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999 나눔아이캔두 "아빠! 아무리 아파도 힘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 입력 : 2018-03-20 12:08
  • 20180319(월) 4부 나눔아이캔두 - 김광일 따뜻한하루대표.mp3
10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한다는 비인두암! 이런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아빠 형준씨에게 딸 혜진가 보낸 문자입니다. 암투병중인 형준씨와 딸 혜진이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4부에서 따뜻한 하루 김광일 대표에게 사연 들어봅니다.

■방송일시: 2018년 3월 19일(월)
■방송시간: 4부 저녁 7:40 ~ 50
■진 행: 소영선 프로듀서
■출 연: '따뜻한 하루' 김광일 대표

0319(나눔)

▷소영선 프로듀서 (이하‘소’) :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면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분들 많아요. 허겁지겁 나오느라 양복은 구겨져 있고 항상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녀서인지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가 하면서도 결국 그 뒤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오늘도 전투하듯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기는 거겠죠. 가장의 역할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내 생활은 뒷전이고 그저 가족들의 안위만 바라는. 비단 아버지 뿐 아니라 어머니들도 그렇죠. 그럼에도 아이들 미소 하나면 피로가 풀어지는 경험 다들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가족들이 나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지금 어디선가 내 주변 누군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오늘 ‘나눔 아이캔두’ 에서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딸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김형준 씨(*가명)의 이야기 들어볼 텐데요. 오늘도 ‘따뜻한 하루’의 김광일 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광일 ‘따뜻한 하루’ 대표 (이하‘김’) : 예 반갑습니다.

▷소 : 대표님은 부모님 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김 : 저희 친어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셔서 6학년 때 새 어머니를 만났는데요. 새어머니가 참 따뜻한 분이셨어요. 저희 3형제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사랑과 보살핌으로 잘 키워주셔서 제가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 :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다 그러시죠. 자식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하실 텐데.

오늘 소개해주실 분, 부모로서 힘겨운 싸움 하고 계신 분이라고요?

▶김 :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김형준씨 사연인데요. 형준씨는 평범한 남자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초등학교 2학년인 딸 혜진이(*가명)를 키우던 보통의 평범한 가장이었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형준씨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요. 우선 부부간에 싸움이 잦아졌고 급기야 아내분이 가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준 씨는 하나 남은 딸을 위해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는데요. 고된 노동으로 몸이 천근만근임에도 일에서 돌아오면 살림과 육아를 병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홀로 딸을 키운지 1년 쯤 되었을 때 형준씨의 목 뒤에 혹이 생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 혹이 ‘두경부 비인두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힘든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 : 집에는 형준씨와 따님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암이 걸리게 된 거네요. ‘두경부 비인두암’은 어떤 병인가요?

▶김 : 비인두암은 코 뒷부분과 목 연결부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데요. 처음에는 청력 저하와 코막힘, 출혈이 나타나다가 심하게는 뇌신경까지 마비될 수 있는 병이라고 해요. 10만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암으로 초기엔 비염 증상과 비슷해 발견이 어렵다고 하는데. 형준씨는 3기에 발견이 되어서 비교적 늦은 편입니다.

▷소 : 형준 씨의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김 : 본인의 노력도 있었고. 치료를 꾸준히 잘 받아서 현재는 항암은 모두 끝난 상태로 집에서 요양중에 계십니다. 하지만 시력이 많이 안 좋은 편이고. 제가 잠깐 만났을 때 계속 물을 드시더라구요. 물어보니 침샘이 모두 말라서 기능을 할 수 없기에 계속 물을 드셔야 하는 상태이고요. 호흡기도 안 좋다보니 작은 감기도 조심하셔야 하고, 한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며 검사를 받아야 해서 직장을 제대로 다니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소 : 그럼 형준 씨의 생활은 지금 어떤가요?

▶김 : 현재는 형준씨 홀로 고시원에 계십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수급비로 생활을 하시는데요. 그러다 보니 아직은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딸인 혜진이는 형준씨의 동생 분이 키우고 계신다고 해요.

▷소 : 투병 생활하면서 딸 혜진이까지 동생 집에 맡기고... 그 상황을 형준씨가 감당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김 : 그러다보니 형준씨는 당시 힘든 치료와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에도 수 차례 세상과 이별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개인 블로그에도 글을 남기시고요. 하지만 그때마다 귓가에 맴돈 건 딸 혜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아빠만 있으면 행복해요” 라는 말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잘 버텨 상태가 많이 나아지신 것 같습니다.

▷소 : 형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뻔한 순간이 있었군요.

▶김 : 예. 말씀드렸다시피 경제적인 상황이 많이 어려웠고. 아내도 떠난 뒤에다, 치료도 장기화되면서 마음이 많이 약해졌던 것 같습니다.

▷소 :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긴 만큼 딸에 대한 그리움도 클 것 같은데. 형준씨가 투병 와중에도 재기를 위해 노력하셨다고요?

▶김 : 네. 병원에 있으면서도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지인의 소개로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투병 중에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믿고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형준 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사업을 함께했던) 지인은 사업을 정리하고 말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믿었던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빚까지 떠안게 된 형준씨는 또 한번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 : 어렵게 재기를 위해 사업까지 시작했는데 사기를 당하시고.

▶김 : 네. 이 시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형준씨는 그냥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해요. 거기다 85키로였던 건강한 몸이었는데 나날이 몸무게가 빠지고, 급기야 위에 구멍을 뚫어 음식을 섭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형준씨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딸 혜진이 덕분이었습니다. 한 번은 혜진이가 아빠에게 남긴 문자를 저에게 보여주신 적 있었는데요. “아빠만 있으면 행복하고 나중에 꼭 아빠를 호강시켜주겠다”는 문자였습니다.

▷소 : 딸이 철이 빨리 들었네요.

▶김 : 네. 그래서 딸의 이 문자가 형준씨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던 것 같습니다.

▷소 : 이런 문자도 있었다고요. ‘세상에 아빠하고 나하고 둘밖에 없는데 아빠마저 없으면 난 어떻게 해.’ 라고요.

▶김 : 사실 딸이 아빠와 떨어져있기 때문에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하는데요. 혹시나 아버지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지 걱정하는 거죠. 지금 중학생입니다.

▷소 : 형준 씨 꿈은 뭔가요?

▶김 : 형준씨에겐 떨어져 있는 딸 혜진이와 함께 사는 것이 꿈입니다. 그래서 형준씨가 해 주는 밥으로 딸과 함께 식사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아주 평범한 소원이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금 두 부녀가 같이 살 수 있도록 저희 역시 노력 중인데. 최근에 형준씨가 임대아파트 신청을 했다가 떨어졌어요. 저희도 곁에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소 : 좋은 소식이 있어야할텐데. 저희가 형준씨를 도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김 : 항암은 끝났지만 형준씨는 계속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생계도 어려워서 그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요. 그래도 다행인 건 형준씨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조만간 ‘따뜻한 하루’와 함께 ‘양심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형준씨의 순수한 아이디어입니다. 양 모양의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길에 버리거나 무단횡단하는 분들에게 홍보지를 나눠주면서 모든 분들이 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형준씨는 부평역에서 양심이 프로젝트를 할 계획인데요. 혹시 형준씨를 부평역에서 보게 되면 손 한 번 잡아주시고 응원 한 마디 전해주세요.

▷소 : 나눔 아이캔두, 이 시간 갖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불평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형준 씨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도록 정말 간절히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따뜻한 하루’의 김광일 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첨부
태그
2024.03.28