막을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 될 겁니다.

▷소 : 불이 날 가능성이 있는 충분히 있는 곳에서 했다면 중실화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문제는 근처에 저유소가 있는지 몰랐다면 단순실화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네요.

▶손 : 왜냐하면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풍등의 불씨로 저유조 탱크가 폭발할 가능성은 확률상 상당히 낮았다고 하거든요.

▷소 : 주민들 사이에서도 저유소가 근처에 있는 줄 몰랐다는 증언이 나오더라고요.

▶손 : 네. 비전문가인 스리랑카 인으로서는 호기심으로 날린 풍등의 불씨가 거기까지 가서 화재가 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고. 잔디밭에 떨어진 불씨가 꺼졌다는 게 본인의 생각인 건데. 그 불씨가 저유소 탱크까지 들어갈 줄은 예견하지 어려운 측면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이런 부분이 보강이 돼야 중실화죄로 처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소 : 그러니까 피해 규모가 몇 십억이 난다고 하더라도 피해규모하고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변호사님의 경우 이 사건을 맡게 된다고 하면 실화 쪽으로 접근하시겠죠?

▶손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중대한 과실이라는 건 어느 누가 봐도 그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이 잘못을 해 불을 냈다, 이 부분을 검사가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여러 인과관계가 완벽히 규명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전날 풍등행사를 하면서 80개를 날렸다고 하는데 그 중 일부는 회수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갔다는 겁니다. 혹여라도 다른 풍등으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 또는 기술적인 내부 문제로 불이 났을 개연성을 완벽히 배제하지 않는 이상은 단순히 풍등 불씨만으로 불이 났고, 이것이 단순과실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이라는 것은 검사가 입증을 조금이라도 부족하게 하면 무죄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 : 당시 CCTV를 봤더니 스리랑카 인이 풍등의 궤적을 쫓아가다보니 저유소 탱크로 들어간 게 확인이 됐다, 이렇게 됐다면 확실한데.

▶손 : 지금까지 CCTV로 확인된 건 풍등을 날렸고. 그 풍등의 불씨가 잔디밭에 떨어진 모습까지만 확인된 겁니다.

▷소 : 그래서 풍등이 원인이라는 입증자료는 없는 거잖아요.

▶손 : 예. 화재 원인이 좀 더 규명돼야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국과수나 전문가들이 현장검증도 해야 하고. 기술적인 검증도 해야 하고, 혹시 다른 폭발 요인이 없었는지 이 부분도 확인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소 : 스리랑카 인에 대한 부분도 그렇지만.. 풍등 날렸다고 저유소 탱크가 화재가 날 정도면 저유소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손 : 예. 그래서 오히려 안전관리에 취약한 부분이 확인이 됐다...왜냐하면 화재가 나고 18분 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건 관제실의 업무 부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시 CCTV가 굉장히 많았는데 불이 붙는 장면을 실제 목격해서 즉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피해 확대의 원인이고요. 관제실에 CCTV 전담요원이 없었다는 겁니다. 또 불이 나면 경보가 울려야 하는데 이런 설비가 없어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환기구에 불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상 안전관리가 소홀했고 화재가 나더라도 무방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영방식을 택한 것도 업무상 부주의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고요. 항상 사고는 인재라고 하는데. 이번에도 국가적인 안전관리 대책, 특히 저유소가 폭발했을 때는 민간인들의 피해도 엄청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게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일 수 있습니다.

▷소 : 전쟁이 나면 기반시설부터 타격한다고 하는데. 전쟁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풍등만 있어도 저유소가 폭발하고 화재가 나고... 이럴 수 있는 상황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손 : 그렇습니다. 위험시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사실 풍등이 날아와도 좋을 만큼 잔디밭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잔디를 깎은 잔해분 때문에 불이 더 잘 붙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서요. 위험물 주변을 관리하는 시설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 : 시멘트 혹은 아예 흙길로 만들었다면... 이런 부분도 들어가는 건가요?

▶손 :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입해 봤을 때, 잔디밭이 아니었고, 불이 붙지 않는 곳이었다면 불씨가 날아가거나 화재가 점화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을 겁니다.

▷소 : 그러면 송유관 공사에 있는 분들도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이 오나요?

▶손 : 우리 법에는 업무상 실화죄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화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업무를 소홀히 해서 화재에 이르렀을 경우 처벌까지 할 수 있는데요.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문제인지는 경찰이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고. 조사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기본 매뉴얼이 있을 텐데. 그날 관제실에서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부분은 필요하다면 징계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소 : 얼마 전에 서울에서 불꽃 축제를 했잖아요. 그 불꽃 축제에 의해 만약 화재가 났다고 한다면 애매해지는 건가요? 허가받고 그런 건가요?

▶손 : 아닙니다. 그것도 필요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과실·부주의로 화재가 나면 여러 배상책임 문제가 따를 수 있고요. 우리 소방기본법에는 풍등이나 소형 열기구를 이용해 축제를 할 때 이런 것들을 사전에 소방당국에 허가받도록 하고 있고요.
다만 우리 법에는 그런 부분들이 좀 빠져 있습니다. 안전수칙을 의무화하거나 교육을 시키는 부분에 소홀해서... 단순히 폭죽이나 풍등을 사용하기는 하는데 사전 허가하는 것만으로 위험을 다 막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이 되고요. 실제 미국, 태국, 영국 같은 곳에서는 풍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산불의 위험과 피해를 우려해서인데요. 이런 방법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소 : 청취자 분이 ‘드론으로 테러하는 게 일도 아니겠습니다’는 의견 주셨는데요. 그 말대로 오히려 그렇게 되면 테러하기 쉬운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손 : 고맙습니다.

▷소 : 지금까지 손정혜 변호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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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