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취소 - 속 빈 강정 던져주는 미국에 뿔난 북한의 경고

  • 입력 : 2018-05-17 00:55
  • 20180516(수) 3부 오늘이슈 - 홍현익 세종연구소 위원.mp3
그동안 순탄하게 진행되던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긴장되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중단한 건데요. 미국을 향해서도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부에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한반도 정세 짚어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5월 16일(수)
■방송시간: 3부 저녁 7:10 ~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0516(오늘)

◆새벽,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한 북한.
◆한미공군연합훈련과 태영호 공사 발언 문제 삼아. 북미정상회담도 재고려 밝혀.
◆양보만 요구하는 美에 경고한 것이란 분석. 강경파인 볼튼에 대한 불만도 표출.
◆실질적 지원 아닌 제재 해제만 약속한 미국. 북한 입장에선 황당할수도.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소’) : 오늘 새벽, 북한에서 오늘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굳이 새벽에 발표한 걸 보면 우리가 아닌 미국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상은 북미정상회담 재고려까지 언급했죠. 우리나라와 미국에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낸 듯합니다. 제동 걸린 한반도 평화,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하 ‘홍’) : 네 안녕하세요.

▷소 : 어제까지 하기로 했던 남북고위급 회담을 오늘 새벽에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홍 : 지금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을 하는데. ‘맥스 선더’라고 해서 전투기 100대가 참여하는 훈련입니다. 작년 12월에도 했던 훈련이고요. 북한으로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안 하고 있으니까 한미 연합훈련도 안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건데요. 남북 관계나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말은 못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거죠. 그리고 원래 ‘맥스 선더’ 훈련할 때 평소 안 오던 f22전투기가 8대나 왔거든요. f22가 한국 최고 주력 전투기인 f15를 140:1로 이기는 전투기인데. 이게 8대나 왔으니 북한으로서는 두렵겠죠. 하지만 이 훈련이 11일에 시작된 거고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이걸 빌미로 들고 나왔고. 또 나머지 이유로는 북에서 귀순한 태영호 공사가 국회에서 자서전을 출판했는데, 그 내용에 ‘김정은이 하는 평화공세가 기만적이다. 결국 핵 포기 안 하면서 하는 척만 할 거다’ 라고 하니까 속이 뒤틀렸다는 거에요. 이 2가지를 고위급 회담을 거부하는 이유로 댔는데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시간으로 새벽이었고 미국은 한 낮이거든요. 물론 표면상으로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거지만 실제로는 북미관계에 대고 미국에 경고한 셈이 됐어요. 마지막 문구를 보면 남북고위급 회담을 안 할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도 우리를 업신여기면 재고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다 노무현 정부시절 6자회담으로 활약했던 북의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이 사람이 북핵문제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내세워서 ‘미국이 북한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려 하는데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나오면 북미정상회담도 재고해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리비아 방식이라는 것도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모략이다, 1:1 교환이 아닌 북한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면 북미정상회담 필요 없다’는 성명을 냈거든요. 결국은 미국을 겨냥했다고 보입니다.

▷소 : 그런데 CVID든 PVID든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에서 줄곧 나왔던 이야기잖아요.

▶홍 : 예. 하지만 시퀀싱이라 해서. 순서. 누가 뭘 하면 뭘 하고. 결국 군축의 경우는 먼저 행동하는 사람이 손해잖아요. 미국이 북한에 중요한 것 다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특히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네오콘으로 유명한 사람이죠. 가상 적국을 믿어선 안 된다고 보는 사람이고요. 그냥 군이 가서 점령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늘 얘기해오던 사람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말을 조심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북이 3대에 걸쳐 개발한 핵을 폐기해 미국으로 다 가져가야 하며.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가 끝난 다음 제재 완화를 해주겠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니 북한도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내용면에서 미국이 협상의 기본자세가 안 됐다는 입장인 거죠. 진짜로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려면 왜 양보 없이 얻기만 하려 하느냐, 그런 식이면 대화 안 하겠다고 경고한 셈입니다.

▷소 : 김계관 북한 외무상의 담화문을 보면,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미국의 이름을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고 있거든요.

