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될 시 바빠질 현대그룹, 준비기간은 불과 3개월?

  • 입력 : 2018-09-20 19:58
  • 수정 : 2018-09-21 02:12
  • 20180920(목) 팩트체크 - 이고은 기자.mp3
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 관광 재개가 언급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북제재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어 쉽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4부 팩트체크 뉴스를 부탁해에서 이고은 뉴스톱 기자와 함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에 대해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방송일시: 2018년 9월 20일(목)
■방송시간: 4부 저녁 7:4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이고은 뉴스톱 에디터

0920(팩트)

◈‘조건에 따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언급한 평양 공동선언문.
◈대북제재 돌파구 찾아야 재개 가능 vs 딱히 제재대상 아냐, 중국에서도 관광...
◈美, 대북제재 위반에 민감...예민한 상황에 한국, 눈치 볼 수밖에 없어.
◈금강산 관광 주도해온 현대아산.. 관광 재개될 시 준비기간 3개월 소요...
◈현대그룹, 북한 관광사업 비롯해 각종 SOC사업권 보유...남북경협 주도적 역할 예상
◈北, 금강산/원산·갈마 해안/강원권 연결하는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의지... 역시 대북제재 풀려야 가능할 것.

▷ 소영선프로듀서(이하‘소’) :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문이 발표됐습니다.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라는 조건부 단서가 붙긴 했지만 10년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을 보니까 ‘특징주’라고 할까요. 철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관련주들이 올랐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는데. 관련된 내용,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고은 기자(이하‘이’) : 안녕하십니까.

▷ 소 : 이번 합의에서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금강산 관광 재개였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까요?

▶ 이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남북 정상은 어제인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과 북은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는 조항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발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셨을텐데요. 양 정상이 선언한 합의서에는 “상호 호혜와 공리 공영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남북 정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두 사업에 대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었습니다. 이로서 2008년에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 상황입니다.

▷ 소 :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얼마나 됐죠?

▶ 이 : 올해 2018년은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지 20년, 중단된 지는 10년을 맞습니다. 때문에 이번 합의의 의미도 남다른데요. 현대그룹 차원에서 보면 대북사업은 숙원이자 아픈 손가락으로 꼽힙니다. 1998년 6월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대북사업의 물꼬를 튼 이래, 그해 11월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 소통과 경협의 창구 역할을 해온 것인데요.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의해 숨지면서 금강산 관광이 2008년 7월을 기점으로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2008년까지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관광객은 195만5951명이고, 금강산 관광에 따른 연간 최고 매출액은 2007년 기준으로 3018억2200만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 소 : 금강산 관광 재개에 가장 큰 걸림돌, 바로 대북제재인데요. 대북제재를 염두에 두고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라는 단서를 단 것 같은데. 대북제재에 금강산 관광도 대상이 되나요? 중국인들은 지금 북한 여행 하고 있지 않나요?

▶ 이 : 네 그렇습니다. 앞서 양 정상의 합의서에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문구가 붙긴 했습니다. 일단 걸림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관광’에 대해 명시하지는 않아서, 금강산 관광을 꼬집어서 금지한 바는 없거든요.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자국민이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바마 정부 때에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 딱히 선을 긋지는 않은 상황이었고요. 2014년 8월 미국 재무부 고위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사정은 국가마다 다르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중국에 본사를 둔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올해 9월 9일이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데요. 유럽과 중국 관광객을 모집한 바 있었고요. 지난 8월 18일에도 백두산을 하이킹하는 호주와 노르웨이 관광객들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 소 : 대북제재에 관광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북한에 흘러가는 현금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 이 : 예. 현재까지 미국의 상황이 그리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소리, 보이스오브아메리카는 올해 8월 초에 한국의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 미국 국무부의 입장을 물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는 완전히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겁니다. 관광이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대북제재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입니다. 핵심적인 내용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 현금이 문제인 건데요. 유엔 대북제재안에는 북한에 ‘대량 현금(bulk cash)’을 지급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과의 금융 거래 자체도 금지됐거든요. 유엔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허락하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광료를 현금이 아닌 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편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날이죠.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일침을 놓은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소 : 앞서 보이스오브아메리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오늘도 기사를 낸 것 같더라고요. 남북 경제협력 내용이 평양 공동선언에 들어있는데 이것이 대북제재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그룹의 반응은 현재 어떤가요?

▶ 이 : 10년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모양새입니다. 과거 금강산 관광을 주도했던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18일 북측 실세 경제 관료인 리룡남 내각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등 경협사업에 대해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고 이에 화답하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그룹은 곧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요. 현대그룹은 “남북 정상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정상화라는 담대한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업 정상화를 위한 환경이 조속하게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 소 : 금강산 관광 재개에 얼마 정도 시간이 걸릴까요?

▶ 이 : 현대그룹 중에서도 대북사업을 전담해온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약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북측 내 호텔 및 관련 시설의 노후화 정도를 살피고, 도로 등 점검을 통해 개보수를 거치는 것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라고 합니다. 전기, 수도, 숙박시설, 버스 점검 등과 안전과 관광코스를 둘러본다 하더라도 이 정도 기간이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 소 : 이기자님은 금강산 가보셨어요?

▶ 이 : 아직 못 가봤습니다.

▷ 소 : 저도요.

▶ 이 :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소 : 북한 관광이 재개될 경우 금강산 이외의 다른 사업권도 현대그룹에서 가지고 있다고요?

▶ 이 : 현대그룹은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습니다. 기간도 30년간인데요. 이 사업권에는 주요 명승지인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종합 관광사업을 비롯해서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 정상화 뿐 아니라 현대가 보유한 북측 SOC 사업권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남북경협사업을 확대발전 시키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소 : 이번 공동선언에 특구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서해 쪽과 동해 쪽에. 특히 동해 쪽에는 관광공동특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곳도 역시 대북제재가 걸림돌이잖아요?

▶ 이 : 그렇습니다. 동해관광공동특구는 김정은 위원장이 수차례 의지를 드러낸 사업입니다. 금강산, 원산·갈마 해안 관광 지구에 우리 강원권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관광 벨트를 만들자는 구상인데요. 그러나 이 역시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입니다.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소 : 알겠습니다. 이고은 기자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금강산 갈 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 이 : 네 그렇습니다.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 소 :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고은 뉴스톱 팩트체커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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