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코리아] 페미니즘 운동, 제대로 가고 있나요?

  • 입력 : 2018-06-12 10:01
  • 수정 : 2018-06-12 10:14
  • 20180612_이택광.mp3
■ 페미니즘,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 개선하려는 정치적 운동
■ 페미니즘의 본질, 사회적 약자와 함께 연대하는 사상적 운동
■ 혜화역 시위는 온건한 편, 관용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
■ 운동의 목적 혐오 아냐, 실질적 제도화는 사회 모든 구성원의 몫

0612_이택광(4부)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있었다. 우리 사회 페미니즘, 그리고 페미니즘의 운동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 함께 분석한다.

■방송일시: 2018년 6월 12일(화)
■방송시간: 4부 오전 7:30 ~
■진 행: 주혜경 아나운서
■출 연: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혜경 아나운서 (이하‘주’):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있었습니다. 5월 19일에 이어 두 번째 시위인데... 이들은 홍익대 회화과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6월 1일 구속기소 된 안 모 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성차별 편파 수사'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사회 이슈화 하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건 좋으나, 일부 남혐이나 여혐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서, 이 즈음에서 우리 사회 페미니즘에 대해 한번 정도는 짚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입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하 ‘이’): 네, 안녕하세요.

▷주: 페미니즘의 정확한 정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사실 페미니즘은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페미니즘이란 말을 만든 사람은 남자입니다. 샤를 푸리에라고요, 프랑스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자입니다. 1837년에 이 말을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역사적 연원에서 알 수 있듯 페미니즘이란 것은 사회적 불평등이 여성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들을 개선하려는 정치적 운동이에요. 그래서 일종의 정치성을 띄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반대하시는 많은 분들이 갖는 예민한 심정은 이런 것 같습니다. 이 운동이 너무, 기존에 있는 명백한 현실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가 싶고요. 이미 다른 나라 같은 경우 많이 거쳐 왔던 얘기입니다. 한국도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되는 것이죠. 여성들의 권리를 사회적인 불이익을 넘어서서 주장하고자 하는, 그게 바로 페미니즘의 본질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사회의 소수 약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그런 사상적 운동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주: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다르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죠? 왜 그럴까요?

▶이: 어느 나라든 외부의 사상들이 들어왔을 때 똑같이 전개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서구의 페미니즘도 보면 상당히 과격한 시기를 거쳤습니다. 서프러제트 같은 경우 테러도 하고 그랬죠. 거기에 비하면 한국 여성분들이 하고 있는 운동은 상당히 부드럽죠. 굉장히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더 과격하게 갈지는. 어쨌든 저에겐 과격하다고 이야기, ‘레디컬 페미니스트’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 정도면 서구에 비하면 굉장히 온건한 겁니다. 그래서 이 정도 목소리도 못 듣는다고 한다면 사실 한국 사회에 심각한 청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죠. 특히 민주주의라는 것은 잘못 되었다는 목소리를 듣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관용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고, 이 현상들을 ‘남혐’, ‘여혐’의 프레임에 것들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남혐’이라는 것은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 사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 거잖아요.

남녀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갑을관계’가 있다고 하죠. 이 둘은 불평등한 관계죠? 그런데 ‘갑’이라는 사람이 나도 평등하지 않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 맥락에서 잘못된 것이죠.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의 가장 큰 양상은 사실 갑을 관계의 문제와 얽혀 있어요. 저는 지금 이 문제를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세대간 갈등이 이번 혜화역 시위라든가 여러 가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고 보거든요.

이것은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촛불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 것이고요, 가까이는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을 밝혀냈던 이대 운동과도 같은 연장선상으로 봐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젊은 여성들이 더 이상 한국 사회에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거기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고 당연히 아직까지는 거칠고, 아직까지는 정제되지 못하고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뭔가 낯선 목소리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는 당연히 이 많은 목소리들이 상당히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주: 이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이: 그렇죠. 그니까 낯선 목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절대적 이상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됩니다. 누군가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내면 일단 주의를 기울이고요, 거기에 대해서 인내하면서 들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합니다.

▷주: 최근 '홍대 누드모델 몰카 워마드 유출',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하여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아 주목을 받았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 이런 것들이 진짜 페미니즘인가, 하는 비판들이 있습니다. ‘미러링’,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미러링이란 건 낯설게 들리실 청취자 분들도 계실 겁니다. 말 그대로 거울 삼아 보여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똑같이 해보이는 거죠. 원래는 어떤 사람에게 매력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거예요. 사실 이게 ‘연애론’에도 나오는 겁니다. 상대방의 모습을 따라하면 호감을 일으키게 되죠.

하지만 미러링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모습을 따라하는 겁니다. 그러한 감정들을 뒤집는 거죠. 이런 기본적인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미러링이 원하는 것은 사실 상대방을 배척한다기보단 상대방에게 정신 차리고,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주라고 하는 면이 가깝죠. 거기에 원래 미러링이 갖고 있는 원래 뜻입니다. 이게 초반기에 워낙 여성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으니까 오히려 그러면 우리가 너희들 하는 거 똑같이 해주는 거 똑같이 할 테니까 봐라, 너희가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이런 이야기였어요.

이게 시간이 지나면 형식만 남게 되는 건데요, 이런 취지보다는 그 안에 있는 혐오 발언들이 남아서 SNS의 영향으로 그 자체가 마치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되어 버렸죠. 그래서 사실 혐오라는 것은 페미니즘과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혐오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존하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이상입니다. 혐오라는 것은 그것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면 모를까, 말 그대로 일시적인 현상인 것이죠. 그 혐오 자체가 페미니즘의 목적은 아니예요. 지금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많은 분들은 혐오가 페미니즘의 목적인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페미니즘은 그런 목적이 아니죠.

그래서 혐오의 발언이나 혐오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어요. 페미니즘 운동 자체에 말입니다. 저는 차차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운동이 보편화되다 보면 아무래도 혐오적 발언들은 하지 않게 되죠. 이것은 80년때 학생운동을 생각해 보시면 돼요. 그 때 학생 운동은 정말 황당무계한 주장들이 많이 있었고 말 그대로 혐오적 발언들도 많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운동은 시작할 때 이런 식으로 시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친절하게 말을 하면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죠.

▷주: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러한 운동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 부득이한 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페미니즘에 거리를 두는 분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던데요.

▶이: 그 부분은 운동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양상 중에 하나입니다. 두 가지를 구분해야 됩니다. 제도화되는 부분이 있고요, 운동이란 부분이 있습니다. 운동이란 것은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겁니다. 모든 운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모순이 있기 때문에 운동이 발생하고 누군가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건 누군가 막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 그러한 목소리를 들어서 제도화하는 책임은 지금 방송을 진행하시는 진행자 분이나, 국회에서 법을 만드시는 분이나 교육하는 교사나 교수, 학자들이 제도화를 시키는 겁니다. 그런 운동이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분들이 운동을 함으로써 이 사회에 충격을 주게 되고, 이 사회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한 상호 관계가 있는 겁니다.

그 분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 누구에게도 없어요. 왜냐하면 사회적 모순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죠. 해결하는 것은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이해하고 제도에 반영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바꾸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두 가지 관계를 헷갈리셔서 계속 거기에 나오신 분들을 비난하게 되면,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밖에 안 되는 겁니다. 결국엔 사회적 모순을 덮어버리겠다는 말밖에 안 되는 겁니다. 올바르지 못한 겁니다.

▷주: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경희대 이택광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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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