▶홍 : 실제로 미국이 준 게 없으니까요. 북한이 핵 개발을 하기 전에도 미국이 북한을 원조해준 적이 없습니다. 민간단체 지원은 해줬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준 건 아무것도 없었고요. 그런데 미국의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두 번이나 만나고, 선심 쓰는 격으로 이야기한 것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정권 교체를 촉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요. 따져보면 주는 건 없는 거죠. 이전에도 미국의 민간 기업이 투자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핵만 포기하고 얻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되잖아요. 폼페이오가 미국 정부의 예산으로 인프라 건설하겠다고 했으면 그런 얘기는 안 했겠죠. 속 빈 강정을 주면서 북으로서는 3대 세습에 걸쳐 개발한 핵을 통째로 바치라니 가당치 않다고 보는 겁니다. 거기다 핵 폐기를 넘어서서 생화학 무기와 장거리, 중단거리 미사일도 한국과 일본을 위해 포기하라고 하고. 인권까지 개선하라고 하니. 북한으로서는 지금 한 마디 안 하면 당하겠다 싶어 미국에 경고를 보낸 거라 보입니다. 그렇다고 정상회담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니까요.

▷소 : 담화문에 볼튼 이름이 세 번이나 거론되는데요. 이 정도면 볼튼을 경질하라는 메시지 아닌가요?

▶홍 : 그렇죠. 존 볼튼은 아들 부시 때 네오콘의 대명사였습니다. 당시 국무부 차관으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공격을 주도한 사람이거든요. 당연히 공산국가에서 존 볼트는 치명적인 적입니다. 게다가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돼서도 그런 성향을 보이니까요.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건 10단계에 걸쳐 마지막에 하는 건데.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그때 무역이나 개방 투자 해주겠다, 이런 소극적인 보상만 이야기하니.. 이러면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 안 하겠다고 나오는 거죠.

물론 북한은 볼튼을 자르는 걸 원하겠지만 그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문제고요. 폼페이오가 하는 이야기 자체도 에너지 투자와 인프라 건설까지 언급되니까 마치 미국이 북한에 퍼주기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신문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이건 아무 이야기도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핵폐기 보상을 준다면 미국 정부 예산으로 해줘야죠. 그게 아닌 제재만 풀어준다는 건 북한 입장에선 어이가 없는 이야기죠.

▷소 : 지금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개최국까지 잡힌 상태인데, 실제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 그럼 어떤 식으로 문제가 풀릴까요?

▶홍 : 지금은 경고만 한 상태고요. 성명을 낸 건 외교부 부부장이지만 일개 개인의 성명으로 나온 거에요. 물론 김정은의 지시로 나왔겠지만, 공식적인 성명이 아닌 김계관의 이름으로 나왔기 때문에 북한은 언제든지 김계관 개인의 의견으로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김계관이 북핵 협상 6자 회담의 대표를 오랫동안 했고 북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데다 현직으로 외무성 부부장이다보니 그 이야기에 무게가 실린 건데. 그래도 김계관의 말 중에 ‘성의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약속대로 정상회담 안 할리는 없지만...’이라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그러니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는 없다고 경고만 한 셈이고. 실제로 북미정상회담 절차에 차질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이번 22일이 한미정상회담이잖아요. 거기서 잘 풀리면 월요일쯤 고위급 회담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전까지는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 : 한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바로 핫라인을 사용해야 하는 때 아닌가요?

▶홍 : 그런데 장관급 회담이 안 됐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직접 전화하는 건 모양새가 아니죠. 만약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오히려 했을 텐데. 사실 핫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 이용하려 했던 거거든요. 그러니 장관급 회담이 틀어졌다고 남한의 수장이 북한의 수장에게 직접 물어보는데 이용하는 건 아닌 거죠. 오히려 지금 전화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22일까진 시간이 있으니 그 전에 김정은과 통화하실 수도 있죠.

▷소 : 잘 될 때만 통화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일이 있을 때 통화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홍 : 서해에서 교전이 일어나거나 휴전선에서 총성이 오고갔을 때 주고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서로 기다리면 다시 풀릴 것 같습니다.

▷소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었습니다.

첨부
태그
201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