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코리아] 표현의 자유, 패러디가 ‘다큐’가 될 때

  • 입력 : 2018-07-20 10:37
  • 20180720_이택광.mp3
■ 워마드의 과격한 행동, ‘주목 경쟁’이 주요 원인
■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인터넷 문화가 낳은 왜곡된 현상
■ 사이트 폐쇄는 근원적 해결 될 수 없어
■ ‘장난기’ 넘어선 수준, 범법행위임을 명심해야

0720_이택광 교수(4부) 날이 갈수록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워마드와 워마드의 활동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함께 분석한다.

■방송일시: 2018년 7월 20일(금)
■방송시간: 4부 오전 7:30 ~
■진 행: 주혜경 아나운서
■출 연: 이택광 경희대 교수

▷주혜경 아나운서 (이하‘주’): 인터넷 워마드 사이트에 홍익대 남성모델 몰카 사건이 있은 두 달 만에, 또 누군가 남성 모델의 사진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요. 얼마 전에는 성체훼손 사진이 올라 왔고.. 그게 진짜 사진이라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낙태 훼손 사진에 이어, 이번에는 부산 동래역 아동 살해 예고 글까지 올라 왔습니다. 이 정도면,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적지 않습니다. 관련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입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이하 ‘이’): 네, 안녕하세요.

▷주: 일련의 현상,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 사실 워마드 자체가 메갈리아에서 분리되어 나올 때 혐오 담론과 관련된 분쟁을 거쳐서 나오게 된 겁니다. 동성애, 트랜스 젠더 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혐오 표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워마드가 갖는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땐 워마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들은 결국 주목 경쟁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결국 몇 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지금 주목받으니까 더 많은 과격한 행동들이 따라 나오게 된 것이죠.

그래서 사실 워마드는 일베를 비롯해 인터넷 문화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사이트입니다. 워마드가 반드시 페미니즘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은 과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워마드 스스로가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일어나는 사실들은 지금 인터넷 문화가 여성 이슈와 결합돼 있는, 여성 이슈라는 것은 보편적 의제이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인터넷 문화를 만나면서 상당히 왜곡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 그러니까 문제에 대해 과격해지는 표현들, 인터넷 문화의 문제점들이 페미니즘과 결합된 것이란 말씀 해 주셨는데요, 사이트 폐쇄 청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이: 사실 폐쇄 문제는 일베 때 이미 나왔습니다. 폐쇄 하고 말고는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수준과 관련된 건데요, 사이트 폐쇄 한다고 이런 문화 자체가 사라질까요? 사실 인터넷 자체를 없애는 게 가장 좋은 거겠죠. 그런데 인터넷 자체를 없앨 수도 없고요. 이 사이트를 없앤다면 다른 곳에 또 생길 겁니다. 또 이 사이트 만든 사람들 다 잡아서 구속하는 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결국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문제와 부딪히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합의해야 할 기준들이 혐오와 관련된 어떤 제재들 취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합의 되어야 합니다. 결국 법의 문제, 혐오 표현 방지 비롯한 차별금지법 이런 법적 논의들이 어떻게 보면 보류 상태인데, 이 보류 상태 있는 논의들을 조금 더 공론의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할 시기들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 아동 살해 예고 글 등, 이런 것들은 사실 표현의 자유 넘어선 게 아닐까요?

▶이: 이것은 범죄와 관련돼 있죠. 살해 협박이고요. 명백하게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해야 되는 겁니다. 그렇다 해서 워마드 자체 모든 사이트 자체가 모두 이런 식의 게시물로 도배된 것 아닙니다. 일부 주목경쟁을 벌이는 그런 분들이 과격한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고요. 결국 보면 본인들이 만들었다기보단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진 합성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장난기가 있다고 말할 수 있고요. 장난기의 수준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주: 동래역 부근이 비상이 걸렸다고 하던데요, 이게 구속이 가능할까요?

▶이: 워마드 게시판 같은 경우, 게시판이기 때문에 트위터에 비해서는 수사하기가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대 몰카 사건 경우도 금방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어떤 방식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지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수사는 경찰의 의지라고 봅니다만, 문제는 사실 이러한 워마드가 제기하는 문제들, 여성 이슈와 관련된 건데요, 예컨대 수사의 편파성, 이런 것들은 정부 관계자와 경찰이 충분히 해명했지만, 역시 이 사회 약자로 불릴 수 있는 여성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반발, 워마드의 나름대로의 자기 논리는 그런 겁니다. 그래서 사실 이런 문제는 함께 해결되어야지 이렇게 주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왜곡된 문화가 바로잡힐 수 있겠습니다.

▷주: 표현 되는 방식이 폭력성을 그대로 되비추는 ‘미러링’이라는 것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거든요?

▶이: 지금 와서 제가 볼 때 그렇고요. 사실 저는 ‘미러링’이라는 것이 등장했을 때 '패러디'라는 느낌이 있어죠. 패러디라는 것이 결국 약자가 강자의 권력을 비웃을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어떻게 보면 미러링도 그런 패러디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요. 그것이 수사적 차원을 넘어갔을 때, 풍자적 차원을 넘어 말 그대로 '다큐'가 되어버리면 말씀하신 것처럼 역효과가 나죠.

사실 워마드가 사용하는 여러 가지 방식은 문화적 테러리즘에 가까워요. 자신들의 메시지 전달하거나, 소통한다든가 자신들의 의견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충격을 줘서 주목을 받고 그것을 통해 자기들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그런 쪽에 더 가깝습니다.

문화적 테러리즘은 그런 의미에서 그렇고요, 결국 사고를 치면 결국 언론들이 주목해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실 보면 굉장히 많은 논란들이 일어나는 데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노리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찰 수사 및 사법 조치 필요하지만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근본적 논의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논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 다른 이슈 잠깐 짚어 보면, ‘메갈리아’, ‘워마드’란 단어가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했다며 남성을 고소한 여성이 있었는데, 이게 ‘모욕죄’가 인정이 됐죠?

그렇죠. 결국 광범위하게 정보통신법과 관련돼 있고요, 그런 것들이 과거에 있던 여러 가지 판례 상황을 봤을 때 모욕죄 성립 가능성 있죠. 모욕죄로 판례가 만들어졌기에 민사 벌어졌을 때 이 문제가 사법적 관심 영역 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 나왔을 때 상당히 많은 민사소송이 일어날 가능성 큽니다. 이런 판례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판정들이 일어날 가능성 큽니다.

▷주: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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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